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조계산 & 사찰림

푸근한 품과 울창한 숲 가진 모성적 장산

순천 조계산(曹溪山·884.3m)은 전형적인 토산(土山)으로서, 산중에 숲 위로 고개를 내민 바위라고는 상봉인 장군봉 남쪽의 배바위뿐이다. 그러므로 조계산은 멋진 조망을 특히 중요시하는 요즈음의 등산 풍조로 보아 별반 인기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뜻밖에도 조계산의 인기는 이름난 바위 명산들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 이색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송광사 뒤편의 대나무 숲길.

조계산은 면적이 28km2에 불과한 도립공원이지만 연간 평균 등산객이 50만~60만 명으로서, 그보다 몇 배 더 큰 치악산이나 소백산보다 더 많다. 조계산의 이와 같은 인기는 역시 지리산과 같은 토산 특유의 웅장하고도 푸근한 멋에 기인한다.


산이름 조계(曹溪)는 고려 때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이 수선사(修禪社)를 여기에 열면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 후 송광사는 조계종이 한국 불교의 중심 종파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산 동쪽엔 또한 한국 불교의 다른 한 맥인 천태종의 남방 중심사찰로 크게 일으켜진 선암사가 있다. 이렇듯 조계산은 한국 불교의 양대 맥이 면면히 흐르고 있는 명산이다. 양옆에 2개의 아름다운 인공호인 상사호와 주암호를 거느리고 있는 한편 가까운 낙안읍성에 온천장이 생기며 한결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들고 있다.


조계산 등산로는 역시 동서 양쪽에 각각 자리한 명찰 선암사와 송광사를 2대 기점으로 삼고 있다. 이 두 사찰에서 방사상으로 뻗어나가 호남정맥 줄기를 이루는 장군봉~깃대봉 간 남북 주능선에서 서로 만난 길들을 조합하면 20가지 이상으로 다양하게 등산로를 엮을 수 있다. 이중 선암사~선암사굴목재~송광굴목재~송광사로 이어지는 동서 횡단로 이용객이 가장 많다.


뜻밖에도 최고봉인 장군봉을 지나지 않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이 변두리 코스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는 남쪽 외곽으로 경사가 낮은 고개 두 개만 슬쩍 넘으면 대찰에서 대찰로 넘어갈 수 있거니와 중간에 위치한 보리밥집의 존재 덕분이다. 아늑한 산비탈의 보리밥집에서 보리밥 한 그릇 먹고 쉬었다 가는 맛이 편안하고 즐거워서인지 평일에도 이 동서 횡단로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윗보리밥집(전화 061-754-3756), 아랫보리밥집(전화 061-754-4170) 2개 업소가 있다. 횡단 이후 차를 둔 곳으로 돌아가려면 주암택시(061-754-7766,2000,4500)나 승주택시(061-754-5037)를 부른다.


▲ 윗보리밥집과 상차림.

순천시내에서 송광사와 선암사 양쪽으로 버스편이 자주 연결되므로 순천 주민들에겐 동서 횡단코스도 아무 불편이 없지만, 외지인들로선 차를 가지러 가기가 아무래도 번거롭다. 이런 경우는 송광사나 선암사 중 하나를 기점 삼은 원점회귀형 산행을 한다. 숲 탐방까지 겸하려면 둘 중 선암사를 기점 삼은 선암사~대각암~정상~배바위~큰굴목재~보리밥집~선암사 코스가 적격이다.


선암사 집단시설지구를 출발, 승선교 옆을 지나 선암사 경내로 들어서면 삼인당이라는 달걀 모양의 길쭉한 연못가에 다다른다. 그 앞 불교용품 매점 오른쪽 옆의 비포장 찻길로 50m쯤 올라가면 두 갈래로 찻길이 갈라지는데, 굵은 나무기둥에 ‘대각암 150m→’ 푯말이 부착돼 있다. 이를 따르면 곧 대각암 올라가는 길목이 나온다.


마애여래입상 앞을 지나 5분쯤 오르면 곧 앞이 툭 트이며 조계산 정상 능선을 등 뒤에 진 대각암이 바라뵌다. 암자와 100m쯤 거리를 둔 이곳에서 우측의 찻길은 암자 앞으로 가는 길이며, 등산로는 왼쪽이다.


왼쪽 길로 조금 가면 스테인리스 팻말이 나온다. 이 팻말을 따라 50m 가면 길이 나뉜다. ‘←비로암, 장군봉→’ 팻말이 선 이곳에서 우측이 장군봉으로 직등하는 길이다. 대각암 옆의 가늘고 긴 대나무가 무성한 숲을 지나 서서히 능선 사면으로 붙는다. 길은 넓고 뚜렷하며 경사가 급한 곳에는 철도 침목 같은 목재로 계단을 만들어 두었다.

 

 

대각암을 떠난 지 30분 뒤 능선 위의 작은 공터에 다다른다. 이후 길은 왼쪽으로 주욱 산사면을 가로질러 나아간다. 20분쯤 지난 뒤 아까보다 한결 넓은 옛 절터에 다다른다. 굵은 노거수들이 그늘을 드리워주는 이곳은 거의 모든 등산객들이 쉬어가는 쉼터로, 조망이 트이는 쪽에는 자연석으로 간이식탁을 만들어두기도 했다.


절터 이후 꾸준히 15분쯤 오르면 이윽고 정상. 정상에는 ‘장군봉 884m’라 쓰인 높이 50cm쯤 되는 검은 돌비석이 서 있다. 정상은 비록 두루뭉술한 토산 둔덕 같지만 남쪽과 서쪽으로는 숲이 없어 조망이 시원스럽다.


▲ 선암사 부도탑군 옆의 삼나무 숲. 한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로 그늘이 짙다.

정상 안내팻말엔 ‘장박골 1.8km, 선암사 2.7km, 작은굴목재 0.8km, 큰굴목재 1.8km’로 네 갈래 길이 소개되어 있다. 이중 배바위가 있는 남쪽 능선길로 내려가도록 한다. 바윗돌들이 드러난 경사가 다소 급한 길을 따라 내려가노라면 조계산 최고의 조망처인 배바위에 다다른다.


배바위 오른쪽 옆의 돌이 섞인 급경사를 내려가면 작은굴목재와 큰굴목재 지나 송광사 방면으로 널찍한 계단길을 따라 10분쯤 내려가 나무다리를 건너면 큼직한 화장실에 이어 윗보리밥집이 나온다. 여기서 남쪽 계곡길을 따라 100m쯤 내려가면 아래보리밥집이 있다.


점심 식사 후 큰굴목재까지 다시 올라가려면 다소 숨이 가쁘다. 큰굴목재에서 선암사골을 따라 내려가는 길은 완경사에 넓어서 걸음이 편하다. 삼나무숲 오른쪽 옆을 지나면 곧 큰 길을 만나며, 큼직한 계곡을 건너면 곧 ‘비석삼거리’ 팻말 지나 선암사에 다다른다. 큰굴목재에서 선암사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교통
서울~순천
  열차편 용산역에서 호남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하루 20회 운행(06:50~22:50). 4시간40분~5시간 소요. 요금 새마을호 34,800원, 무궁화호 23,500원. 


서울~순천  고속버스 강남터미널에서 30~40분 간격(06:10~24:00)으로 운행. 우등요금 28,100원(금호고속 전화 02-530-6211, 천일고속 전화 02-535-3166, 순천고속버스터미널 전화 061-752-2863).


순천~송광사  순천역을 출발해 공용정류장을 경유하는 송광사행 111번 좌석버스가 하루 21회(06:00~18:40) 운행.


순천~선암사  순천역 발 공용정류장 경유 선암사행 1번 시내버스가 하루 32회(05:50~22:30) 운행.
 


숙박
순천시내에 동경장호텔(061-741-6500), 아젤리아호텔(754-6000), 노블레스호텔(722-7730), 리버사이드여관(745-5535), 뉴코아장여관(742-3630), 그레이스모텔(744-1691) 등 수많은 숙박업소가 있다.


송광사 시설지구에 금광여관(755-2063), 송광여관(755-2125), 선암사 시설지구에 선암장여관(754-5666), 관광장여관(754-5773), 새조계산장(751-9200), 초원장(754-5811) 등이 있다. 순천시 홈페이지(http://www.suncheon.jeonnam.kr) 참조.


 

 

조계산 사찰림
 
▲ 거대한 활엽고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조계산 드는 길.

조계산의 숲은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전형적인 활엽수림이다. 한낮에도 부드럽고 자연스런 그늘이 드리워져 편안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특히 사찰 주변을 에워싼 엄청난 거목들은 정말 볼만한 구경거리다. 크기도 대단하지만 그 장엄한 자태가 감동적이다. 여기에 선암사 뒤편의 울창한 편백나무 숲까지 돌아보고 나면 푸짐한 남도 스타일의 밥상을 받은 듯한 느낌이다.


조계산 숲 탐방은 사찰과 이어진 길을 따르는 여정의 연속이다. 산 서쪽 기슭의 송광사와 동쪽의 선암사를 잇는 길이 숲을 보는 데 안성맞춤인 코스다. 송광사는 우리나라 불교의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곳이며, 선암사는 한국 불교의 다른 한 맥인 천태종의 남방 중심사찰이다. 한국 불교의 양대 맥을 한 곳에서 보는 재미는 덤이다.


숲을 즐기는 데는 절까지의 진입로가 2km쯤 되는 선암사 방면이 유리하다. 잰걸음이면 30분도 안 걸리겠지만 여유롭고 느긋하게 걷기에는 안성맞춤인 거리다. 송광사 방면의 진입로는 1km도 안되는 데다 절집과 상가 등이 줄지어 나타나기 때문에 약간 산만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선암사 주차장에서 흙길을 따라 잠시 들어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문화재관람료를 지불하고 진입로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 있다. 하늘을 가리는 나뭇잎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뙤약볕이 쏟아지는 여름에도 피부가 그을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잠시 후 광장을 지나치면 길 오른쪽으로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부도비들이 보인다.


부도비를 지나 조금 더 진행하면 보물 제400호인 아치형 돌다리 승선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다리 뒤편의 강선루와 어우러진 승선교의 모습은 선암사의 대표적인 경관으로 꼽을 만한 아름다운 풍광이다. 다리 구경을 마치고 조금 더 전진하면 찻집 건물 앞에 삼인당(三印塘)이라는 연못이 보인다. 알 모양의 연못 속에 섬이 있는 독특한 양식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삼인당 앞의 커다란 삼나무와 연못의 모습이 잘 어우러진다.


연못을 지나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 길은 편백나무 숲을 거쳐 굴목이재를 오른 뒤 송광사로 이어지는 탐방로고 오른쪽 길은 선암사로 연결된다. 산행이 목적인 이들도 일단 선암사는 한번쯤 들러보고 가는 것이 좋다. 대웅전 앞의 보물 제395호 삼층석탑을 비롯한 다양한 불교유적도 좋지만 절집 앞의 속이 썩어버린 거목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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