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덕유산 종주 산행기
★언제 ; 2003년 10월 18일 금요일
◆덕유산 종주 산행기(선비마을 ~ 육십령)
금요일 퇴근길 서울발 대전행 열차 안에서 덕유산 종주에 관한 정보를 다시 한번 쭉 훑어보고 집에와 잠자리 들기 전 배낭에 잊은 것 없이 챙겨놓고 잠을 청하건만 혼자 떠나는 초행길 산행이기에 설렘으로 그리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 3시에 맞추어 놓은 자명종 소리에 잠에서 깨어 배낭을 다시한번 점검하고 육십령까지 태워다 주기로 한 처남 집 근처 한밭도서관 정문에서 택시를 멈췄다. 근처 24시간 김밥집에서 김밥 2줄을 사서 배낭에 넣으니 처남이 시간 맞추어 오지 않는가.
내가 탄 차는 안영I.C를 통과해 대진 고속도로로 접어드니 어둠속에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어둠속을 질주한다. 어느새 느낌표님을 일러주신 서상I.C를 나와 그리 얼마 달리지 않으니 굽이굽이 돌아 육십령이 아닌가? 하지만 막막하다 어느 곳에서 덕유산 종주가 시작 돼야 하는지 어둠 속에 분간을 할 수가 없지 않은가?
육십령에 자리한 슈퍼 주인한테 미안함을 무릅쓰고 가게문을 두들겨 물어보니 산 정상 오른쪽으로 오르면 된단다. 그곳에 다가서 후래쉬 불빛을 비추어보니 그 누구의 산행기에서 읽었던 덕유산 종주의 시점. 백두대간의 시작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고 그 앞에는 등산로를 폐쇄하는 문구가 함께 있지 않은가 좀은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을 접고 등산로를 가로막은 목책 울타리를 넘으면서 처남과는 작별을 해야했다.
1.육십령 - 할미봉(05시 15분 ~ 07시 13분)거리; 2.3KM
목책 울타리를 넘어서는 순간 아무 생각이없다 오로지 나 혼자 곧장 뻗은 길로 후래쉬 불빛을 자동으로 이리 저리 옮겨 보지만 지금 내가 걷는 길이 남 덕유산으로 가는 길인지 도대체가 간음을 할수 없는데 산행기에서 읽어본 구조안내 11-02번이 있지 않은가. 이젠 조금 안도의 숨소리를 고르고 오로지 이 길로 걷기만 하면 되는구나 그 생각 한가지 뿐이었다. 내 발자국 소리에 푸드득 날아가는 이름모를 산새들의 움직임에 오히려 내가 음찍하고 11-03에 도착하니 2시방향의 직진길이 보이지 않는가 어느님의 산행기는 여기서 조금 지나면 헬기장이 있다고 했는데 진짜 헬기장이 나오지 않는가 참 이렇게 고마울 데가 ....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헬기장 근처를 후래쉬로 쭉 돌아봐도 마땅한 등산로가 보이지 않아 희미하게 보이는 길을 따라 무작정 걷는데 느낌이 그저 찜찜해져 온다 하지만 이왕 들어선 길 어쩌라 하는 수 없어 걸어보지만 그 많은 산악 회원들의 꼬리표 하나 없이 갑자기 산 허리가 뚝 잘라진 절벽이 나타나지 않는가 ...
어찌하오리까 능선이 여기서 끝인걸 옆을 보니 체석장 인지 산 하나를 완전히 통째로를 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환경 파괴의 주범 오호 통제라. 그 채석장 한쪽 불빛을 따라 가보니 밥집 아줌머니가 아침밥을 짖고 계시기에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할미봉을 가는데 길을 잃은 것 같다니까 이 아주머니 왈 서울에서 온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아 모르니 조금 있으면 인부들이 일어난다고 그때 물어보란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왕 이렇게된 것 아침이나 먹자하고 배낭에서 김밥 한 줄을 꺼내 입에 물으니 인심 좋은 아주머니 아침상에 올리려 준비한 시래기국 한 사발을 주시지 않는가? 아주머니의 따뜻한 마음에 마음도 속도 더불어 따뜻해져온다 이렇게 아침을 먹고 6시가 좀 넘으니 한사람씩 식당으로 모여드는데 도대체가 남 덕유산으로 가는길이 이것이 맞는다고 말해주는 이가 한명도 없다. 이젠 제법 날이 밝아 후래쉬는 다시 배낭에 넣고 내가 온 길을 되돌아 가보자 결정하고 그곳 채석장을 떠나 종종 걸음으로 되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기니 다시 헬기장이 나온다
하지만 그곳에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내가 가고 온길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이곳에서 다른 등산객이 올 때까지 기다려볼까 아니면 수봉님께 전화해볼까 궁리 끝에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내가 내려온 길을 다시 더 오르니 11-03구조 안내표지판에 11시 방향으로 백두대간 종주 꼬리표가 많이 붙어있는 등산로가 또 하나 있지 않은가 밤길에 급히 오르다 보니 내가 그 길을 보지 못한 것이다. 그 길을 보지 못하고 1시간 이상 헤맨 내 자신이 스스로도 멍청해져 보였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런, 이런 이곳도 헬기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11-03을 기준으로 두 곳에 헬기장이 있으니 ....
여기서부터 거친 숨소리를 몰아쉬며 내 달아 보지만 왜 그리 안개는 자욱한지 내가 걷는 그 길만 보일뿐 다른 경치는 도대체가 볼수가 없다. 급경사 바위를 헐떡대고 오르니 드디어 할미봉이 아닌가 남들은 한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를 2시간만에 도착한 것이 아니가? 그곳에 덜썩 주져앉아 사방을 둘러보지만 안개는 더욱 자욱해져만 오고 할미봉 조망이 얼마나 좋은지 조망안내 표지판만 공사중이라고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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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할미봉 - 교육원 삼거리(07시 20분 ~ 08시 05분)거리; 2.92KM
1시간 이상을 길을 잃고 헤매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열심히 걷는 것 하지만 자욱한 안개로 인하여 인기척 없는 산중에 나 홀로 나름대로 걸어보지만 등산로 양옆 조릿대의 이슬이 바지를 흥건하게 적시더니 차디찬 물줄기가 등산화 양말속까지 파고 들어온다. 그래도 길을 헤맬때보다는 내가 걷는 길이 향적봉으로 가는길이 맞는 다는 현실에 그리 힘들지 않게 교육원 삼거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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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육원 삼거리 - 서봉(08시 05분 ~ 09시 13분)거리; 2.13KM
서봉으로 가는길은 덕유산 종주중에 가장 힘든 코스가 아닌가 싶다. 바람은 거세게 불어오고 안개로 인한 이슬로 겉옷은 젖고 땀은 흘러 속옷마저 축축해져 온다. 헉헉거리는 숨소리를 잠시 고르고 나면 금새 추위가 엄습해 오지만 배낭속에 쇠주는 작은것 한병 있지만 혼자 마시는 것도 그렇고 갈증 날때면 귤 하나 입에물고 넉넉히 준비한 물로 목을 축인다. 안개라도 걷히면 보는 즐거움이라도 있지 이것은 오로지 걷는 일 이외에는 다른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서봉으로 가야만 하는데 남 덕유산 이정표만 있고 서봉 이정표는 없고, 그래도 오른쪽 길로만 가면 서봉으로 간다는 생각에 무심코 선택한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새 서봉 정상이다. 해발 1,492M 외로움에 야호~~ 크게 한번 외치고 싶지만 너무도 거센 바람에 날아갈 듯 오래 지체할 수가 없는 두려움 셀프로 나의 모습 한 장을 담고 곧바로 하산하고 말았다. 서봉에서 볼수 있는 것은 너무도 잔인한 안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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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서봉 - 남 덕유산(09시 13분~09시 47분)거리; 1.51KM
1차 정복 목적지를 무려 4시간만에 오른 것이다. 그래도 할미봉 전에서 길을 잃고 우왕좌왕 할 때보다는 마음 적으로 편안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 첩첩산중에서 등산객 한 명을 볼 수 없으니 이 어인 일인고 좀은 이른 시간이고 토요일이라지만 이렇게 적막강산 일줄이야 외로움을 달래려 소형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보지만 전파가 잡혔다 말았다 오히려 듣는 것이 짜증이나 라디오를 꺼버리고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남덕유산 해발 1,507M올랐다. 이곳도 서봉과 마찬가지로 바람이 세찬지 안개의 움직임이 내 눈앞에서 구름덩이가 쏜살처럼 지나간다. 이정표 위에 카메라를 얹고 셀프로 사진을 찍으려니 거센 바람에 카메라만 떨어질 것 같다. 만약 떨어지면 수십 만원이 날아가는데 잠시 바람이 적은 틈을 타 잽싸게 사진 한장을 찍고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지만 역시 그놈의 안개로 내가 어디인지 감을 잡을수도 없는데 한가지 영각사에서 이 정상으로 곧장 왔으면 편했을 것 안개로 덕유의 넉넉함을 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그런 혼자만의 투덜거림을 뒤로하면서 하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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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남 덕유산 - 월성재(09시 47분~10시 18분)거리; 1.4KM
남 덕유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어찌 되었던 신이 난다. 그리 힘들게 올랐지만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편안하지 않은가 내려가면 또 올라가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순간만은 행복하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여유도 찾고 혼자 콧노래도 불러 보지만 나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없다는 현실에 잠시 외로움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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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성재 - 삿갓 대피소(09시 47분~11시 20분)거리; 2.9KM
월성재에 그냥 덜썩 주저앉아 오이 하나를 지근지근 씹는데 오이 향이 어찌나 향긋한지 이 향과 갈증을 달래주는 맛에 산에 오를 때면 으레 오이를 준비하는 지도 모른다. 그리곤 내가 좋아하는 앙꼬가 들어있는 작은 팥빵을 두어개 입어 넣고 우물 거리는데 갑자기 한줄기 햇빛이 보이는 것이다 드디어 안개가 걷히나 보다 했는데 금새 햇살은 어디로 사라지고 안개만이 덕유산을 평정하고 있다. 그래도 잠시 걷힌 안개 사이로 울긋불긋 형태를 갖춘 이름 모를 암벽을 사진에 담고 삿갓 골로 떠나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뒤돌아보니 드디어 이 산중에 내 말고 또 다른 누가 있다는 그 사실만도 안도가 되었다. 하지만 끝내 내 뒤를 따라오던 사람들은 향적봉까지 오는 동안 만나지 못했다.
삿갓 봉을 오르려 하는데 안개 때문에 어차피 덕유의 자연을 즐기지 못할 것 그냥 우회도로를 따라 삿갓 대피소에 도착하니 허리가 굽어진 것이 잘 펴지지 않아 배낭을 벤취에 덜렁 던져놓고 60M아래 샘터로 발길을 옮기는데 급경사 계단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계단이 끝나는 지점이 플라스틱 통 2개가 있어 그것은 대피소 전용인줄 알고 더 계속해서 내려가 봤지만 샘물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600M를 60M로 잘못 보았나하고 한참을 내려가도 샘물이 없어 그냥 다시 올라와 보니 계단 끝 프라스틱 통 위에 작은 종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이곳이 맏나보다 하고 통을 열어보니 이름 모를 벌레도 있지만 그래도 한 종지 벌꺽벌꺽 들이대고 작은 병 2개에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계단을 올라오는 기분 오늘 벌써 헛 품을 파는것이 두 번째가 아닌가? 야생화 채취금지, 산나물 채취금지 이런 표지판만 계단에 달아 놓을것이 아니라 이곳이 샘터라는 표지판 하나 달아 놓았더라면 나 처럼 멍청하게 고생하는 이는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배낭에서 하나 남은 김밥을 마저 꺼내놓고 라면을 끓일까 망설이다 좀은 귀찮은 생각에 김밥과 빵 그리고 귤 또 하나 초코렛으로 허기를 채우고 삿갓재 대피소를 떠났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등산객은 한 명도 볼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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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삿갓재 대피소 - 와룡산(11시 50분 ~ 12시 53분)거리; 2.1KM
민생고도 이젠 대충 해결 하였겠다 삿갓재를 오르니 이젠 완연히 안개가 걷힌 것이 덕유산의 넉넉함을 볼수가있지 않은가 내가 걸어온 길이 까마득 하게 보이고 와룡산으로 가는 언덕이 저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왜 그다지도 한적하고 쓸쓸해 보이는지 큰 나무 하나 없이 작은 잡목들로 가득 매운 사이로 오솔길만이 멀리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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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산아 내가 가마 기다려라 하곤 이젠 가끔 파아란 하늘도 쳐다보고 바람이 조금 거칠게 불어와도 바람을 조금씩은 즐기는 여유 마져 생겼다. 어찌 되었든 그리 힘든 코스도 아니고 룰루 랄라 혼자서 와룡산을 오르는 재미에 흠뻑 젖어 보곤 한다. 그런데 빨알간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끝에 속살을 보이며 막 벌어지고 있는데 도대체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알수가 없다.
삿갓 재에서 저 멀리 보이던 계단 오솔길 그 길을 걷는데 오히려 옆 언덕을 걷는 것 보다 불편했다 이왕지사 만드는 계단 우리 보폭에 맞게 만들었으면 좋으련만 하는 수 없이 나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던 계단 옆 언덕길을 따라 자연 파괴함을 좀은 미안하지만 그래도 편안하다는 생각으로 내도 그 언덕길을 택해 무룡산 정상 해발 1,492M에 올랐다. 앞으로 향적봉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8.4K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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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나무인지 아시는 분 꼬리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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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무룡산 - 동업령(12시 54분 ~ 14시 15분)거리; 4.1KM
무룡산에 오르니 멀리 향적봉 철탑이 아련히 보인다. 이젠 놀면서 쉬엄쉬엄 가도 되겠구나 하는 편안함이 잠시 졸리움까지 따른다. 동업령은 칠연계곡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조금은 있을 것이다 생각했건만 아직까지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내 앞을 그 수많은 사람들이 걸었을 길인데 오늘은 왜 이다지도 적막일까 되 내이며 어느 이름 모를 능선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려하는데 작은 바위 뒤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반가움 마음에 찾아가 산행 중에 처음으로 말을 건네본다. 어디에서 올라왔느냐고? 칠연계곡에서 올라온 부부가 나란히 맛나게 점심을 먹고 바람을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기에 나도 약산의 행동식으로 목을 축인다음 그 부부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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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헤여져 동업령에 도착하니 안성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이 드문드문 보인다. 그 중 대 여섯명의 아줌씨들이 준비없이 올라 왔는데 추워서 어찌할찌를 몰라 나한테 어디로 하산하면 가장 빠른가 불어보기에 지금 올라온 길로 가면 가장 빠르다 했더니 그 먼길을 어찌 또 가냐고 울먹이면서 이게 뭔 고생인지 모르겠다고 투덜투덜된다. 그러면 향적봉에 가서 곤도라를 이용해 무주 리조트 하산 코스를 권하니 그러겠다면서 내 뒤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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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동업령 - 송계삼거리(14시 17분 ~ 15시 06분)거리; 2.2KM
내 뒤를 따르던 아줌씨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송계 삼거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금까지는 너무도 외로운 산행길 이었는데 그래도 가끔 동행하는 동지들이 있기에 반가움은 더한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오늘 하지 못한 말을 하느라 인사를 거냈다. 모두들 바쁜 발걸음 여기서부터 갈등이다 오늘 저녁 유성에서 모임이 있는데 그곳에 참석하려면 향적봉에서 무주 리조트로 곤도라를 이용해 하산해야 하는데 삼공리로 내려가지 못하면 진정한 종주가 되지 못할 것 같고 하옇튼 일단은 향적봉까지 가보자 하고 송계 삼거리에 도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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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송계삼거리 - 중봉(15시 06분 ~ 15시 31분) 거리; 1KM
오늘 산행중 가장 여유로움과 한가함이 교차한다. 넓다란 덕유평전 융단처럼 깔려있는 이름 모를 잡초들과 조릿대의 어우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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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카페트라면 벌러덩 하늘을 보고 누워 한숨 주무시고 가련만 이제까지 배두대간 종주의길 일부분을 함께 했는데 이곳 백암봉에 난 향적봉 길로 아쉬움의 발길을 돌려보지만 내 언제인가는 백두대간 종주를 하려나 그땐 우측길 횡경재로 이어지는 신풍길을 따라 가리라 혼자 마음속에 새겨 보지만 그날이 오리라는 확신은 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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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오르막길에 힘을 다하여 중봉에 오르니 몇몇 산꾼들이 정상에 모여 귤 2개를 나누어준다.내 배낭에 아직 귤이 있음에도 나눔의 즐거움이 좋아 그만 받아 맛나게 목을 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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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중봉 - 향적봉(15시 31분 ~ 15시 55분)거리 ; 1.1KM
향적봉이 손에 잡힐듯하다. 갑자기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지 향적봉 정상에서 외치는 야호 소리가 여기 저기서 막 터져 나온다. 덕유산 종주의 마지막 절경을 즐기며 좀은 편안한 발걸음을 내딛어 보지만 못내 아쉬움이 앞선다. 죽어 천년 살아 천년의 주목들이 생과 사로 상반되어 나란히 장승처럼 서 있는 모습은 무엇을 의미함인가. 주목은 살아서도 멋지지만 죽어 고목으로 변해 가는 모습에서 더한 아름다움을 찾는지도 모른다. 진정 우리 인간도 죽음을 맞이해서 이 주목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인지? 근데 인간은 더 추해지니 자연 앞에선 우리 인간이 어찌 이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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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아래에 자리잡은 산악인의 집 대피소엔 몇 사람만 한적하게 식사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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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피소를 그냥 훽 하니 지나치니 백련사로 내려가는 길이 우측이다. 내가 잠시 후 이 길을 가야하나 아니면 곤도라로 무주 리조트로 직행을 해야하나 결정의 시간이 다가옴이 향적봉 정상에 도착했음에도 반가움의 기쁨을 잠재운다. 향적봉 정상은 해발 1,614M 아침 5시 15분에 출발해서 줄기차게 걸어온 길 23.66KM 홀로 걸어온 10시간 40분의 덕유산 종주를 여기서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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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엔 무주 리조트에서 올라온 인파로 부쩍되고 바람은 아직도 거세게 불어오지만 그래도 향적봉에서 조망할 수 있는 산들을 한번 쭉 둘러보고는 모임에 꼭 참석하라는 전갈을 휴대폰으로 받고서는 할수 없이 곤도라를 타려고 설천봉 휴게소로 옮겨지지 않는 발걸음을 .......
12.향적봉-설천봉-주리조트-무주-대전동부터미날-선비마을
향적봉 휴게소에서 서쪽능선의 아름다움을 잠시 즐기는데 저녁 노을이 약간 붉어오기 시작함을 아쉬움으로 달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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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곤도라로 하산하니 문명이 편안하기는 하지만 삼공리로 하산하지 못한 내 자신과의 약속 어김이 싫어진다. 하지만 세상은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에 모임도 중요한 일 곤도라에서 내리자마자 무주가는 버스 편을 알아보니 2시간 후에나 있단다 그렇게 기다릴 여유가 없어 택시비 이만원을 주고 무주로 나와 대전직통 버스표를 달라니 방금 전에 출발했다고 1시간 10분을 기다리란다. 여기서 또 택시로 대전까지는 갈 수 없는 일이고 땀에 젖은 옷이 추위가 엄습 해온다. 배낭에는 도시락도 있지만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 이곳저곳 식당을 찾아보아도 없다. 그래서 그냥 중화요리집에 들려 얼큰한 짬뽕 국물에 배낭에 있는 쇠주 한 병을 단숨에 들여 마시고 대전행 버스에 올라 골아 떨어져 전화 벨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왜 모임에 오지 않느냐고 난리다. 지금 동부 터미널 인데 곧장 간다 했더니 이제 해여 지려 한다나 그럼 진작 포기할걸 그랬으면 개운하게 삼공리로 하산해도 되는 것을 아쉬움을 달래면서 선비마을행 택시로 그렇게 오늘 하루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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