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을 찾아... 호남정맥 3구간 [초당골~구절재]

[ 2005년 1월20일. 목요일 ]

(운암삼거리~묵방산~여우치~성옥산~소리개재~왕자산~구절재)

날씨
대체로 맑고 가끔 눈 (정읍지방 최저 영하 9도 . 최고 영하 1도)
동행
신샘 . 세중
거리
도상거리 : 15.9Km  실제 추정거리 : 18.3Km(만보계 30,514걸음)
시간
<산행: 6시간 09분> + <식사 및 휴식. 알바: 1시간 18분>=총 7시간 27분
경비
아침식사 14,000 + 버스 2,700 + 구절재~신태인역 택시 15,000 + 술, 기타 4,4000  =  36,100원 (3일간 총경비 181,100원/3인 열차비 제외)

주 요 구 간 산 행 기 록

주요경유지점

시각

기사

초당골(운암삼거리)
08:35
3구간 시작
첫 무명봉 능선
08:47~50
스펫츠 착용
350m봉(모악산 분기봉)
09:06
묵방산 전위봉
09:33
도착~준바~시작
묵방산
09:50~10:03
휴식 및 알바
여우치 마을
10:23~28
휴식 및 지형관찰
283.6m봉
10:40
가는정이 도로
10:55
무명봉
11:22~30
휴식
성옥산
12:07
소리개재 직전 묘지
12:18~13:05
중식
방성골 안부(정자나무)
13:20
왕자산 오름길의 조망바위
14:05~07
조망
왕자산
14:13
정자나무 안부
14:37
광산김씨 묘지군 안부
14:48
산불(잡목)지대 안부
15:25
439m봉
15:40
구절재
16:02
3구간 끝

 

운암삼거리(초당골)까지의 스케치
좀 무리라고 생각했던 어제의 긴 산행을 무사히 마친 안도감과 오늘 종착지인 구절재까지는 도상거리 약16km 정도의 비교적 짧은 구간이고 표고차도 그리 크지 않아 심리적 부담감이 별로 없다.
따라서 섬진강 오리명가에서 좀 늦게 아침 식사를 한다고 해도 여유있는 산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으므로 07:00에 핸드폰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알람이 울리기도 전, 모두 잠에서 깨어 있었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뒹굴뒹굴거리다 06:30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수하고 짐을 꾸리고 오늘 산행코스도 다시 점검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지만 우리를 생각해 아침 식사를 일찍 준비해주는 식당 아주머니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최대한 시간을 늦춰 모텔에서 나오기로 하였다.
눈을 뜨자마자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흩날리던 눈과 어제 밤부터 기온이 급강하한다는 일기예보! 창문을 열어보니 제법 눈이 쌓였고 기온도 매우 차갑게 느껴지지만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07:40분에 모텔을 출발, 3~4분거리인 섬진강오리미명가에 도착, 오늘 아침도 어제 저녁에 미리 부탁한 김치찌개로 아침을 해결한다.
식수도 챙기고 감사의 인사를 드린 다음, 운암삼거리로 향한다.(08:20)
▼옥정호의 아침
 
많은 눈은 아니지만 영하 7~8도의 날씨로 도로변은 상당히 미끄러운 편이었다. 운암삼거리를 향해 5분가량 걸었을 때,신샘님께서 손을 들어 버스(1인 900원)ㄹ르 세우고 불과 2~3분 뒤 운암삼거리에 정차한다.  
삼거리 코너에 있는 버스정류장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씩을 마시면서 길 건너편의 원조 어부집을 살피니 좌측 편 작은 공터에서 둔덕으로 오르는 초입에 몇 장의 표지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원조 어부집의 왼편 공터에서 둔덕으로 오르는 들머리
 
신발 끈은 단단히 조였지만 찬바람을 의식해 쟈켙은 입은 그대로 도로를 건너 어부집 공터로 향함으로써 2박3일 여정의 마지막 산행이 시작된다.(08:35)
 
초당골~묵방산(도상 2.3km. 실거리 3.0km. 만보계 5,048보)

어부집 왼편의 들머리를 지나자 곧 묘지가 나오고 산비탈 우측으로 조성된 밭의 가장자리를 따라가다 밭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서 왼쪽의 산길로 들어간다.
눈은 제법 많이 쌓여 오르막이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아이젠을 착용하자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좀 불편하고 귀찮기 때문.
그러나 산길이 가파르기를 더해지자 첫 봉우리를 오르기 시작한지 5분을 버티지 못하고 아이젠을 착용한다.(08:47~50)
가파른 오르막의 첫 봉우리를 아직은 산행에 둔감한 발걸음으로 힘겹게 오르자 등로는 왼쪽으로 꺾어지면서 평탄한 길로 바뀐다.
잠시 뒤, 오른쪽으로 약간 휘어져 내려가고 이어진 봉우리에서는 우측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어 좀 가파르게 내려가는데 흡사 계곡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좀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많은 표지기가 걱정말라고 한다.
모악산방향의 산줄기가 갈라지는 350m봉에 도착한다.(09:06)
우측 능선은 402m봉을 거쳐 모악산으로, 좌측으로 방향이 틀어지는 길이 묵방산으로 향하는 길이며 전북 산사랑회의 이정표에는 [분기점(350m) / 묵방산 1.3km / 모악산 15.8km / 초당골 1.0km]라 적혀있다.

▼모악산 분기점

 

완만한 내리막을 따르면 안부에 닿고 흰눈으로 단장한 마른 나뭇가지들 사이로 한줄기의 아침 햇살이 구름을 뚫고 밝은 빛을 내려줄 때, 반사되는 눈빛에 눈이 시릴 정도다.(09:10)

▼안부를 지나며

 

밝은 햇살도 잠시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눈보라가 날리고 가깝게 느껴졌던 묵방산도 쉽지않은 오르막을 강요할 자세다.

▼전위봉과 묵방산 정상(뒤쪽)
 
완만하던 길이 끝나고 본격적인 묵방산 오르막에 들어간다.(09:17)
전위봉을 오르는 오르막, 아주 가파르고 때로는 약간의 너덜(?)지대에 눈 덮인 등로는 약간 불투명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따금 눈에 띄는 표지기와 정수리를 목표로 방향감각만 읺지 않으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으며 다행스러운 것은 몸을 의지할 나무가 많다는 것이다.
힘들게 전위봉에 오르면 또 한번의 오르막이 기다린다.(09:33)
전위봉부터 묵방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왼쪽으로 슬며시 내려갔다가 다시 또 올라가야 하는데 이번 오르막은 전위봉을 오를 때만큼 가파르지는 않다.
잠시 앞장을 서게되고 아무도 밟지 않은 눈꽃사이를 걷는 상큼한 마음에 발걸음이 덩달아 가벼워 진다.
봉우리에 오르니 뚜렷한 산길이 우측으로 꺾인다.
아무런 의심을 갖지 않고 우측 길로 1분가량 진행하니 김정길님의 1,500산 순례중 코팅지만 나무에 매달려 있을 뿐, 다른 표식물은 보이지 않는 묵방산이다.(09:50 . 5,048보)
▼묵방산의 유일한 표식
 
바로 밑의 옥정호 쪽으로 절벽을 이루고 있어 조망이 좋을 듯 했는데 나무에 가린 정상일대는 생각만큼의 조망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나무사이로나마 옥정호를 잠시 내려다 보고 묵방산을 떠난다.(09:52)
눙선을 따라 직진으로 이어가자 곧 묘지를 지나고 곧 나무에 조금 가리기는 하였지만 나름대로 옥정호가 내려다 볼 수있는 바위조망대가 있어 올라가보니 수묵화를 그린듯한 옥정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09:55)
▼여우치마을로 가파르게 내려가는 정맥(과)과 옥정호
 
잠깐 사진 한 장을 찍고 내려온 사이 일행들의 모습은 벌써 꼬리를 감췄다.
잰걸음으로 따라 붙으니 신샘님께서 표지기가 한 장도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묻는다.
아닌게 아니라, 갈림길마다 그리고 갈림길이 아니라도 그토록 많았던 표지기들이 묵방산 이후 거의 보지 못한 듯 하다.
높은산님의 산행기를 펼치니 곧 가파른 내리막이 나왔다고 하는데 5분가량 진행한 이 시점까지 완만한 내리막 능선만 따라 왔고 지도를 펼치자 정맥은 묵방산 정상을 거치지 않고 동남쪽 능선을 따라 여우치마을로 내려간다.
그렇다면 조금 전 바위조망대에서 보았던 반대편 산줄기가 정맥이다.
"그럼 갈림길은? 전위봉부터 묵방산까지 외길이었으니 전위봉에서 다시한번 좀 가파르게 올라와 우측으로 방향을 틀었던 그 지점일 것이다."
"백, 백, 알바여 알바."
조금 전에 지났던 바위조망대에 다시 도착, 가야할 능선과 여우치 마을일대를 더욱 더 세심하게 살핀 다음, 실소를 머금으며 다시 묵방산으로 오른다.
삼거리 갈림길에 돌아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전위봉에서 좀 가파르게 올라오면 정맥길인 직진에 가까운 왼쪽으로 상당히 많은 표지기가 달려있지만 눈으로 위장한 표지기와 나뭇가지가 하얀 눈을 똑같이 뒤집어 쓰고 있으니 3명 모두 표지기를 못본 것이다.
어이없어 하는 표정에 멋쩍은 웃음, 13분간의 알바를 끝내고 이제 제대로된 정맥길을 따라 여우치마을로 향한다.(10:05)
 

묵방산~가는정이(도상 2.2km. 실거리 2.6km. 만보계 4,357보)

완만한 내리막은 잠시 곧 가파른 내리막으로 바뀌는데 완만한 내리막에서 그런대로 옥정호를 내려 볼 수 있는 곳이 한군데 있다.
▼내리막길에서 바라본 옥정호
 
가파른 흙 길의 내리막이 한없이 떨어지다 길이 5m가량의 대나무 숲을 빠져 나오면 여우치마을, 마을길을 따르면 마을회관이 앞의 공터에 도착한다.(10:21)
이어갈 산줄기는 건너편에 보이지만 마을을 통과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정확한 마루금을 찾아보기 위해 산행기와 지도를 살피는 사이, 마을회관 공터로 올라간 신샘님이 회관 뒷편의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달려있다고 한다.
나뭇가지에 표지기를 걸어주고 회관을 돌아가면 가야할 둔덕에 잘 정비된 묘지들과 두 그루의 큰 나무가 보인다.(10:23~28)
▼마을회관을 좌측에 끼고 돌면 둔덕과 큰 나무 두 그루가 보인다.
▼둔덕을 지나며 묵방산과 여우치 마을을 뒤돌아 봄
 
둔덕을 지나 시멘트 길과 만나는 곳, 이곳이 여우치로 생각된다.
시멘트 길을 가로질러 묘목 밭 옆의 농로를 따라가면 우측으로 2개의 비석이 있는 천안 전씨 묘지가 보이고 그 왼쪽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으며 정맥은 이 나무 옆을 지나 산으로 들어간다.(10:35)
▼농로를 따르다 이곳에서 산으로 들어간다.
▼묵방산과 그 뒤는 전위봉 그리고 여우치마을을 뒤돌아 봄
 
완만한 길을 따르면 삼각점과 깃대가 함께 있는 283.6m봉을 지난다.
하지만 283.6m봉의 실질적인 정상은 1분가량 좀 더 고도를 높여 묘지가 있는 곳이며 이 묘지를 지나면 곧 숲 속으로 이어진다.(10:41)
▼283.6m봉의 삼각점
 
이렇다 할 특징은 없는 곳, 갈림길을 만나 우측으로 방향을 바꾼다.(10:49)
5기의 묘지가 있는 곳을 지날 때는 아름다운 옥정호가 내려다보이고 그 묘지군 뒤편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10:52)
▼묘지에서 바라본 옥정호
▼진행할 정맥능선과 사진 중앙에 흰색으로 보이는 묘지가 가는정이 마을의 옥정호 산장 옆길을 따라가다 이 묘지를 지나 산으로 들어간다.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을 내려오면 "하운암산장"이란 표석이 있는 749번도로에 닿고 도로 건너편에는 버스정류장이 보인다.(10:55 . 4,357보)
▼749번 도로가 있는 가는정이
 
주변에 가게는 없고 이어지는 들머리는 도로 건너에 옥정호산장이라는 세로글씨의 입간판이 서있는 시멘트 길로 오르는 것이다.
 
가는정이~성옥산(도상 3.0km. 실거리 3.6km. 만보계 6,039보)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르면 곧 ┫자 형태로 길이 갈라지고 옥정호산장이 있는 좌측으로 30m가량 진행하자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이 나온다.
옥정호 산장을 우측에 둔 길을 따라 오르면 가는정이 마을로 내려오기 전 목표점으로 삼은 2기의 묘지를 지난다.(11:00)

▼묘지에서 바라본 묵방산과 가는정이 그리고
▼옥정호
 
곧 밭이 나타나고 밭의 왼쪽 가장자리를 따라 올라가다 그 중간쯤에서 산으로 들어가며 완만한 오르막을 따르면 묵묘 1기가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11:10)
능선을 따라가는 순탄한 길....
이렇다 할 특징을 차을 수 없던 길을 3~4분가량 좀 가파르게 오른 봉우리에 도착, 산행시작 후 처음으로 휴식다운 휴식을 취한다.(11;22~30)
휴식을 마치고 이어간 다음 봉우리는 정상을 거쳐갈 듯이 오르다가 정수리를 5m가량 남겨둔 지점에서 우측으로 가파르게 내려간다.
이곳은 예전에 산불이 났었는지 큰 나무는 보이지 않고 복원력이 가장 빠른 싸리나무가 주종을 이루었다. 산행시작 3시간이 되었지만 아직도 묵방산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11:35)
▼싸리나무지대를 지나며 바라본 묵방산
 
또 다시 봉우리를 넘자 가파르게 내려가고(11:40) 완만한 능선길 뒤, 가파르지는 않으나 5분가량 꾸준히 올라가면 성옥산 전위봉이라 할 수 있는 봉우리를 넘는다.(11:55)
이제 다음 봉우리가 성옥산, 전위봉을 지나 12분여만에 성옥산(388.5m)에 도착한다.(10,396보 12:07)  
▼성옥산 삼각점과
▼또 하나의 배려
 
숲 속의 작은 공터, 잡목으로 조망은 없고 성옥산이란 코팅지와 삼각점으로 우리의 현위치를 확인했다는 그 자체를 유일한 위안으로 삼고 성옥산을 지난다.
 
성옥산~왕자산(도상 4.2km. 실거리 4.4km. 만보계 7,300보)
곧 소나무 숲의 가파른 내리막으로 바뀌고 파평윤씨 묘지가 있는 안부를 지나 다시 소나무 숲으로 들어간다.(12:15)
잘 가꿔진 8기의 묘지를 지나면 성묘 길로 생각되는 넓은 길을 따라가며 방성골과 넓은 밭이 내려다보이는 묘지에 도착하자 2~300m쯤 아래에 715번 도로와 삼거리형태의 길옆에 초록색 이정표가 있는 소리개재(마루재)가 내려다 보인다.

▼옥정호가 왼편으로 보이고
▼우측에는 진행할 정맥과 소리개재가 보인다.
 
아늑한 식사장소를 찾았었다. 양지바른 능선 밑에 위치한 묘지주변은 바람까지 막아주고 시야도 좋아 식사장소로 제격이다.
라면을 끓이는 사이 부족할 듯한 식사는 미리 떡으로 보충한다.
식사를 마치고 마루재로 내려간다.(13:05)
밭과 묘지 사이의 농로를 따라 내려오면 두월2리 표지판이 있는 삼거리인 소리개재(마루재), 이어지는 정맥은 설해용 모래함 앞의 도로를 건너 농로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이 표지판 바로 앞의 농로를 따라 정맥이 이어진다.
 
키보다 좀 작은 나무에 걸린 많은 표지기를 확인하고 농로를 따라 몇 걸음 올라가면 곧 밭과 묘지군이 나온다.
농로를 따라 진행하면 옥정호가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깔끔한 묘지 1기가 나오고 여기서 숲으로 들어가면 어제 오봉산 구간부터 먼 거리를 함께 한 옥정호와는 이별가를 불러야 한다.(13:15)
▼숲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옥정호
 
산책로처럼 넓은 소나무 숲길을 따르다 안부에 내려오자 가지 많은 정자나무 한 그루가 반긴다.(13:22)
▼안부의 정자나무
 
소나무 숲길을 좀 더 이어가면 펑퍼짐한 봉우리에 이르는데 여기서 왼쪽의 넓은 길로 내려와야 한다.
좌측의 넓은 길과 직진, 모두 다 한 두장씩의 표지기가 있어 혼란스럽게 만든다.
의심스러우면 일단 마루금 방향이라는 경험에 의해 직진으로 조금 내려가니 산비탈을 일군 밭이 나오는데 직진은 낮은 산줄기가 골을 만드는 지형이다.
걸음을 멈추고 산비탈 아랫쪽의 왼편을 살피니 잣나무 묘목과 소나무가 작은 숲을 이룬 곳에 표지기가 보인다.
"아~ 조금 전 그 봉우리에서 좌측의 넓은 길로 내려왔어야 했는데....."
밭을 가로지르니 시멘트 농로와 만나고 비닐하우스와 소나무 숲 사이의 밭 두렁을 지나 소나무가 심어진 건너편의 산줄기로 향한다.(13:26)
▼밭 두렁으로 이어지는 정맥
 
마을길을 건너 밭에 올라서고 농로를 따라가며 지나온 마루금을 다시 확인한다.(13;29)
▼방성골의 마루금
 
소나무가 울창한 첫 봉우리에 오르니 묘지 1기가 있고.(13:37)
잠시 잡목과 넝쿨나무를 뚫고 나오면 쭉쭉 뻗은 소나무 숲 사이의 완만한 길이 산책로처럼 펼쳐진다.(13:42)
▼산책로처럼 펼쳐지는 산길
 
좀 가파른 오르막을 7~8분 가량 힘겹게 오르자 봉우리 위에 자리잡은 것은 1기의 묘지, 들판 건너의 산줄기가 나뭇가지 사이로 멋지게 펼쳐지고 정맥은 이곳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완만한 능선을 이어간다.(13:53)
▼묘지가 있는 봉우리에서 바라본 건너편의 산줄기
 
잠시 완만했던 능선이 가파른 내리막으로 변한다.
눈 쌓인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듯 내달리고 묘지 1기가 있는 당도하면 진행할 방향에 버티고 선 높다란 봉우리가 왕자산이 아닐까 생각한다.(13:58)
▼왕자산
 
444.4m봉에 불과하지만 오늘 산행구간에서 묵방산 다음으로 높다고 이름 값을 톡톡히 하려는 지 왕자산 오르막은 아주 가파른 편이다.
5분가량 오르면 등로에서 약간 우측으로 비켜 앉은 좁은 바위지대가 눈에 띈다.(14:06)
지나온 소리개재 일대의 지형을 잘 관찰할 그런 위치일 것이란 기대감으로 나무를 비집고 바위지대에 들어가니 역시 추측한대로다.
▼소리개재에서 왕자산으로 향하는 정맥능선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호남의 맥
 
조망바위를 지나도 가파른 오르막은 멈추지 않고 5분가량 더 진을 빼면 삼각점이 있는 왕자산 정상이다(14:12. 7,300보)
▼왕자산 삼각점
 
정상부 바로 아래를 차지한 커다란 묘지 1기와 삼각점 그리고 잡목에 가려 조망은 없는 곳, 쉬어가자는 사람도 없으니 그대로 지나칠 수 밖에.....
 
왕자산~구절재(도상 4.2km. 실거리 4.7km. 만보계 7,770보)
정상 바로 아래의 묘지를 지나 1기의 묘지를 또 지나고 길은 곧 두 갈래로 갈리면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싸리나무와 키 작은 잡목이 넓게 분포된 완만한 능선 길을 2분가량 내려온 안부 역시 싸리나무와 작은 키의 잡목이 분포된 곳으로 정맥은 여기서 다음 봉우리로 오르지 않고 우측으로 내려가야 하는 독도유의지점으로 이 내리막 역시 싸리나무와 넝쿨나무가 뒤엉켜 있다.(14:22)
싸리나무와 억새, 그리고 넝쿨나무를 헤치면서 내려간다. 이제 1시간 30분 가량 뒤에는 2박3일의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다는 성취감에서일까?
신샘님 난데없이 흘러간 옛 노래 한가락을 구성지게 뽑아대니 거들 수밖에...  
이곳도 아마 예전에 산불이 났던 곳이 아닐까 생각된다.
소나무 숲에 들어 마지막 휴식을 취하면서 구절재까지 사용할 에너지원으로 마지막 간식과 밀감도 먹는다.(14:28~35)
곧 임도처럼 넓은 길을 따라가고 정자나무와 묘지 한 기가 있는 안부에 당도하니  윗보리밭 마을이 있는 좌측으로 뚜렷한 길이 보인다.(14:38)
▼안부의 정자나무
 
소나무 숲의 넓은 길을 따라 봉우리에 오르자 가파르게 떨어진다.(14:42) 
갈대가 우거진 안부에 내려와 잠시 뒤에 오를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6개의 봉우리가 힘차게 뻗어나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와 이를 정맥줄기로 착각하기도 하였다.
왼쪽 산비탈에는 검은 색 지붕의 허름한 건물 1동과 등로 주변에는 잘 가꿔진 광산김씨 묘지가 보인다.(14:46)
▼정맥은 우측의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진행 후,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간다.
 
농로처럼 넓은 길은 계속 이어지고 커다란 정자나무 한 그루가 있는 예덕리 고개로 내려오면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넓은 길이 예덕리와 평사리를 이어주면서 고갯마루를 가로지른다.(14:50)
▼예덕리고개의 거목
 
임도처럼 넓은 길은 아직도 고추대가 남아있는 고추밭의 우측 가장자리에서 가파르게 생긴 봉우리를 향해 숲으로 들어간다.(14:54)
적설과 가파른 오르막, 이중고에 시달리며 힘겹게 봉우리(420m급)에 오르면  등로는 왼쪽으로 휘어진다.(15:02)
1분 뒤, 광산 김씨 묘를 지나고 지금까지는 많은 눈을 밟지 않고 진행하였지만 이제부터의 적설량은 20cm는 실히 될 정도로 적설량이 많아진다.
▼갑자기 많아진 적설
 
가파른 오르막을 눈과 씨름하며 힘들게 오르면 윗보리실마을로 내려가는 안부에서 바라본 좌측의 산줄기와 정맥이 갈라지는 460m급의 봉우리로 정맥은 우측 길로 이어진다.(15:12)
완만한 능선을 잠시 따르다가 이번에는 왼쪽으로 휘어져 내려가고 곧 시야가 탁 터지는 잡목지대가 나타난다.(15:14)
좌측 비탈은 조림을 위해 인위적으로 벌목한 것인지 아니면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복원을 위한 묘목(전나무?)을 심은 것인지.....
소군실 안부로 내려오면서 등로 주변을 유심히 살펴보지만 화마의 흔적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낮은 키의 잡목과 억새가 뒤엉켜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지만 탁 터진 시야는 진행할 420m급의 봉우리를 거쳐 구절재로 떨어져 다음 구간으로 이어가는 정맥의 흐름까지 한 눈에 들어오고 소군실 마을도 내려다보인다.
▼420m봉을 거쳐 구절재로 이어지는 정맥
 
2기의 허름한 묘지가 있는 소군실안부를 지나도 잡목지대는 좀 더 이어지고 이제부터 420m봉을 오르는 막바지 힘든 오름길에 들어간다.(15:25)
▼지나온 정맥능선과 벌목조림지
 
좁은 공터에 작은 돌무더기가 있는 420m봉까지는 3단계의 오르막이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드디어 420m봉 정상, 아직도 해는 중천에 있지만 산중의 기온은 벌써부터 급강하하면서 지도와 산행기를 펼치기 위해 장갑을 벗은 손이 금방 에리어 온다.
아무리 시간여유가 많아도 항상 빨리 가는 것이 몸에 밴 세중, 벌써 그 모습을 감추고 신샘님과 구절재 도착 예상시간만 체크하고 420m봉을 내려간다.(15:40)
가파른 내리막에 미끄러운 눈, 그리고 등로 주변에 이따금 날카로운 바윗돌도 있어 아주 조심스런 하산길이다.
가파른 내리막을 한참 내려오다 조진대님의 산행기에서 얻은 태인개인택시(T 019-652-2285. 홍우식)에게 10여분 후 구절재에 도착할 예정임을 알려준다.
소나무 안부를 거쳐 둔덕정도의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왼쪽의 비탈길로 방향이 틀어져 내려가야하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표지기가 많이 걸려있다.
밭을 이룬 둔덕형태의 마루금이 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가 조금 더 이어지는 듯 하고 그 둔덕의 우측 밑의 농로가 구절재 도로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망설인다.
직진으로 밭과 숲을 지나 구절재의 절개면으로 내려오는 것이 정석이이지만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듯.......
신샘님의 뒤에서 농로를 따라 우측으로 내려가니 곧 30번국도가 지나가는 2차선 포장도로와 만나고 왼쪽으로 몇 걸음 이동하니 절개면의 석장승이 이색적인 구절재다.(16:02 7,770보)
▼구절재의 석장승
 
도로표지판 밑에 배낭을 내리면서 2박3일의 긴 여정을 무사히 마무리한 것에 감사와 만족의 미소가 흐르고.... 2~3분 가량 먼저 내려 온 세중은 도로 건너편의 표지석 뒤에서 싸늘하게 부는 바람을 피해 몸을 움츠리고 있다.
 

구절재이후의 스케치

5분가량 뒤 택시가 도착했으니 태인에서 구절재까지 15분가량 걸린 셈이다.
홍우식기사로부터 신태인과 태인, 외지인들에게 혼동을 일으키는 비슷한 지명의 설명과 이 지역의 인물 그리고 명소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듣다보니 택시는 어느새 태인을 지나 신태인역에 도착한다.(16:30)
구절재~신태인역간의 택시요금은 15,000원, 다음 2월/3일 구절재~추령간 산행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태인개인택시 T:019-652-2285. 홍우식)
16:08분발 용산행 무궁화열차는 이미 떠났고 다음열차가 17:12분발 무궁화호열차로(19:59분 용산행 새마을호. 21:08분 용산행 무궁화호. 그리고 17:59분은 대전행 무궁화호.) 운행간격이 좀 뜸한 편이다.
40분가량의 시간 여유, 우선 화장실에 들어가 여벌옷으로 갈아입고 대합실의 자판기에서 뺀 따끈한 커피로 담소를 나눠도 열차 도착시간까지는 20여분이나 남는다.
역 광장 건너편에 음식점이 눈에 들어온다.
산행 중 가급적 술을 자제했으므로 배낭에서 개봉시기만 기다리던 팩 소주가 드디어 구수한 내장탕을 만나고 2박3일의 흡족했던 여정들이 잔을 따라 오고가며 다시금 피어난다.
서대전역에는 18:42분 정시에 도착하고 140번 버스로 집에 도착하니 19:30분 경, 17일 아침 출근이후 4일만의 귀가에 아내나 아들녀석보다 키키가 더욱 반기면서 어찌 할 바를 모른다.
내가 보이지 않아 3일동안 시무룩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고......
샤워와 저녁식사, 그리고 사진정리.
지난 1월 14일, 호남정맥 맛보기 산행이란 이름으로 추령~강삼굴재의 한 구간을 마쳤지만 실질적인 호남의 첫 출정이라 생각한 주화산~구절재(도상거리 66km)까지의 이번 산행으로 도상거리 398km에 달하는 호남정맥의 긴 여정에 깊숙히 빠져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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