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도 꽃을 피운다
[꽃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 바다의 국화 '해국'



▲ 꿈처럼 피어나는 해국.


푸른 바다 짙게 펼쳐지는 갯바위마다 살며시 꿈처럼 바람을 그려 놓듯 들꽃이 피어납니다.
단단한 바위, 검게 그을린 바위, 짜디짠 바위, 흙 한 줌 없는 갯바위에도 꽃은 핍니다.
그들은 아무도 몰래 하나의 섬을 만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갯바람은 들꽃들을 하나하나씩 아주 자그마한 섬 안으로 옮겨놓았습니다. 섬, 그들만의 섬, 그 안으로 살며시 숨어들어 갔습니다. 햇볕에 그을린 검은 갯바위마다 외로운 바다를 위해 또는 철썩이는 파도를 위해 더러는 바닷새를 위해 노래하고 있는 해국이 어찌나 어여쁜지 모릅니다.
가을 하늘을 닮았을까. 외로운 바다를 닮았을까. 바다를 향해 노래하고 있는 해국이야말로 어쩌면 바다를 가장 사모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갯바위마다 소담스레 핀 가을 들꽃들이 보내오는 인사를 받으며 해국이 피기를 또한, 얼마나 기다렸습니까. 길고 긴 기다림 끝에 연보랏빛 얼굴을 살며시 내밀었습니다. 가을 하늘과 짙푸른 바다를 담아내려고 더디게 피었나 봅니다. 모진 인내와 수고로움에 소담스레 핀 해국이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모진 해풍을 견디기 위해서는 두툼한 겨울옷을 입어야 하듯, 해국의 이파리를 보면 흰 솜털이 나있으며 두툼한 잎을 가졌습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순백의 미를 지닌 흰해국도 만날 수 있습니다.
갯바위마다 곱게 물들어가는 해국이 있어 더욱 아름답게 펼쳐지는 바다, 달그락 달그락거리는 바닷물소리에 해국이 만발하게 피어나 파도와 어우러지며 출렁거립니다.

2005년 10월

출처 : 한라의 들꽃 이야기
글쓴이 : 영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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