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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의 동양대학교 김홍대 부총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산삼 전문가'다. 경북 봉화에서 양조장을 하던 그의 집에는 늘 심마니들이 들락거렸다. 어려서부터 들었던 현장담과 평생에 걸친 연구 결과를 모아 '한국의 산삼'(김영사)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법학 박사인 그가 산삼 박사가 된 이유다. "소백산에 산삼을 찾으러 들어가는 심마니만 하루에 100명이 넘습니다. 외지 사람들까지 합하면 매일 300명 이상이 소백산을 뒤지고 다니죠. 산삼이 멸종 위기에 처할 지경입니다. 그만큼 천종은 드물어요." 아무리 노련한 심마니도 천종은 1년에 한 뿌리 캘까말까라고 한다. 얼마 전에는 한 탈북자가 '금강산에서 캔 천종'이라며 삼을 들고 그를 찾았다. "봤더니 글쎄, 중국산 장뇌삼이더군요." 김 부총장은 호통을 쳐서 상대를 내쫓았다고 한다. "한 마디 대꾸도 못하고 나가더군요." 뿐만 아니다. 심마니와 감정사가 아예 짜고 사기를 치기도 한다. 산에 이식한 지 불과 3~4년 된 중국삼이 50년짜리 천종이라며 팔리기도 하고, 봉황처럼 생긴 한약재인 백선피(피부병 치료제)는 아작이 먹었다는 전설 속 봉황삼(7구 정도의 오래 묵은 천종)으로 둔갑하기도 한다."산삼 감정과 유통질서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어요. 심각한 지경입니다. 제대로 된 연구와 보존이 절실하죠." 그는 "산삼이라고 다 똑같은 산삼이 아니다"고 말했다. "산삼에도 천, 지, 인이 있어요." 천종과 지종(자연삼), 그리고 인종이다. 보통 인삼은 6년 이상 자라면 썩어 버리고 만다. 인삼 씨앗을 새나 사람이 산에 옮긴 게 지종이다. 지종은 아들-손자-증손자를 거쳐 5대째인 고손자대에 가야만 비로소 천종이 된다. "야성에 동화하는 5대까지 가려면 적어도 80~100년은 걸리죠. 1대나 2대 지종은 약효도 인삼 수준에 불과해요." 그런데 5대짜리는 물론이고, 3대나 4대짜리 지종도 사실은 캐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만큼 드문 게 천종임을 알아야 합니다." 산삼 Q&A ■ 산삼은 주로 어떤 곳에서 나나 "햇볕에 약한 게 산삼이다. 25℃의 여름 석양을 10분만 받아도 산삼 잎은 타버린다. 그래서 산삼은 그늘진 곳에서 자란다. 동북향인 산에 산삼이 많은 이유다. 침엽수(30%)와 활엽수(70%)가 적절히 섞인 곳, 특히 뿌리에 수분이 많은 잣나무 아래서 산삼은 생기 있게 자란다." ■ 산삼도 잠을 자나 "물론이다. 산삼은 피곤하면 잠을 잔다. 산불이 나거나, 산사태가 나서 토사에 덮이는 등 환경이 나빠지면 스스로 아래쪽 작은 뿌리를 떼버리고 잠을 잔다. 길게는 20~30년씩 잔다. 자다가 환경이 좋아지면 다시 줄기가 올라온다." ■ 산삼의 효능은 "흔히 '만병통치약'이라고들 한다. 소련에서 연구를 통해 그를 입증했다. 일명 '어댑토겐(Adaptogen-적응소)'기능이다. 혈압이나 혈당이 높은 사람은 낮아지고, 낮은 사람은 높아지는 식이다. 일반 약품은 다르다. 둘 중 한쪽에만 듣는다. 닭에게 산삼딸(산삼 열매)을 먹인 뒤 배설을 통해 씨를 퍼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산삼딸만 먹어도 닭은 힘이 엄청나게 세진다. 위에서 눌러도 쉬 주저앉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산삼은 영약이다." ■ 한국 산삼과 중국 산삼의 구별법은 "향기가 다르다. 한국 산삼은 실뿌리 1㎝만 씹어도 향기가 두 시간 이상 입 안에 남아 있다. 그래서 삼을 훔쳐 먹은 삼도둑은 며칠 동안 몸에서 풍기는 삼 냄새 때문에 끝내 잡힌다고 한다. 반면 중국삼이나 미국.캐나다삼은 약간 씁쓸할 뿐, 향기는 거의 없다. 또 한국 산삼은 30~40분 씹어도 물이 되지 않고 계속 질긴 잔유물이 남는다. 그러나 중국삼은 3~4분만 씹으면 으스러져 물이 돼 버린다. 산삼의 몸통을 옆으로 들어도 차이가 난다. 한국삼은 실뿌리가 빳빳하게 서는데, 중국삼은 아래로 축 처진다." <인제>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2006.08.17 14:39 입력 / 2006.08.18 06:2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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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큰 삼은 캔 적이
없어. 내 평생 처음이었지."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귀둔리. 지난 장마 때 쏟아진 폭우로 굽이진 산골 도로는 군데군데 끊어져 있었다. 거기서 심마니 김영택(61)씨를 만났다. 이 일대에서 그는 '큰 삼 캐는 심마니'로 통한다. "열아홉 살 때부터 심마니를 따라다녔어. 산에서 밥도 하고 나무도 하고 짐도 지고, 온갖 허드렛일을 다했지. 그렇게 심 보는 법(산삼 찾는 법)을 배웠지."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 밑으로 동생만 다섯, 그가 장남이었다.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심마니가 됐다. 말이 심마니지, 심을 보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산을 탄 지 15년째 되던 해였다. 산 속에 머물던 그는 움막에서 꿈을 꾸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봤어. 광목 자루를 주며 가져가라고 하시더군. 손을 넣었더니 글쎄, 사람 허리 굵기의 구렁이가 내 손을 덥석 무는 거야. 놓으라고 했더니 슬그머니 놓더군. 그걸 손에 든 채 꿈을 깼어." 심마니 경력은 15년, 그래도 여전히 '초보'였다. 큰 삼을 캔 적이 없었다. "꿈을 깼는데 막막하더군. 이 넓은 산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더라고." 궁리 끝에 그는 점봉산 고래골의 처마바위 쪽으로 갔다. 나무 사이를 훑던 그는 입이 쩍 벌어졌다. 무려 60㎝나 되는 산삼의 꽃대가 빳빳하게 올라와 있었다. 믿기질 않았다. 줄기가 여섯 개나 되는 6구 산삼이었다. "그렇게 큰 삼은 본 적이 없었거든." 그는 살짝 흙을 팠다. "노두(뿌리에서 싹이 나오는 머리 부분)의 길이가 장뼘 하나와 반이더군. 약통(몸통) 굵기는 구론산 병만 했어. 노두가 너무 가늘어 부러질 것만 같더라고." 그는 다시 흙을 덮었다. 쿵.쾅.쿵.쾅, 가슴이 방망이질했다. 주위를 훑었다. 제법 큰 삼이 세 뿌리나 더 있었다. 일어서는데 다리가 펴지질 않았다. 너무 흥분해 쥐가 난 것이다. 일단 숨을 골랐다. 그리고 조심조심 산삼을 캤다. "실뿌리 하나도 다치지 말아야 돼. 중간에 끊어지면 '파삼'이 되거든. 그럼 값도 반으로 뚝 떨어져." 산삼은 무척 컸다. "노두에서 미(뿌리) 끝까지 무려 1m30㎝나 됐어. 적어도 650년이 넘는 천종(5대 이상 인위적 간섭없이 산에서 자란 천연 산삼)이더군. 그런 삼은 나는 물론, 남들이 캤다는 얘기도 못 들었지." 산을 내려와 무게를 달았더니 3냥9돈7푼(약 149g, 금 40돈의 무게)이었다. 천종 산삼은 120년은 돼야 1냥(37.5g) 정도 무게가 나간다고 한다. 큰 삼을 캤다는 소문은 빨랐다. 금방 서울에서 연락이 왔다. 아주 높은 어른이 직접 내려온다고 했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어." 작고한 현대그룹의 정주영 명예회장이었다. 직접 강원도 인제의 산골까지 내려온 것이다. <인제>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정 회장, 강남 아파트 네 채 값 선뜻 3시간30분 동안 한 뿌리 다 먹고 가
"전문 감정사가 필요 없더군. 그분이 직접 산삼을 보실 줄 알더라고. 노두와 약통, 꽃대를 찬찬히 살피시더니 무릎을 탁 치시더라고. '이런 물건이 이제야 나왔다'면서 말이야." 그리고 그 자리에서 먹을 준비를 했다. 김영택씨의 부인 함영자(52) 씨가 물을 떠와 산삼을 씻었다. "회장님께서 '삼 씻느라 수고했다'며 집사람에게 70만원을 따로 주더군. 손수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서 말이야." 산삼은 먹는 법이 따로 있다. 아무리 큰 삼도 한 번에 다 먹는다. 그래야 약효가 다 난다고 한다. "그분도 앉은 자리에서 산삼을 모두 드셨지. 뿌리 끝부터 줄기, 잎까지 말이야. 산삼은 입 안에서 물이 될 때까지 잘근잘근 오랫동안 씹어서 먹어야 해. 그 삼을 한 뿌리 모두 잡수시는 데 꼬박 3시간30분이 걸렸어." 정 명예회장은 삼을 먹으면서 젊었을 적 고생담을 꺼냈다고 한다. "농촌에서 삼 캐며 살기가 힘들다고 했더니 마구 호통을 치시더군. '당신이 고생을 알긴 아느냐'면서 말이야. 그분의 고생담을 듣다 보니 내가 참 부끄럽더군. 이북에서 내려와 안 해본 일이 없더라고." 삼을 캤던 장소는 '1급 비밀'이다. 죽을 때가 아니면 자식한테도 입을 다문다. 그도 7800만원짜리 산삼을 캤던 장소에서 5년 뒤에 '후속타'를 날렸다. 25m 떨어진 지점에서 450년이 넘는 '5구 쌍대 천종'을 캔 것이다. "산삼 씨앗은 주변에 떨어지거든. 땅 밑에서 자던 삼이 올라온 거야. 그건 4600만원에 팔았어." 그의 안방에는 당시 사진이 걸려 있다. 산삼과 돈다발, 그리고 21년 전 젊은 김영택씨가 그 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심마니들 사이에 '큰 심 난 곳은 30년 동안 캐먹는다'는 말도 있다. 산삼은 '캘 때'뿐 아니라 '캔 뒤'도 중요하다. 낙엽 등으로 흔적이 없도록 철저히 위장을 해놓아야 한다. "산삼을 캤다는 소문만 나도 인근 지역의 심마니들이 그 산을 이 잡듯이 뒤지거든. 흙을 판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여러분, 산삼 여기 있소. 아무나 와서 캐시오'라고 소리치는 셈이지. 그래서 흙을 다시 덮고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의 껍질을 벗겨 표시를 해두었지." 요즘 김영택씨는 부인과 함께 삼을 캐러 다닌다. 부인도 경력 14년에 이젠 고수가 다 됐다. 처음엔 물론 아니었다. 14년 전, 산속을 헤매던 김씨는 급히 부인을 불렀다. 그리고 지름 4m쯤의 원을 동그랗게 그렸다. "이 안에 산삼이 있는지 한번 찾아봐." 그때까지 부인은 산삼을 캔 적이 없었다. 그래도 남편이 캔 삼은 많이 봐왔던 터였다. "풀을 꼼꼼하게 다 뒤졌죠. 그런데 산삼은 없더라고요. '여긴 산삼이 없다'고 했더니 남편이 다시 보라는 거예요." 부인은 풀을 하나씩 젖히며 다시 찾았다. "그래도 산삼이 없더라고요. 남편이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자 남편이 마대(지팡이)를 들었다. 마대 끝에 산삼이 반듯하게 앉아 있었다. "그제야 눈에 확 띄더라고요. 참 묘하데요. 그 다음부터는 산삼이 눈에 들어와요." '삼은 내가 깔고 앉아도 안 보이고, 내가 밟고 있어도 안 보인다'는 말이 있다. 심마니들은 산삼 찾기가 헬기를 타고 가다 깊은 산속에 '휙' 던진 500원짜리 동전을 찾는 일이라고 비유한다. "한번은 동네 사람 13명이 함께 삼을 캐러 갔어. 산 중턱에서 쉬고 있었지. 그런데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얘길 하면서 곁에 난 풀을 계속 만지는 거야. 봤더니 글쎄, 산삼이더라고. 그런데 자꾸만 잎을 하나씩 따서 버리는 거야." 김영택씨는 말은 못하고 속만 바짝바짝 탔다. 잠시 후 사람들이 "이제 그만 가자"며 출발한 뒤에야 그는 "심 봤다"고 외쳤다. 거기서 산삼 세 뿌리와 아기삼 네 뿌리를 캤다. "모두 270만원에 팔았지. 같이 갔던 사람들에겐 10만원씩 주고, 30만원으로 산당(산에 있는 사당)에 정성도 올렸지." 그 삼을 처음 만졌던 사람은 이후 삼 캐는 일을 접었다고 한다. "산삼을 잡고도 몰랐으니 글렀다고 생각한 거지. 그런데 9년 후에 그 사람과 사돈지간이 됐어. 내 남동생이 그 집 딸과 결혼했거든. 일찍 사돈이 됐더라면 산삼이라고 일러줬을 텐데 말이야. 껄껄." 심마니들이 산에 들 때는 조심에 조심을 거듭한다. 개고기를 먹어서도, 죽은 짐승을 봐서도, 출산을 보거나 상갓집에 가서도 안 된다. 부정 탄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고기를 먹고 가면 몸에서 개 냄새가 나. 옛날에는 호랑이 밥이 되기 십상이었지. 부정 타는 일이 있었으면 달이 바뀐 뒤에 산에 들어가야 해." 한번 산에 들면 1주일씩 머문다. 그동안 먹을 식량 등 이런저런 준비물도 만만찮다. 그래도 가는 길에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를 본다면 발길을 돌려야 한다. "작은 심은 그냥 캐는 사람도 있지. 그런데 큰 심은 내 몸이 깨끗해야만 보여." 귀둔리의 심마니들은 지금도 삼을 캐면 산당에 제물을 바친다. 아주 큰 삼을 캐면 소를, 그보다 작은 삼은 돼지를 한 마리 잡는다. "그때는 100명쯤 되는 동네 사람들이 함께 산에 가지. 거기서 큰 가마솥을 걸어놓고 소를 잡아." 가끔 '산삼을 캤다'며 멀리서도 연락이 온다. 감정을 해달라는 부탁이다. "직접 가서 보면 대부분 장뇌삼이야. 천종은 정말 드물어. 쉽게 나타나질 않아." 그런데 "이거 장뇌야"라고 감정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이질 않는다고 한다. "곧 죽어도 '천종'이라고 우기지. 사람들 욕심 때문에 장뇌가 천종으로 둔갑하고, 가짜 삼이 판을 치는 거야. 안타깝지." 2006.08.17 14:37 입력 / 2006.08.18 06:26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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