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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의 천국’ 백두산에 핀 바위솜나물이 색깔도 선명하다.
‘솜방망이’로도 불리는 이 꽃은 휴전선 이남에서는 4월에서 6월까지 어느 산에서든 볼 수 있다. |
한반도에서는 1년 내내 야생화를 즐길 수 있다. 야생화 전문가인 사진작가 김정명씨가 추천하는 ‘야생화 캘린더’가 야생화 관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꽃인 복수초 노루귀 홀아비바람꽃 할미꽃 금낭화 붓꽃 패랭이꽃 왜개연 구절초 용담 산국 동백을 눈여겨 보자. 우리 주위의 어디라도 좋다. 산을 오르면서, 들판을 거닐면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언제든지 야생화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야생화에 관한 한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높은 산, 바닷바람이 강렬한 해안가 절벽…. 야생화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뿌리를 내린다.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날 수 있을까? 잘 살펴보면 저마다 악조건을 극복하며 생존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다.

선명한 꽃 색깔과 향기는 그 지혜 중의 하나다. 바람 불고 비가 오는 외진 곳에 사는 처지라 벌과 나비를 만나기는 어렵다. 귀한 손님을 어렵게 만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야생화는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꽃의 짙은 색깔과 향기는 절박한 상황에서 종족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짓이다.
야생화를 실내에서 거름주며 키우면 절벽 위에서 풍기던 특유의 진한 향기가 옅어지고 꽃 색깔도 그 빛을 잃는 일이 많다. 실내에서라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종족 번식의 사명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벽 위에 핀 꽃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것을 딸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로 절벽 위의 꽃은 평지의 양지바른 곳에 있는 꽃보다 더 아름답다.
따라서 야생화를 캐서 안마당에 심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純粹)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傷)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는 박남수 시인의 노래는 야생화에도 해당한다. 진짜 생명의 신비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야생화가 피어 있는 현장을 찾아가야 한다.
바위구절초에서 볼 수 있는 현상도 그 생명의 신비 중 하나다. 백두산 천지의 바위 틈에 자라는 바위구절초는 봉오리를 맺고(①) 그것이 피어나(②), 꽃받기를 할 때(③)까지는 선명한 붉은색을 띤다. 하지만 꽃받기를 하고 난 후에는 꽃잎이 흰색으로 변한다.(④) 열매를 맺기(⑤) 위해서 꽃받기를 하고 난 다음에는 굳이 꽃과 나비를 유혹해야 할 까닭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도움말 : 김정명 (사진작가)
사진작가 김정명




사진작가 김정명(58)씨는 20년 가까이 야생화를 찍었다. 그리고 그것을 ‘김정명의 우리꽃 사진’이란 이름의 달력 겸 사진집으로 10년째 펴내고 있다. 최근 나온 ‘한국의 야생화’ 제10집이 그것이다.
삼지구엽초 봉오리, 시닥나무 새순, 변산바람꽃, 민들레…. 매주 한 번씩 꽃이 바뀌는 김정명씨의 달력은 ‘움직이는 뜰’이라고 불린다. 탁자 위에 놔두고 보고 있으면 사진에서 들꽃 향기가 맡아지고 물소리와 새소리, 바람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40여년간 카메라 작업을 해온 그는 전국의 산과 오지, 먹을거리, 민속놀이 등을 사진에 담는 일을 했다. 82년에는 전라도 지역에 1년반 동안 아예 눌러살면서 ‘예향’이란 주제의 다큐멘터리 필름을 찍기도 했다. 그러다가 80년대 중반부터 무릎 아래로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KBS는 94년 매일 아침 이 필름을 방영했고, 호평에 힘입어 “꽃을 알리는 책자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이듬해 첫 책자를 냈다.
1집은 6000부가 팔렸다. 사람들은 전화(02-765-3520)로 주문을 해, 9000원짜리 꽃달력을 사 연하장 대신 보내곤 했다. 그 달력을 받은 사람들이 또 사서 친지들에게 연하장으로 보내면서 판매 부수가 늘었다. 9집은 3만5000부가 나갔다. 6집에서 9집까지는 한국특산식물 수생식물 멸종위기식물 약용식물 등을 집중적으로 다뤄, 김씨의 달력은 그대로 식물 도감이 되고 있다.
야생화와 교감을 나누다 보니 김씨는 시인이 다 됐다. 그가 꽃 사진에 붙여 놓은 설명은 그대로 한 줄의 시다. “이별이 두려운 것은 아마도 잊혀짐의 고통 때문이리라. 나를 잊지 말아달라는 꽃말로 유명한 이 꽃은 일명 ‘아네모네’로 불린다.”(꿩의 바람꽃) “어린 아이 허리춤에 매달린 복주머니를 연상시키는 꽃이다. 넙죽 절하고 고사리 손 벌려 세뱃돈 받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금낭화)
야생화 사진을 찍기 위해 김씨는 1년에 200일을 촬영으로
보낸다. 백두산과 독도를 14번씩 올랐고, 제주도 울릉도 오대산 지리산 등 안 가본 산이 없다. 필름 값만 해도 한 달에 1000만원씩 든다.
“눈 감고도 지금 어느 산 어느 자락에 가면 어떤 꽃과 열매가 있다는 것이 떠오릅니다. 그 꽃들이 부르니 가서 찍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그렇게 찍은 꽃 종류만도 1500여종, 필름 컷 수로는 30만컷을 넘는다.
10년을 계속하면서 김씨를
추종하는 팬도 많아졌다. 어떤 시인은 “당신이 찍은 야생화 사진이 마음에 환한 불빛이 됩니다”는 편지를 보냈다. “아름다운 꽃을 보노라니
백두산에서 김 선생님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짐작이 됩니다”며 차를 한 통 보내준 스님도 있었다.
김씨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야생화’를 찍을 생각이다. 11집은 ‘야생란’으로 잡아놓았지만, 12집부터는 어떻게 이어갈지 미리 고민 중이다. “사람들이 달력을 보면서 눈이 트여, 해마다 더 좋은 주제로 더 좋은 사진을 찍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야생화에 관한 한 행복하다. 식물 종 수가 4500종이나 돼 독일(2500종) 등에 비해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그를 ‘사부’라 부른다.
김씨는 “입산했을 때 관심만 갖고 주위를 살피면 시야에 가득히
피어있는 야생화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보고, 꽃 냄새를 맡고, 그리고 계곡이나 산 냄새도 의식적으로 맡아보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의 산하가 더 다정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생화 캘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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