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너른 숲

 

 

11월 10일

참으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리고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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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랑산을 가기로 작정한 후에

자료를 구하다가 들어간 어느 블로그,

거기에서 난 어느 분의 추모비를 만나게 되었고

나는 곧 추모비의 주인공을 만나러 가게 되었다.

 

월성봉도 아니고, 바랑산도 아닌,

추모비의 주인공 <강건너 덕배>님을 만나는 것이

바랑산행의 목적이요, 의미가 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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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봉과 바랑산 사이에 있는 추모비

 

 

산이 있네

싸리문 밖

느티나무 꼭대기

달을

걸어 놓으니

속세의 시름이야

흐르는 세월의 강을 건너네

산이여!

고독해 하지 마라

강 건너 덕배 머무는 이곳은

극락이니

행여

외로울까 이 마음

한웅큼 떼어 놓고 가네

 

    강건너덕배 님을 추모하며... 2007. 11. 18. 산우 일동

 

나는 이 추모비를 찾아 예를 갖추었다.

사연을 알지 못하나

절절한 벗들의 정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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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모비를 소개해준 벗님,

고인의 산우이자 선배인 그분의 블로그에 나는 조심스레 댓글을 남겼다.

 

혹 벗님들이  짐작하실지 모르지만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은 흔치 않다.

그만큼 소심한 편이다.

어떤 만남이든 기대 못지않게 두려움을 갖고 있어서

첫손을 먼저 내밀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분의 블로그에 먼저 댓글을 달은 것이다.

 

그러자 그분도 내 블로그에 찾아와 주셨고

매일매일 서로의 블로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같은 동네(송촌동)에 산다는 걸 확인했고

어찌어찌 하다가 만나기로 약속한 것이다.

 

이미 블로그를 통해 서로의 성향을 대략 짐작했던 터라

아주 모르는 사이의 만남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쑥스럽고 조심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술잔이 몇 번 오간 얼마 후,

그분의 후배가 함께 자리를 하고서야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겉으로 드러나는 차분한 분위기만큼이나

내가 엿본 그분의 내공은 깊고 너른 숲과 같았다.

 

 

인화된 이 사진을 선물로 받았다

 

그날 그분은 내 블로그에 올려 있는 사진 한 장을 인화해 선물로 주셨고

나는 어줍잖은 내 시집을 드렸다.

 

그분의 블로그는 정말 깊고 너른 숲이며

게다가 광활한 평원과도 같았다.

처음 만난 느낌도 블로그의 느낌과 같았다.

 

블로그를 통한 색다르고 의미 있는 만남,

이런 걸 덤으로 얻는 복이라 해야겠다.

 

그 벗님의 이름은 <너른숲>...

 

2009. 11. 10. / 정바름

출처 : 정바름의 시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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