정맥을 찾아... 호남정맥 5구간 [추령~강삼굴재]

[ 2005년 1월14일. 금요일 ]

(추령~장군봉~신선봉~순창새재~상왕봉~곡두재~강삼굴재)

날씨

대체로 흐림 (정읍지방 최고기온 영상1도 )

동행

세중 . 신샘

거리

도상거리 : 15.4Km 실제 추정거리 : 18.0Km(만보계 30,117걸음)

시간

<산행: 5시간 57분> + <식사 및 휴식, 알바 : 1시간 03분>=총 7시간 00분

경비

서대전~정읍 KTX 편도13,200 . 정읍역~추령 택시 17,200 . 강삼굴재~백양사 택시 10,000. 백양사~정읍 버스 1,300원

주 요 구 간 산 행 기 록

주요경유지점

시각

기사

추령

10:23~30

도착~산행시작

국립공원경계표시 무명봉

10:47

유군치

10:56

장군봉

11:18~25

휴식

연자봉

11:44

신선봉

12:10~12

조망

까치봉,호남정맥 갈림길

12:35~47

휴식 및 간식

정맥분기점

13:10

소죽엄재(?)

13:24

순창새재

13:46

무명봉

14:07

백암산(상왕봉)

14:30~37

휴식

첫바위 지대

14:40~15:05

중식

도집봉

15:13

헬기장(구암사 갈림길)

15:31

구암사 사거리안부

15:35

밤나무 밭

16:15

곡두재

16:25

무명봉 오름길

16:40~45

휴식

묘지 2기

17:11

강삼굴재

17:30

산행종료

백양사버스터미날~정읍역

17:45~18:20~18:50

도착~석식~도착

카메라가 줌으로 설정되었음을 인지하지 못해 의도한 사진을 얻지 모해 2002년2월2일 내장산 산행시 찍은 사진 몇 장을 삽입했습니다.

추령까지의 스케치

오랫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대며 시작만을 기다린 호남정맥이다.
원 계획은 작년 11월, 늦어도 12월부터 시작하려던 호남정맥이었지만 일대 변환을 앞둔 직장분위기는 쉽게 여건을 허락하지 않았다.
움추러든 운신의 폭이 결국 작년 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의 1달간, "대전시경계 따라가기"를 7구간으로 나눠 마침으로써 조금이나 위안을 받았지만 마음에 둔 호남정맥의 시작은 차일피일 그 첫발을 미뤄가며 결행날짜만 찾는다.
시작이 반이라 했나? 호남정맥 전구간을 통털어 유일하게 국립공원을 지나고 교통도 편리한 내장산구간에서 일단 그 불씨를 지피는 것이 어떨까?
"굳이 시작이란 단어에 얽매이지 말고 않고 일단 떠나기로 하자.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에 무슨 격식이 있단 말인가?
그냥 이렇게 이 한 발, 어디서든 내디디면 그게 시작이지.
시작을 꼭 달리기 시합하듯,
반드시 일정한 스타트라인에서 총 소리에 맞춰 "준비, 탕!"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무데서나 우선 첫 발을 내 디뎌보자.
커피 향이 은은히 찻잔을 휘돌 듯이 그렇게 내 감각을 자극하겠지.
그 향기가 숨겨진 촉수를 끌어내고 나는 그저 그 향에 취하면 되는데....
그래 그게 바로 시작이야.
망설이지 말고... 찻잔의 어느 부분도 좋으니 우선 그 향기를 퍼뜨리자.
크던 작던 하나의 목표를 만들고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할 수 있음을 기쁨이다.
똑 같은 것 하나를 두고 누구는 행복이, 누구에게는 불행이 되기도 하는 데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아무튼 나를 던질 수 있는 대상을 만든다는 것,
그래.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
떠나자, 발을 내딛자.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세중, 신샘님과 서대전역에서 합류, 08:30분에 발차하는 KTX열차에 승차하니 손님은 반에 반도 차지 않았다.
3~4명의 손님만 있는 객차로 자리를 옮겨 호남정맥 진행방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보니 어느덧 정읍역에 도착한다.
3~4명이 팀을 이루면 안전에 도움이 될 뿐더러 경비도 절감할 수 있어 좋다.
웬만한 곳은 버스 대신 택시를 이용해도 그 비용이 그 비용이며 시간여유를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정읍역에서 택시를 탄다. 추령을 오를 때, 기사는 내장산의 전모를 볼 수 있는 포토라인과 산림박물관에 대한 설명, 그리고 단풍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아직은 잔설이 제법이 있는 추령에 도착하니 주차장 한쪽의 4륜구동 옆에서 3~4명의 등산객이 서성이지만 관리원은 보이지 않는다.
택시를 돌려보내고(요금 17,200원) 휴게소 앞의 자판기에서 커피를 마신 다음, 산행준비를 마친다.
호남정맥 맛보기 산행이라 이름한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주차장에 올라 정읍방향인 우측 낮은 절개면의 옹벽 위로 작은 철문이 보이고 문이 열려있다.
이제 호남정맥의 불씨를 지피며 첫 발이 내디디기만 절반은 마치는 것이다.
격식도 없이 그저 시작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둔 호남의 첫 발걸음을 막지 않겠다며 빼꼼히 열어진 철문을 지남을써 호남정맥이란 긴 여정이 묻힌다.(10:30)

추령~장군봉(도상 2.2km 실제 2.4km 만보계 4,010보)


내장산 국립공원을 지나는 오늘 코스는 백양사구간의 헬기장~강삼굴재간 외에는 일반 산악회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대중화된 코스의 하나로 등로상태나 안내이정표 등이 잘 정비된 길이다.
추령에서 첫 봉우리를 오르자 아주 편안한 능선길이 열리지만 3~4cm가량 쌓인눈으로 조금은 힘든 산행을 예고한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유난히 눈이 귀했던 올 겨울, 이제야 좀 눈다운 눈을 밟는다는 설레임이 마음을 들뜨게하면서 하얀 눈길이 되레 시원한 청량제로 다가온다.
산림박물관에서 올라 오는 길목에는 이정표가 설치되었고 맨 앞에서 내달리는 신샘님의 발걸음은 아주 가벼워 보이는데 근 2주일만에 산행에 나선 내 발걸음은 처음부터 터덕거린다.
산행시작 7분여만에 내장산 서래봉과 아직은 미답지인 망대봉 통신중계소안테나와 추령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그리고 택시기사가 알려준 부처바위가 잘 바라다보이는 짤막한 암릉지대를 지난다.(10:37)
편안했던 능선이 잠시 고도를 높이면 국림공원경계석이 박힌 봉우리다(10:47)
망해봉에서 서래, 월영봉에 이르는 내장산 주능선이 병풍을 펼쳐놓고 그 산줄기 아래는 내장사와 원적암, 서래봉 밑의 벽련암이 둥지의 알처럼 다소곳히 자리잡고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들게 오를 장군봉이 우뚝하다.
잠시 가파르게 고도를 낮추고 유순한 내리막을 좀 더 내려가면 유군재로 안내판[이 고개는 북쪽의 내장사지구로부터 순창군 복흥면을 거쳐 남쪽의 백양사지구로 연결되는 길목이다. 임진왜란 때 순창에 진을 치고 공격해 오는 왜군을 승병장 희묵대사가 이곳에서 머무르며 유인하여 크게 물리친 사실이 있어 유군치라 유래되었다.]과 매표소가 있으나 휴일이나 단풍피크철 외에는 곤리인이 없어 그냥 통과한다.(10:56)

이제부터 장군봉까지는 25분가량 숨이 턱에 닿을 정도의 가뿐 숨을 몰아쉬며 강삼굴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큰 고도차를 극복해야 하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가파른 오르막 도중에는 나무계단과 약간의 바위지대가 나온다.
장군봉 0.1km의 이정표가 나올 때까지 잠시도 오르막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 고도차 약 300m를 이겨내면 장군봉에 도착한다.(11:18)

▼연자봉 가는길

헬기장으로도 사용하는 넓은 공터의 한켠에는 장군봉 설명판[이 봉우리는 내장산 남쪽 끝에 위치하고 있으며, 급경사의 험준한 봉우리로 임진왜란 때 승병장 희묵대사가 이곳에서 승병을 이끌고 왜군과 싸웠다 하여 장군봉(696m)이라 부른다.]이 있고 수목으로 좀 시야가 가려지지만 그런대로 내장산의 산군들을 두루 살필 수 있는 곳이다.

▼금선대 너머로 서래봉과 벽련암이.....

산행시작 후 처음으로 휴식다운 휴식을 갖고 연자봉으로 향한다.(11:25)

장군봉~정맥분기점(도상 3.0km 실제 3.5km 만보계 5,847보)

자봉 가는 길은 큰 굴곡은 없지만 내장산 일대를 관찰하기 좋은 암릉지대가 있고 좀 위험한 곳에는 철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북흥면과 강천산

비교적 완만한 길, 연자봉에 오르자 이곳 공터에도 어김없이 설명판[풍수지리상 서래봉 아래 위치한 벽련암을 연소(燕巢:제비의 보금자리)라 부르는데, 이 봉우리와 벽련암이 서로 마주보고 있어 연자봉(675m)이라고 부른다.]이 있다.(11:44)

연자봉의 내리막을 따르면 곧 이정표가 가리키는 전망대 방향의 직진(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가는 길)과 신선봉으로 향하는 왼쪽의 내리막으로 길이 갈린다.
정맥인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눈 쌓인 가파른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낮은 봉우리(문필봉)를 넘어 완만하게 내려가면 금선계곡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안부로 내장산 메인 등로답게 반들반들한 공터에 개략도가 있다.(11:54)

지나온 연자봉은 0.7km, 직진으로 이어갈 신선봉까지는 0.5km가 남았다.
산죽사이의 유순한 길은 곧 너덜길로 바뀌고 신선봉 직전의 금선대까지는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이다.
금선대를 두고 왼쪽에 우회로가 있지만 선두는 벌써 눈이 좀 쌓여 위험해보이는 직등의 바윗길을 오르고 있다.

금선대는 두 개의 암봉이 수직에 가까운 3~4m가량의 바위면을 사이에 두고 20m의 거리에서 서로 마주고 있으며 양쪽 바위지대 사이에 금선대 설명판이 있다.
옛날 선인들이 하늘나라로부터 하강하여 선회할 때 선녀들이 시중을 들었다는 설명판에 잠시 눈길을 주고 두 번째 암봉에 오른다.(12:06)
천길단애에 넓은 암반으로 이뤄진 두 번째 암봉에서의 조망은 가히 일품인데 두 암봉 중 어느 곳이 진짜 금선대인지.....
비슷한 높이지만 첫 암봉보다 조망이 좋고 너럭바위까지 있어 신선이 바둑이라도 둘 법한 이곳이 진짜 금선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금선계곡과 까치봉 멀리 연지봉과 망해봉

▼지나온 문필봉과 장군봉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금선계곡과 부드러운 선이 내장사를 쌈지뜨듯 감싸안으며 제각기 기묘한 암봉으로 우뚝 솟은 내장산 아홉 봉우리가 엮어내는 角과 線의 절묘한 조화를 바라느라면 과연 명산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3분이라도 머물면 좋으련만 세중과 신샘님은 벌써 저 멀리 사라지고 있다.
금선대에서 신선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 정상 직전의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정상부를 헬기장과 겸한 신선봉이다.(12:10)
삼각점과 설명판[내장산군의 최고봉(해발 763m)이다. 산정에는 산신들이 바둑을 두던 마당바위가 있고 산 너머에는 구암사가 있다.] 개념도가 있으며 내장산 최고봉임에도 불구하고 시야를 방해하는 수목으로 조망은 금선대만 못하다.
그래도 내장사구간에서는 최고봉인 만큼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잠시나마 걸음을 멈췄다 까치봉 쪽의 내리막길로 들어간다.(12:12)
경사는 완만한 편이지만 한동안 고도를 낮추고 우회로를 무시한 채 암릉에 올랐다 내려갈 때는 스릴감을 느끼기기도 하였지만 조금은 후회하스럽기도 했다.
평소에는 별 어려움이 없으나 오늘처럼 눈이 쌓여있을 때는 내려서기가 좀 까다로운 바위지대가 있어 설설기다싶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소나무에 널찍한 바위가 있는 조망바위에 올라서니 까치봉과 연지봉, 그리고 불출봉은 봉긋한 여인의 젖가슴을 연상시킨다.
뒤를 돌아보면 장군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줄기와 천길단애를 이루고 있는 금선대는 동면에 들어간 금선계곡을 내려다보면서 고고한 자태를 맘껏 자태를 뽑낸다.

▼신선봉과 금선대 그리고 문필봉을 거쳐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정맥

헬기장을 지나 완만하게 내려가면 잠시 후, 개략도가 있는 호남정맥 갈림길에 도착한다.(12:35)
까치봉 200m전인 이곳은 백암산(백양사), 입암산성을 연결하는 중요지점이며 까치봉은 직진, 그리고 호남정맥은 왼쪽의 비탈길로 내려가야 한다.
중식은 좀 이른 시간이라는 중론에 밀려 중식은 다음 휴식처로 넘어가고 대신 간식으로 떡과 연양갱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샘님의 보온병에서 따끈한 사골국물이 나온다.
몸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세중의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지고 "사골기운 에 못이겨 오늘도 일부러 알바할거냐?"라는 농담으로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보따리를 메고 좌측의 입암산성길로 내려가는 초입에 작년 10월26일 백학봉~서래봉단풍산행시 달아둔 표지기가 반갑게 맞아준다.(12:47)

정맥분기점~상왕봉(도상 4.6km 실제 5.0km 만보계 8,430보)

가파른 내리막을 거쳐 너럭바위를 지나면 바위 돌이 많은 거친 산길로 바뀌면서 이정표를 지나(13:02) 험한 바윗길을 가파르게 내려오면 또 다시 이정표<소등근재 0.9km / 까치봉 1.1km>가 있는 안부다.(13:04)
이어지는 봉우리의 응달진 좌측 비탈면을 우회하며 가파르게 올라가야 하는데 내장산구간보다 월등히 많은 적설을 헤치며 오르자니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고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맥이 갈리는 분기봉을 향한 4~5분가량의 힘든 우회가 거의 끝나가는 곳에는 잠깐 소나무 숲길이 나오고 우측 머리위의 정상에 집채만한 바윗덩이가 그리고 좌측 조금 아래에는 소나무와 너럭바위가 있는 쉼터가 보인다.
등로에서 3~40m가량 위쪽에 있는 정상바위에 오르면 내장산 망해봉~신선봉에 이르는 능선과 정읍시 방변 그리고 첩첩히 쌓인 입암산과 상왕봉일대의 산줄기가 여과없이 펼쳐진다.
또 등로 왼쪽 조금 아래에 있는 소나무 쉼터의 바위지대로 내려가면 순창군 북흥면일대는 물론 톱날처럼 특이한 추월산 줄기가 아른거린다.
1~2분이면 족하니 휴식 겸 주변도 살펴보는 여유로운 산행을 해도 큰 무리가 없는 일정이건만 무슨 경주라도 하는지 두 사람은 그냥 내뺀다.
"어~~ 곧 직진하기 쉬운 갈림길이 곧 나오는데...."
평탄한 여느 산길로 바뀌고(궂이 특징을 찾는다면 간간히 울퉁불퉁한 바윗돌이 등로에 있으며 참호처럼 생긴 곳도 있다)1분 가량 뒤, 남진하는 정맥 종주자가 흔히 소동근재로 내려가 물길을 건너기도 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일행들에게 몇 번 주지하였지만 혹 그냥 지나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잰걸음으로 달려와 갈림길에서 일행들의 뒤에 붙었다.
아니나 다를까?
땅바닥의 바윗돌에만 신경쓰면서 빤한 직진길을 그대로 따르기 쉬워 우측에 매달린 표지기는 일반산악회의 표지기로 간과하면서 그대로 지나치고 있다.
"스톱! 우측으로"
그제야 표지기를 살피면서 왜 이 갈림길을 놓치는지 이해가 된다고 한다.
선답자인 조진대님, 구름나그네님등 6~7장의 표지기가 우측의 희마하고 가파른 내리막에 달려있다.(13:10)
한손은 스틱에 의지하고 한손은 산죽이나 나뭇가지등 닥치는대로 잡아가며 미끄럼타듯 내려간다.
까치봉 직전부터 줄곧 선명한 흔적을 눈위에 남겼던 단 한사람의 발자국도 갈림길 이후부터 보이지 않는것을 보면 이 사람은 소등근재 방향으로 간듯하다.
한동안 가파르게 떨어지면 순탄한 능선으로 바뀌고 잡목이 좀 귀찮지만 그런대로 뚜렷한 길에 정맥 표지기도 많이 보인다.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드릅나무가 많은 4거리 안부에 도착, 주변지형을 유심히 살펴보고 이곳이 지도에 표시된 소죽엄재라 단정짓는다.(13:24)
왼쪽 산비탈 아래가 소등근재 표지석과 추모동판이 있는 소등근재로 보인다.

소죽엄재와 소등근재라는 비슷한 지명에 헷갈려 예전에 소등근재를 지나가는 산행시 그곳에서 산비탈 위를 유심히 살펴본 기억이 있는데 지금 위에서 보는 것과 그 당시 아래서 올려본 이 일대의 지형이 거의 비슷함을 확인한다.
가면 갈수록 적설량은 더욱 많아지고 산죽지대가 나오더니 이젠 아예 산죽이 터널을 이룬 곳도 지난다(13:32)
봉우리에 올라서니 T자형의 갈림길이 나온다.

정맥은 왼쪽으로 휘어나가고 오른쪽도 뚜렷한 길이 열려있는데 이 길은 아마 입암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닐까 생각된다.(13:37)
곧 박성태님께서 영산기맥 분기점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나무에 붙인 갈림길이 나오고 정맥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나간다.(13;41)
완만한 내리막길을 따르면 "등산로 아님"이란 팻말을 지나 사거리 갈림길 안부인 순창새재로 내려온다.(13:46. 4,870보)
까치봉 직전의 갈림길에서 간식을 들며 이곳을 점심장소로 점찍었으나 20cm가량 되는 눈밭에서는 차마 보따리를 펼칠 엄두가 않나는지 아직은 견딜만하니 좀 더 가보자고 한다.

우측은 입암산, 좌측의 넓은 길은 소등근재를 거쳐 호남정맥 갈림봉에 올라 내장사지구로 가는 일반화된 등산로,그리고 직진은 상왕봉이며 북진할 경우에도 탐방로 아님의 팻말이 있는 직진 방향의 바로 앞에는 정맥표지기가 없어 많은 표지기를 따라 소등근재 가는 길로 진행하기 쉬운 지형임을 설명하고 상왕봉으로 발길을 옮긴다.
곧 마루금과 우회로가 갈리는 갈림길을 만나 우측으로 진행하고 완만한 능선을 따라 조금씩 고도를 높이면 이정표<순창새재 800m, 상왕봉 1.4Km>를 지난다.(14:02)
완만했던 오르막이 좀 가파르게 변해 봉우리를 지나고(14:07) 3분 뒤, 또 다시 이정표를 지나난다.

상왕봉은 더 가깝게 보이지만 적설량은 더욱 깊어지고 배고파 못가겠다는 신샘님의 투정에 "좀 더, 좀 더"가 결국 "상왕봉까지로" 바뀐다.(14:10)
어떤 곳은 종아리까지 눈이 차올라 완만한 오르막에도 힘은 잔뜩 들어가지만 아이젠을 하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상왕봉을 오르는 5분가량의 가파른 오르막은 스틱에만 의지할 수 없어 잡히는 것은 무었이든 낚아채가며 눈과 한판의 힘겨루기를 이겨내야 상왕봉에 당도하게 된다.(14:30 . 3,560보)
▼상왕봉에서 바라본 사자봉

조망은 궨찮은 편, 지나온 정맥을 바라보면 소등근재로 내려오는 것과 갈림길에서 영산기맥 분기점을 거쳐 순창새재로 이어지는 산줄기의 흐름이 분명하게 구별되고 사자봉과 가인봉, 입암산은 물론 힘차게 솟구쳐 영산기멕을 이룬 산줄기도 제법 장엄하다.

주변 산세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서성대는 발걸음이 아늑한 식사장소를 물색하지만 눈덮인 정상부는 찬바람을 막아줄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조금 더 갑시다. 곧 바위지대가 나오니 눈밭은 면해 주겠지요."(14:37)

상왕봉~곡두재(도상 3.0km 실제 3.6km 만보계 6,112보)

정맥은 올라왔던 방향으로 몇 걸음 되짚어 내려가 백학봉 쪽으로 가야한다.
3분가량 뒤, 등로 우측 바로 아래에 약간의 바위지대가 있는 곳으로 들어서자 바람이 막히면서 금방 아늑한 안방에 들어선 듯한 느낌, "여기서 합시다."
겨울산행시 최고의 반찬은 따끈한 국물이다. 김밥만으로는 어설퍼 라면국물과 신샘님의 사골국물을 곁드리니 OK다.
비록 바람이 막혔다고는 하지만 햇볕은 없어 한순간에 체온을 빼았아 간다.

후드의 모자까지 쓰고 서둘러 점심을 마친 다음, 커피까지 후다닥.....
짐꾸리고 일어 나는데 쟈캩 속의 카메라에 배터리마개가 열려있는 것이 얼핏 눈에 들어온다.

"어~~ 밧데리가 없네 조금 전 상왕봉에서도 분명 사진을 짝었는데...."
식사한 주변을 살펴도 없고 그렇다면?
옷을 벗자 그안에서 건전지가 떼구르르~ 굴러 떨어진다.
"아~ 추워, 자 갑시다." (14:40~15:05)
백양사지구의 특징은 상왕봉이나 백학봉, 사자봉만 오르면 어느 방향의 마루금을 따르든 흙 길의 편한 능선이 큰 오르내림 없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것이다.
도집봉 밑에 도착하면 도집봉을 넘어가는 길과 바위 밑을 우회하는 길로 갈린다
"도집봉 쪽으로 직진"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두 사람은 벌써 산죽을 헤치며 도집봉을 오르고 있다.(15:12)
도집봉 암릉은 오르는 것은 별 문제가 없고 내려갈 때 약간만 주의하면 별 위험 없이 3~4분만에 넘을 수 있는 백양사구간에서 가장 조망이 뛰어난 봉우리다.
하지만 밑에서 바라보면 바위산으로 이뤄져 좀 험난해 보이기 때문인지 대부분은 도집봉을 우회하는 것이 보통이다.
▼진행할 능선 너머의 추월산

▼눈속에 묻힌 백양사 약수동계곡

▼가인봉과 사자봉 능선

도집봉에서 내려오면 우회로와 만나고 5~6분 뒤에는 백양사지구 능선에서 최고라 할 수있는 소나무 쉼터를 지난다.
20여명이 앉을 수 있는 바위지대에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그 옆에 또 한 그루의 소나무가 약수동 계곡과 가인봉이 잘 조망되는 곳에서 오가는 산객들에게 잠시 쉬어갈 것을 권한다.(15:21)
평탄하게 이어가던 길이 완만한 오르막으로 변해 능선이 분기하는 봉우리에 올자 이정표<상왕봉1.5km / 백학봉0.8km.백양사2.5km / 등산로 아님>가 있고 백학봉 방향으로 1분가량 내려오면 구암사 갈림길이 있는 헬기장이다.(15:31)
정맥은 여기서 백학봉가는 길을 버리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구암사방향의 왼쪽(직진에 가깝다?)길로 내려가야 한다.

만약 이곳을 지나칠 경우 3~4분 가량 뒤에 "구암사 / 상왕봉1.8km"의 이정표 에서 방향을 왼쪽(구암사방향)으로 틀어 비탈길을 통해 구암사 사거리 안부로 가야 한다.
백암산지구의 주 등산로를 벗어났기에 길은 상대적으로 희미해진 느낌, 헬기장에서 3분가량 내려오면 사거리 형태의 구암사 안부다.(15:35)
좌측은 구암사, 우측은 조금 전에 지나온 헬기장에서 백학봉방향으로 진행하다 다시 만난 구암사 이정표에서 산비탈을 우회한 길이며 정맥은 직진이다.
정맥표지기들이 자주 눈에 띄는 무난한 길에 적설량도 주능선보다는 현저히 줄었지만 대신 잡목이 가끔 옷가지를 잡아당긴다.
백학봉 줄기와 그 너머에 장성호의 일부가 그리고 곡두재, 북흥면 반월리와 지선리일대가 잘 보이는 암릉지대를 지난다.(15:48)
▼백학봉 능선

▼그리고 백학봉능선 너머의 장성호

▼진행할 정맥과 덕흥부락

잠시 뒤, 갈림길이 나타나고 좀 더 능선간 10여m 앞에도 표지기가 보이는데 그곳에서 지형을 살피던 신샘님, 길이 없는 듯 하고 어느 곳으로 진행하든 물길을 건널 것 같다고 한다.
"그럼 암릉이 끝나는 곳에서 저 밑의 밤나무 밭의 위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희미한 길이 있었다는 것인데... 오늘처럼 눈 덮인 날에 못 본것은 당연하지"
의견조율과 산행기 검토, 미끄러운 눈길에 가파르고 험한 바위지대도 지나야 한다니 안전하게 표지기가 많은 왼쪽 길을 따르기로 한다.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아주 가파른 내리막이다.
두 어군데 위험스런 급경사 바위지대가 나타나지만 첫 번째 바위지대에는 새 로프가 설치되어 준비해 간 로프는 매줄 필요가 없었다.(15:51)
기상상태가 좋을 때도 만만치 않을 가파른 내리막에 눈이란 알파가 단단히 한몫 거들고 있으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기울기가 완만해지고 잠시 뒤, 도랑수준의 물길을 건너는데 이는 높은산님과 조진대님의 산행기를 통해 알고있던 일이라 그러려니 하고 지난다.(16:13)
곧 밤나무밭의 철조망 울타리가 나오고 철조망 옆의 농로를 따라 내려온 듯, 제법 많은 표기기가 산으로 올라가는 철조망에 붙어있다.
"북진하는 사람들이 확실한 길을 만들어 주었으면....."
농로를 따라 내려가다 조금 전 가파르게 내려온 무명을 확인하니 역시 우리가 내려온 능선의 바로 옆, 즉 밤나무단지에서 바라볼 때 우측 줄기를 따라 밤나무단지를 목표로 내려온다면 물길을 건너지 않을 것 같았다.(16:15)
철조망 옆의 넓은 농로를 따라 1~2분 가량 내려오면 T자형의 삼거리다.
좌측은 마을로 가는 길이고 정맥은 은행나무(?)가 심어진 우측의 농로를 따라 가다 건너편 밭을 향해 외쪽으로 틀어져 산으로 들어가야 한다.(밤나무단지 철조망과 만난 곳에서 밭을 가로질러 내려와도 됨)
산길로 접어들면 비교적 뚜렷한 길 주변의 가느다란 잡목을 잘라 거추장스럽지는 않아 걷기는 좋은데 대체 잘했다고 해애할지 못했다고 해야할지......
왼쪽에 임도처럼 좀 넓은 길이 올라와 있는 안부, 산행기를 살피니 이곳이 곡두재라 하는데 밤나무단지와 너무 가까운 느낌이라....(16:25 . 6,112보)

곡두재~강삼굴재(도상 2.6km 실제 3.5km 만보계 5,718보)

낮은 봉우리를 넘어가니 다시 십자로 안부가 나오는데 높은산님의 산행기에도 언급되었듯이 밤나무 단지부터의 거리를 감안하면 이곳이 곡두재인듯...(16:33)
몇 기의 묘지를 지나 다시 산으로 들어가니 가지치기와 간벌한 나무들이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다.
이제 약 한시간 뒤에는 오늘 산행도 끝이다.
장성, 고창, 순창, 정읍지방은 춘란자생지로 유명한 곳으로 지금 오르고 있는 무명봉의 산길 주변에서도 춘란 군락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자연스레 난에 관한 얘기와 희귀란을 찾아 횡재했다는 지인의 일화도 나오면서

"어젯 밤 꿈을 잘 꾸었는데 혹씨 누가 아느냐"는 세중의 말에 이 잡듯 근처를 뒤지는 여유(?)를 부리지만 당연히 헛수고!
대신 하얀 눈밭에서도 싱그런 푸르름을 간직한 순수 자연 난을 감상할 수 있었고 난에 관한 얘기로 한참동안 웃고 걸을 수 있었으니 기대이상의 보너스를 얻은 셈이다.(16:40~45)
난을 찾는다고 잠시 걸음을 멈췄던 봉우리에 오르니 정맥은 우측으로 휘어지고 3~4분가량 고도를 좀 더 높이면 곡두재 이후 가장 높은 봉우리다.(17:05)
지금까지의 길에 비해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길이 좀 불확실하기는 하지만 헤맬 정도는 아니엇고 표지기도 제법 많은 편이다.
5~6기의 묘지가 나오고 묘지 바로 밑까지 임도처럼 넓은 길이 올라와 있는데 정맥은 임도를 가로질러 숲으로 이어진다.(17:10)
곧 2기의 묘(2개의 상석과 2개의 망부석이 있음)가 나오고 묘지 아래의 직진방향(약간 우측으로 틀어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으로 표지기가 보인다.(17:11)
시멘트도로로 내려온다. 북하면 용산마을과 북흥면 지선리와 49번도어주는 샛길 역할을 하는듯 하다.
우측으로 20m가량 이동, 좌측의 산으로 들어가는데 낮은 절개면으로 내려온 듯 표지기가 보인다.
낮은 봉우리를 넘어 안부에 이르자 신화회관과 49번도로가 빤히 건너다 보인다.
10여분이면 충분히 신화회관에 도착할 것 같아 몇 일전 미리 통화까지 했던 택시를 부른다.(백양사 성림택시. 조기석. HP 011-9600-6660)
자동차가 다닐 정도의 넓은 길은 곧게 대나무 밭 사이의 능선으로 이어지고, 그 아래의 비포장 농로는 논과 인삼밭사이로 신화회관이 있는 49번 도로로 이어지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이 갈림길에서 잠깐 알바를 하게된다.

대나무 밭의 넓은 길이 능선을 이루면서 신화회관쪽으로 내려갈 것 같다는 판단에 대나무 숲으로 이지는 넓은 길을 따라가니 자꾸만 방향이 틀어진다.
다시 back, 갈림길에 돌아와 마을로 가는 비포장농로로 내려갈 때, 택시 한대가 신축중인 정자 밑에 정차한다.
17:30분에 도착할 것 같다고 통화했는데 정확하게 서로 시간을 맞춘 것이다.(17:30 . 6,218보[알바추정치 약 500보 포함])

강삼굴재 이후의 스케치

덕지덕지 묻은 신발의 흙만 털고 택시에 오른다.
백양사역에서 서울로 가는 열차는 15:45, 16:49, 20:45분발 무궁화호가 있으며 17:35에는 대전행 무궁화호가 있는데 서울방면으로 갈 경우, 정읍이나 익산에서 KTX나 새마을호로 바꿔 탈 수 있다.
"10여분만 빨리 왔더라도 대전행 무궁화를 탈 수 있었는데......"
본래의 계획은 강삼굴재에서 정읍택시를 불러 정읍역에서 열차로 귀가할 계획이어었지만 조금 전 조기석 기사와의 통화시 백양사 사거리~정읍간은 1시간 2대꼴로 직행버스가 다닌다고 하니 강삼굴재~백양사는 택시, 백양사~정읍은 직행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판단을 내린다.
강삼굴재~백양사사거리 버스정류장까지는 12~3분가량 걸렸고 요금은 10,000원을 조금 넘을 거리인데 기사님은 10,000원에 해준다.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17:45분, 시간표에 정읍행 버스는 18:25분에 있고 요금은 1,300원 승차권을 미리 구입한다.
정읍까지 택시로 갈 경우 30,000원 가량을 예상했으니 15,000원이 남은 셈, 40분가량의 시간여유가 있고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식당이 있으니 저녁을 겸한 간단한 뒤풀이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버스 출발시각이 18:25분이기에 18:20분에 식당에서 나오니 직행버스가 후진하고 있다.
"어~~ 25분 차가 벌써?"
황급히 버스 문을 두드리자 후진하던 버스가 멈추면서 일행들은 그제야 뛰어온다.
버스에 승차해 "아니 시간표에는 25분이던데 벌써 갑니까?"
"손님도 대충 시간 맞춰 갑니다."
이 정도의 시간관념을 가진 기사가 문을 열어준 것만도 다행이란 생각에 한마디 하고싶던 생각이 쏙 들어간다.
버스는 호남고속도로로 들어가 정읍 버스터미널에 도착하기까지 22~3분가량 걸렸으니 18:42발 KTX는 10여분 차이로 또 못탄다.
버스터미널에서 정읍역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약 5분, 다음 열차는 19:31분 발 KTX, 대합실에서 TV를 보며 30분을 기다린다.
서대전역에 도착하니 20:50분, 발동 걸린 세중은 술친구한테 전화를 하면서 함께 가자고 조르지만 산행 후 가급적 술을 자제하기로 한 내 결심을 끝내 꺾지 못한다.
타임월드 근처에서 세중과 같이 내리지만 신샘님의 집은 좀 더 가야한다.
술친구와의 약속장소로 홀로 가는 세중의 모습에 자꾸만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집에 도착한 시간은 21:30분.
샤워도 하지 않고 컴퓨터에 옮긴 사진을 확인하는 순간,
"아니 이럴 수가.....???"
점심식사를 마치고 빠져나온 밧데리를 다시 끼운 뒤, 도집봉에서 처음 찍은 3장의 사진외에는 모두 줌으로 촬영돼 엉망진창이다.
"예전에도 이런 실수를 몇 번했는데 또..... 그나저나 오늘 산행기록의 절반은 이 사진에 들어있는데...."
샤워를 마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하건만 오늘 기분은 영~
"첫 단추를 잘 꿰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핀트가 틀어졌어.
그래. 매사에 경솔하지 말고, 확인하고 살펴보라는 호남의 첫 교훈으로 받아들이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