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루금따라 5백리 길(남강태극왕복)
◎ 산행일시 : 2006. 10. 30. 12:10 ~ 11. 03. 06:35 ...(90:25)
◎ 산행구간 : 왕봉산(남강) ↔ 덕두봉 왕복 .........약 200km
☞ 왕로
왕봉산(12:10) → 밤머리재(19:10) → 천왕봉(05:58)
→ 성삼재(16:00) → 덕두봉(02:58)
☞ 복로
덕두봉(02:58) → 성삼재(13:20) → 천왕봉(08:35)
→ 밤머리재(18:04) → 왕봉산(06:35)
☞ 시간 : 왕로(38:48) + 복로(51:37) = 90:25
◎ 산행자 : 늘빈자리
◎ 남강태극이란?
태극종주라는 산행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근래에 들어 출발지점을 상징하는 말로 그 명칭이 붙여지고 있다.
가장 먼저 태동되어 태극의 길을 열었던 전통적인 어천태극(어천~인월),
그리고 요즘 많은 산꾼들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덕산(수양산)태극
(시무산~인월)이다.
어천태극은 초기 태극의 기틀을 세우고 많은 산꾼들에게 도전의
꿈을 심어 주었던 그야말로 태극의 틀을 세운 전통태극이다.
덕산(수양산)태극은 그 유명한 달뜨기 능선을 포함하면서
태극의 문양을 좀 더 완성시킨 멋진 구간이었지만 웅석봉을
밟지 못하는 애석함이 있었다.
위와 같이 두 태극은 초기 태동의 역할이나 태극문양의 완성면에서
그 나름대로 가치가 충분했지만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다소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2006. 6. 17일 okmoutain.com의 카페 태달사(태극을닮은사람들)와
홀산이 합심하여 웅석봉을 지나는 마루금의 연장선을 찾은 결과
단성면의 망해봉을 거쳐서 낙동강 지류인 남강과 맞닿는
왕봉산(153m)까지 그 마루금 길을 이을 수 있었다.
바로 이 산자분수령의 원리에 의하여 새로 찾은 구간의 태극을
일명 "남강태극"이라 명명한 것이며 그 거리가 약 100km에 달하여
비로소 편도100km가 넘는 태극종주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태극을닮은사람들"에 의해 답사가 진행되고 있는
진양호태극(진주대교 또는 금성교~인월, 약 125km)이 선보일
날이 머지 않았다.
◎ 남강태극과 진양호태극(개발예정) 지도
◎ 남강태극 고도표
☞ 왕로
◎ 왕봉산(12:10) → 밤머리재(19:10)
많고 많은 산행중에 왜 하필 장거리 무박산행인가 말이여....?
아직도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용인의 헐렁한 한 산꾼이 있었으니,
그 필명도 무늬만 겁나게 비어버린 늘빈자리 였더라.......
꺾어진 100해의 나이테 마루금에 등을 기댄 연륜이 되도록
그 답을 구하지 못했지만 일직이 지리태극에 몸을 담그고
기를 펴더니 늘 가심속에는 왕복이란 증세가 지병이 되었다 카더라.
각설하고,
근래 새로 등로를 열어 놓은 일명 남강태극왕복에 1차 도전장을
내고 큰소리로 출발하더니만 한 방 제대로 얻어 맞고 졸도했더라.
그래도 고집은 있었가지고서리 다시 도전장을 던지고자 요리저리
눈치를 보며 기회를 엿보더니 10일 뒤 다시 도전을 하는 디.......
으메....기상예보 좀 보소,
날마다 태양이 양반 희희낙낙거리며
구름과 어울려 운우의 정을 실컷 나누는 형상이라,
日과 雲이 만나 거시기를 좀 질펀하게 한들 어떠리,
태극알바(왕복)를 넘보는 산꾼에게는 날씨만 좋으면 따봉이제.
이러다 정말 왕복성공하겠네 그려.
입가에 자신감 넘치는 회심의 미소가 감돌았다 카더라.

▲ 왕봉산 들머리(우측 경사진 허름한 임도)
자 우쨌거나 저쨌거나
왕복빙이란 것이 좋게 보면은 딱끈한 열정과 끈기일 것이요.
삐딱하게 보면은 지나친 영웅적 심리에서 발하는 쓰알데기 없는
짓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로다.
그러기에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닌가 말이여...
어라 이 허수아비 같은 늘빈자리 세상눈치를 걍 무시하고
소신이라카면서 실행하더라.
힘 존 애마를 뒤립다 밟아 단성에 맡겨두고 왕봉산 들머리에
쌍지팡이를 들이밀며 쥔장 나오라고 양미간에 힘을 주는 디,
그 때가 바로 구멍난 가을이 스스로의 추색에 겨워
이사람 저사람 아무에게나 집적거리며 짜릿한 경험을
늘리고 있던 2006. 10. 30. 12:10분 쯤 이었던 것이다.

▲ 왕봉산 정상의 돌무더기

▲ 왕봉산 내림길에서 바라 본 망해봉(정상은 통신탑에서 약 5분 후에....)
태극에 대한 열정과 끈기로 왕봉산을 가비얍게 타고 넘어 워밍업 하더니
제법 가파른 장매물을 던지며 방해하려는 망해봉이 당하는 왕봉산을 보면서
당황하자 몇 방울의 땀방울로 제압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 거리더라,
"망해봉 듣거래이 니는 덩치도 쪼맨한 것이 가시넝쿨도 없이
장애물 설치한다카면 말이 되는기가.....정말로 한 번 망해볼래?"
그랬다.
그 무성했던 곳곳의 가시넝쿨들은 찬 기운 도운 계절앞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힘 한 번 못쓰고 늘빈자리의 발굽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 왕봉-망해봉 사이의 20번 국도는 노란색 중앙분리대 끝부분으로 통과

▲ 도평쪽 망해봉 들머리

▲ 망해봉 전망바위에서 바라 본 왕봉산 전경
자 남강물로 그 기를 내뿜는 왕봉산을 봅시돼이,
비로 체구는 작지만 풍기는 기상이 야무지지 아니한가?
왕봉산과 망해봉 사이에 도로가 있어 마루금의 모양세는
별루지만 남강에 옆구리를 내주고 있는 왕봉산의 자존심은 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강태극의 시발은 반드시 왕봉산에서
해야한다고 어느 산꾼이 목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일리가 있다 이겁니다.

▲ 망해봉...망자의 가택이 있다.
망해봉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어느 망자의 가택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던 헐렁한 늘빈이 몸에 예열이 되자
속도를 높이며 발놀림이 빨라하기 시작한다.
가자가자 저 능선 넘어 석대봉으로
그 곳에 이르면 맛난 석수도 있다카더라
가시넝쿨 나무뿌리 덫으로 변하고
여름이 남기고 떠난 낙옆들이 미끄럽지만
왕복빙으로 단련된 몸에 장애가 될소냐
걷다가 뛰다가 열심히 가다보면
석대봉 넘어 남가람봉도 반길 것이고
듬직한 웅석이도 시원한 갈바람 내밀 것이며,
혹시 알아 웅석이가 웅녀를 보여줄지도......
넘는 이 쉬어가라 발목을 붙잡는
밤머리 고갯길에도 사뿐히 닿을 것이로다.
가세가세 끝까지 가세 지리님 품속으로
알아 주는 이 없는 홀로가는 길이지만
가심에 따오르는 따스한 불꽃이 있으니
이밤 세우고 다음 밤도 세우고,
두 밤을 더 세워서 덕두봉 돌아 왕봉산까지..........

▲ 가을이로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허접한 산꾼의 민가슴을 만지고 가네
만지지 마라케도 이리살랑 저리살랑거리면서 잘도 만지고 가네
색바란 잎을 겨우 떨구어 내며 기운을 잃어가는 가을이
저만치에서 부러운 눈으로 뒤돌아 보는구나.
아서라 아서라 게슴츠레한 저 가을 눈빛에 빠져서 넘어질라.........
그렇다.
이 깊어가는 가을향에 무심한 사나이 가심이 어디 있겠는가?
말 못하는 사나이들의 가슴 속에는 새카맣게 타고 남은 재들이
가득할 것이로다. 어찌 애미나 여성동무들이 그 속을 알 수 있을까..
내 말이 꼭 맞는 말은 아닐지라도 더러는 맞는 말일 것이다.

▲ 익다 지쳐서 시들어 가는 가을의 알밤
가을이란 것이 남정네들이 슬퍼지는 계절이라고 말하더만
어쩜 맞는 말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등로에 뒹구는 밤송이를 바라보며 잠시 걸음을 멈추웠다.
후대를 이어가는 것이 자기희생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음을
밤송이가 보여주고 있기에 삶을 뒤돌아 보게 한다.
맨날 산에 간다고 집 나와서 밤새워 마루금을 누비고 다니는
내가 후대를 위한 희생을 얼마나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우째 찔리긴 해도 어쩌겠는가,
산에 못가 병나는 것보다 땀 흘리며 건강겸 운동겸해서
산에 들어감이 훨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산꾼들이여 늘빈이 말이 꼭 맞지는 않더라도 대충은 맞제?

▲ 315봉 정상

▲ 315봉 내림길.....늘빈이가 썩은 나무 주워다 맹글았죠
빠르게 몰아치니 땀이 샘물처럼 흐르고 숨이 차다.
315봉 정상에는 역시 쳐다보기도 싫은 묘지1기가
또아리를 뜰고 앉아 주인장 행세를 하고 있다.
풍수지리설이 개인적으로 보면은 발복을 기대하는 것이겠지만
좀 멀리 떨어져 보면은 산하를 묘지의 천국으로 만둘고 있는 것은 아닌지......
315봉의 내림길도 등로가 중구난방이라
1차 도전 때 야간진행으로 알바를 했던 곳이로다.
2틀전 썩은 나무가지를 주워 모아 방향을 잡아 놓았다.

▲ 석대능선 오름 중턱의 기도하는 터

▲ 석대능선 암릉 밑 석수....500미리 보충
능선산행 중 물줄기를 만난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석대능 초입의 물줄기는 많은 양은 아니지만 어지간히
가물어서는 마르지 않을 성싶게 꾸준히 흘러 나온다.
허나 물줄기를 만남은 마루금을 벗어났다는 것이므로 조금은 꺼림직하지만
마루금이 오른쪽임을 알고 가는 길이니 어쩌랴................물이 필요한 걸.

▲ 석대산 정상
어제밤 야근으로 두어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새벽을 가르며 달려왔더니
태양이 이글거리며 가을 기운을 더디게 하는 틈새에 졸음이 덤빈다.
에라 이 인정머리 없는 피곤과 졸음놈아,
느그들이 아무리 안다리를 후려친다한들
이제 겨우 두어 시간 다리품을 판 초반부터
어찌 뒤비질 수 있겠느냐 말이다. 빨리 물러가더라고......
30여분 이상 몽롱한 정신으로 비틀거리며 걸었다.
졸음도 안돼 보였는지 물러나며 석대산을 코앞에 대령이로다.

▲ 지나온 석대능선
석대능선은 얼추보면 허름한 듯 하지만 나름대로 고집이 있는 구간이다.
곳곳에 협소한 구간과 암릉구간을 겸비하고 있어서 지리태극으로써의
위용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쉬 넘보면 무지 피곤할 것이로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예상되는 어려움만 견디려는 속성이 있기에
우습게 알고 덤볐다가는 만만치가 않아 스스로 피곤해진다는 야그다.
내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닐지라도 대충은 맞는다 ... 어느 목사님 말씀.
▲ 남가람봉

▲ 일명 옥주봉에서 바라 본 가야할 웅석봉 방향 능선

▲ 태달사 답사팀이 명명한 옥주봉
석대능선의 꽃은 바로 옥주봉이다.
전망이 만방으로 열리고 암릉이 스릴있게 구성되어 약간의 긴장이
감돌면서도 재미가 느껴지는 곳이다.

▲ 1001지방도
옥주봉에서 내려서면서 쉬 지날 것 같은 등로는 눈 속임이로다.
4개 정도의 작은 봉우리를 주면서 1차로 군기를 잡아 놓고서는
1001번 지방도를 걸치어 놓는구나
에고 다리야 하고 숨을 돌리는 찰라 최고의 지루함을 자랑하는
1001번 지방도에서 웅석봉까지의 오름길이 2시간이라.............
1차 도전때 이 구간이 으찌나 힘들던지
다시는 태극을 안하리라 하는 마음까지 들게 하던 곳
이번에도 그러한 생각을 하면 되겠는가,
재도전인만큼 마음을 비우면서 스스로를 버리면 쉬 오르리라.
어라 그랬더니 791봉이 허리를 굽히고 어천 갈림길이 고개를 떨구네.
그리고는 웅석봉이 그 멋진 전망창을 활짝 열어주며 가슴을 열어준다.

▲ 가야할 웅석봉 방향 능선
▲ 달뜨기 능선

▲ 어천 갈림길(어천은 우측으로 내려감)

▲ 웅석봉
돌석같은 웅석봉도 가을을 타고 있었지요.
평일이라 인적이 없는 가운데 시원하면서도 차가움이 느껴지는
소슬바람을 친구 삼아 놀면서 다가올 둥장군의 등장을 준비하고
있는 눈치더라 ...........................이겁니다.
에고에고 자연도 주인이 바뀌려니 새 주인을 맞이할 준비에 바쁜 모양....
그래 웅석아 잘 있거래이
내 다시 돌아 오마꾸나 그때까지 웅순이 하고 잘 놀거래이................
기척도 없는 웅석봉의 냉담한 기류에 좀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둠이 내리는 시간이 임박하니 서둘러 밤머리재를 향한다.

▲ 어둠이 내린 밤머리재
구름 뒤로 숨으며 빛을 잃어가는 태양이 지리능선 넘어로 숨어든다.
포토시간의 틈도 주지 않고 숨어버리는 태양의 바쁜 시간에 쫒겨
발품을 멈추게 하는 밤머리재에 도착을 하였지만
가게마저 불빛이 꺼지고 어두만이 고갯길을 지켜고 있었지요.
벌써 찬 기운이 서성이는 밤머리재
너무도 쓸쓸하고 처량한 분위기여서 몸마저 무겁게 느껴지는군요.
어디를 향해 왜 가고 있는 것인가?
이 인고의 200km가 내가 꼭 가야하는 길인가?
순수한 산꾼의 열정만으로 태극을 밟고 있는 것이며
남강태극왕복을 과시용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가?
복잡한 생각이 도토리봉을 높게 보이게 하고
좀 있으면 가다올 새벽의 냉기가 견딜만해야 할터인데 하는
생각이 작은 걱정거리로 다가온다.
청이당까지 갈 물을 보충하고는 무거워진 몸을 달래며
힘겨운 도토리봉를 제압하려 한다.
◎ 밤머리재(19:10) → 천왕봉(05:58)

▲ 도토리봉 능선의 달빛
숲 그늘을 벗어나는 밤 하늘에는 이마가 훤한 반달이 뒤를 따르고
그늘진 곳에서도 나무가지 사이로 날 놓칠세라 바삐 따라 붙는다.
예보대로 청명한 날씨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4일밤을 따라다니며
묵묵히 날 지켜줄 친구가 될 것이다.
바람이 닿지 않는 곳에 앉아 차거운 음식으로 배고픔을 잠재우면
여지없이 찬 기운이 땀을 식히며 파고들어 몸을 떨게 한다.
랜턴이 열어주는 좁은 시야속으로 스스로를 몰아간다.
뭔가 매꿀수 없는 허전함이 닿을 곳이 없는 어둠속으로
번져가며 뒤돌아 보게 하지만 시커먼 그림자만이 덜렁이라....

▲ 왕등재습지
긴 어둠의 터널속에서 잡목들이 아우성치며 붙잡는다.
에라 이 잡목들아 빈털털이 늘빈이를 잡아다가
쓸데가 어디 있다고 붙잡는 것이노....
먼지를 날리면서 흙냄새를 한참 풍기고 나니
왕등재습지가 가을밤을 지키며 갈증난 목을 축여가라 목판다리를 내어준다.
그저 고맙습니다래
당신이 내리신 꿀물 같은 샘물을 남들은 부였다고 떠들지만
내가 보기에는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동부능선의 진수 올시다.
당신댁을 방문한 횟수를 세어보니 방향 구분없이 이번이 11번째라.....
덕두봉을 탐하고 돌아 온다면 열두번째가 될 것이외다.
여러번 오는 곳인만큼 정도 깊고 마음도 편하다오.
잘 아는 이웃 친구집에 마실온 느낌 바로 그것이랍니다.
바지가랭이 걷어 올리고 습지 중앙으로 걸어가 볼 기회가 있을 거나....

▲ 새봉의 너럭바위를 오르는 밧줄
습지를 뒤로하고 다시 어둠을 가른다.
함께하는 달님을 바라보며 때로는 슬퍼지고 쓸쓸해 지지지만
태극왕복이란 것이 본질적으로 스스로와의 외로운 싸움이지 않는가?
예상보다 날씨는 춥지 않다. 컨디션도 좋은 것 같다.
어둠도 달님이 붙잡고 있어 저편의 능선이 보이기도 한다.

▲ 청이당 계곡물
스산한 산죽들의 환영과 야유가 공존하는 새재를 넘고
고이 잠든 독바위를 깨우며 물소리를 느끼니 청이당 샘터로다.
계곡을 타고 넘는 골바람이 차갑고 냉혈동물 같구나.
늘 힘차던 청이당 물줄기도 가을 가뭄에 고개를 떨구고 기가 죽어 있도다.
선비샘까지 마시고 갈 물 1리터를 보충하고
태극길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청이당~천왕봉구간에 접어든다.

▲ 국골사거리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여 몸집을 줄이며 떨구어 버린 낙엽들이
등로를 덮고 있다. 너무도 많다보니 낭만적인 분위기를 넘어서서
진행을 더디게 하는 방해꾼으로 둔갑을 한다.
국골사거리 오르기 직전의 너덜지대가 그렇고
정상이 잘 구분 안되는 하봉 오름이 그렇고
난이도 옵션을 행사하는 듯한 중봉 오름이 그 정점을 이루며
다리을 혹사 시키더니 저만치에 천왕봉 정상석을 모셔다 놓는다.

▲ 천왕봉
천왕봉이다.
손이 시러울 정도의 차거운 바람이 몸을 가볍게 밀치며 환영을 한다.
정상석 아저씨 안뇽...새벽기온이 춥네요.
아그들 챙기느라고 아직도 안주무시고 고생이 많구먼유
천왕봉에 서면서 늘 느끼는 것은 정상의 상투에
여유로움이 부족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민족의 영산인 만큼 태백산과 같은 무던함이 살아 있고
좀 널찍한 공터같은 곳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계를 보니 해맞이 시간이 1시간 정도 있으면 될 것 같다.
그러나 어찌 태극중에 1시간이나 기다릴 여유가 있겠는가..
진행중 일출을 담아 보기로 하고 천왕봉을 나서는데
천왕봉의 일출을 보기 위해 오는 불빛 행열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도 장터목산정에서 하루밤을 지내고 출발한 모양이다.
◎ 천왕봉(05:58) → 성삼재(16:00)

▲ 일출을 맞이하는 천왕봉
동쪽으로 일출의 기운이 번진다.
붉은 입술을 지평선 위에 부딛치며 세상에 밝은 빛을 내리려 한다.

▲ 익어가는 일출의 뜨거운 입술
밝은 빛으로 탄생할지어다.
그리고 만물의 에너지로 변신하여 이 강산을 살찌게 할지어다.

▲ 장터목산장
방문자와 숙박자가 가장 많다는 장터목 산장 아직 어둠에 묻혀 있지만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은 이미 기상하여 나와는 반대의 방향으로
천왕봉에 도착해 있거나 천왕봉을 향해 가고 있었다.

▲ 새벽을 여는 기운에 잠을 깨는 지리산정

▲ 연하봉을 지나서 일출을 잡았다.

▲ 부시시한 지리의 모습

▲ 아침 햇살에 빛나는 반야봉과 노고단....우측이 먼 봉우리가 만복대(?)

▲ 호박엿
연하봉을 통과하고 철계단이 있는 암릉에 올라 일출을 잡았다.
날씨가 맑아 천왕봉에 오른 분들은 아주 멋진 일출장면들을 잡았으리라.
해가 떠오르면서 그 눈부신 기운에 지리의 마루금들은 얼굴을 붉힌다.
아마도 햇님에 대한 복종과 충성의 의미가 아닐까?.....
찬 바람을 피해서 일출을 감상하여
아침 대용으로 그야말로 아침부터 엿을 먹는다.

▲ 제석봉의 동쪽면

▲ 일출에 못 이겨 잠을 깨는 지리의 구석구석

▲ 뒤돌아 본 천왕봉

▲ 아침 햇살에 자신감 있게 보이는 반야봉

▲ 세석산장 내림 통나무길 위에 서리기운이.............
어제밤 지리의 주능선에는 영하로 내려간 모양이다.
세석산장 내림길에 설치된 통나무 바닥이 서리로 덮여 있다.
추위를 느끼는 것 보다는 겨울을 맞이한다는 즐거움이 더 큰 것은
아마도 겨울과 오래 떨어져 있던 때문일 것이다.

▲ 세석산장

▲ 아침을 맞이하는 지리의 남쪽 능선들

▲ 천왕봉과 하봉
새신랑 같은 모습으로 단장된 천왕봉은 거느린 식구들을 깨우며 아침을 연다.
자신있게 모든 대문을 활짝 열고 맑게 개인 하늘을 불러 일출을 선보이며
연약한 인간들이 기원하는 소원이 이루어 지도록
자신의 상투자락을 내어주며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 영신봉 계단길

▲ 칠선이네 동네
영신이네도 칠선이네도 왕초 천왕의 기상나팔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어둠을 가르며 밤새 달려온 늘빈자리의 인사를 받아준다
손이 시러울 정도로 차가운 바람도 햇살에 묻어나며 고개를 숙인다.
이제 거칠 것이 뭐 있겠는가? 그저 열심히 지리품속을 탐하는 일밖에...
몸 컨디션도 좋다. 기분도 좋다. 날씨도 좋다.
너그러운 지리님이 탄탄대로의 태극길을 열어주고 있으니
어찌 복받은 산꾼이라 말하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 힘 없는 선비샘

▲ 벽소령산장
모처럼 주능선을 주간에 통과하게 되니 몸이 너무 편하다.
야간 같으면 이곳저곳 눈치보며 졸음에 얻어 터지고 너덜에
채이고 만신창이가 될 터인데 주간 통행을 하니 이리 편한 것을...
그러나 지리의 등줄기는 다른 산과는 달리 너무 노쇠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이유도 있겠지만 주능선은 정말로 늙었다.
여타의 어느 산 보다도 흙이 적고 너덜이 많아 진행을 어렵게 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한다.

▲ 형제봉의 뒷면 모습
연하천을 향해 가는 봉우리 중턱에 형제봉이 우뚝이다.
형과 아우의 차가 너무나 커서 형제라는 명명이 어울리지가
않는데 그 이름의 유래가 자못 궁금하다.

▲ 천왕봉과 중봉
맑게 개인 하늘가로 지리의 나라는 많은 이들을 부르고 있다.
나무가지 새로 엿보아도 천왕의 자태는 변함없이 꿋꿋하다.
태극을 넘보려는 산꾼들이 바로 이 장대한 능선의 매력에
마음을 잡지 못하고 도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이들이 아니겠는가...
이 허접한 산꾼도 벌써 4년째 태극과의 인연을 마음에서 밀어내지 못하고
늘상 졸음과 싸우며 욕 먹어가며 이 시간도 그 끈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 연하천산장
▲ 551계단
언제나 물이 풍부하고 맛이 좋은 연하천의 샘물로 목을 축이며
삼도봉 길목의 551계단에 이른다.
지금껏 여섯번을 세어 보았다.
결론은 551개라고 스스로 단정을 한다.
계단을 세면서 오른다는 것은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힘 겨움도 덜며 계단의 숫자가 세어 본 사람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니
각자 자신이 정확히 세었다고 주장하는 작은 설전이 재미가 있는 것이다.

▲ 임걸령샘

▲ 반야봉
임걸령의 맑은 샘물로 지리의 정기를 보충하고 힘을 내며 진군이다.
저만치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반야봉이 앙팡지기도 하다.
모양새가 분명 여성적인 매력이 풍기는 것은 내가 남성이라 그런 것인가?
다른 산꾼들은 어떻게 느끼는 것일까?

▲ 노고단 사면길에사 바라 본 듬직한 만복대
토끼봉.........그 명명이 부드럽고 연약한 느낌이 드는 봉우리이지만
지리를 오르는 모든 이들이 토끼봉의 정체가 정말 의심스러울 것이다.
이 험한 봉우리를 누가 토끼라는 이름으로 명명했느냐 말이다.
긴 오르내림에 너덜과 나무계단으로 무장하고 있어서
지리를 오르는 많은 이들이 한마디로 곡소리를 내는 곳이 아니던가?

▲ 가보지 못한 노고단 정상

▲ 성삼재와 작은 고리봉
노고단의 암흑같은 돌길과 성삼재까지의 딱딱한 임도를 살살거리며 내려선다.
편도 100km중 이제 겨우 80km 지점이라 할 수 있는 성삼재에 이른 것이다.
성삼재의 먹거리에 혼난적이 있지만은 시간적으로 매식이 가능한 곳이니
어쩌랴 이번에도 믿고 우동 한 그릇과 파전 한판을 게눈 감추듯 해치운다.
저만치에서 작은 고리봉이 알 수 없는 미소를 던지는군요.
저 고리봉 능선자락의 끝이라는 덕두봉까지 갔다가 와야하기에
마음 편하게 쉬고 있을 수만 없는 일,
우동과 파전으로 힘을 보충하고 성삼재를 떠납니다.
◎ 성삼재(16:00) → 덕두봉(02:58)
오후 5시가 가까우니 벌써 햇님이 마감을 치려한다.
좀 더 있어 주면 좋으련만 아마도 징글나게 바쁜 모양이다.
어둠을 뚫고 저 꿈적도 하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만복대감집을 지나
많은 산꾼들이 볼멘소리를 내는 세걸산 동네의 험한 골목길을 지나야 한다니
다리가 벌써 아파 저려오는 느낌이로다.
▲ 서북능 초입

▲ 쌍동이 헬기장의 억새와 작은 고리봉

▲ 힘을 잃어가는 서북능의 해넘이
사랑하는 햇님이시여!
하루종일 내려주신 은덕에 잘 왔소이다.
좀 섭섭했더라도 내일 꼭 돌아오소서.
아쉬움이나 미련갖게 않고 보내드리오니
낼 꼭 돌아오소서.
밤새 가다 넘어진다해도 그대 탓 아니 하리니
푸~욱 주무시고 낼 아침에 밝은 미소를 머금고
다시 오시는 것 잊지 마시소
빛을 잃어가며 떠나는 햇님이 밤새 가야할 나 보다도 더 측은해 보인다.
해돋이와는 달리 흐릿한 구름사이로 지는둥 마는둥 사라진다.
이를 빗대어 뜨는 해와 지는 해가 회자되는 모양이로구나.

▲ 고리봉에서 바라 본 성삼재의 불빛

▲ 만복대 정상의 돌탑
앞과 뒤도 없는 어둠속에 포위되어 랜턴에 몸을 맡기고 홀로 걷는다.
시커먼 그림자가 드리운 등로에는 가을의 노래가 낙엽이라는 타악기로
연주되어 외로운 나그네의 귓전에 파장을 남긴다.
서서히 다가오는 졸음의 그림자가 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가운데
정령치의 불꺼진 마당을 지나 세걸산의 품속으로 숨어 들고 있었다.

▲ 세동치의 샘
넘고 넘어도 끝이 없는 세걸산 동네 가는 등줄기
너덜도 많고 낙엽도 많고 이리돌고 저리돌고
누가 정령치에서 세걸산까지를 2.2km라 했던가?
저 망할넘의 이정목 거리표시 제대로 좀 표시 해줬으면
허접한 산꾼의 발품 감각으로는 족히 3.5km로는 넘을 듯 한데......
언제나 바꾸시려나 세걸산 앞마당 가는 길 멀기만 하구나.

▲ 바래봉 정상목
여그가 어디메냐?
세걸산 독사봉우리 내려서니 세동치 샘이 날 부르네
갈까말까 망설이다 그리여 기왕 버린 몸 맑은 물에 목이나 축이자고
등로를 벗어나 50여미터를 내려가는구나
물을 품어내는 입술이 바뀌였네
누가 언제 세동치 샘의 입술을 PC파이프로 이식해서 쌍구로 맹글아 놨다냐
전보다는 더 매력적인 두개의 입술로 힘 있게 뿜어주니
밥 먹듯이 뻐기는 우리 애인 입술보다 훨 이쁘고 맛있구나.
만인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철쭉의 고장 팔랑치야 잘 있었느냐
힘겨움 덜어 주려고 완만한 경사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구나
팔랑치 전망대 아자씨 이 거머리 같은 졸음놈 한 방 갈겨 주이소
보이지도 않는 것이, 형체도 없는 것이 어찌 이리도 힘이 세고 억센지
힘깨나 쓴다고 소문난 늘빈자리의 다리의 힘 다 앗아가고
명쾌한 머리마져 치매기 들게 하고 그 몸 빠른 눈꺼풀마져 죽이는 구려

▲ 덕두봉
오! 저기에 서 계신분이 바래봉이 아니신가?
졸음이라는 씨알머리 없는 넘에게 홀려 정신을 못 차리다가
기다리고 있을 자네를 생각하며 바래봉 샘님 집도 들르지 못하고
이제사 왔다네. 너무 오래동안 기다리시게 해서 미안하이 용서 하시게
저 넘어 동네 끝자락에 사시는 덕두봉님 잘 계시는지,
좀 있으면 만나 뵙게 될 터이지만 안부가 궁금하구먼
존경하옵는 덕두봉님 잘 계셨는갑유?
지가 두봉성님 만나러 250여리길을 달려온 늘빈자리입지요
속알머리 없는 마음에 당신이 얼마나 보고 싶었던지
이밤저밤 건너고 치매기를 얻어 가면서까지 왔답니다.
좀 반갑게 맞아 주이소.....증명사진 한 장 얻어 가도 되갔지유?
두봉성님이 오래 머무는 것을 바라지 않는 눈치인 것 같군요.
지도 빨리 가야지요. 남강의 왕봉산 처녀가 눈이 애타게 지둘리고 있구먼유..
그래도 남자에게는 지둘러 주는 여자가 제일 아닌감유?
☞ 복로
◎ 덕두봉(02:58) → 성삼재(13:20)
성삼재~덕두봉을 무려 11시간이라는 막대한 투자를 하고 벗어 났군요.
씨알머리가 없는 졸음이라는 넘은 지연작전 성공했다고 지금쯤은 퍼질러
자고 있을 것이지요.
나는 밝은 태양 칭구를 벗 삼아 멀리 도망가기 작전에 들어갑니다.

▲ 1222봉

▲ 1222봉에서 뒤 돌아 본 바래봉 방향

▲ 해는 이미 중천에.........
아무리 힘 센 놈이라도 어찌 햇님을 이길 수 있겠는가,
햇님이 비록 어슴프레한 구름사이로 좀 구질구질하게 잠을 깨셨지만
그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라 뉜들 반하지 않을소냐
산천의 초목이 고개를 숙이고 서리로 백발을 치장했던 건방진 넘들도
어느새 초록이나 갈색의 본색으로 되돌아 근무에 열중이로다.

▲ 1222봉에서 바라 본 성삼재 방향 능선
바래봉을 미끄러지듯이 내려서며 맞바람을 맞으니 손이 시럽다.
바래여! 그대 품을 떠나노라, 다시 올 기약은 할 수 없으나 온다면
아마도 진양호태극이 열리는 날이 아니겠는가. 잘 있으시게....
어둠이라는 무시무시한 방랑자가 안보이니 몸이 가벼워 살 것 같다.
팔랑치를 지나 억새들이 재잘거리는 평원지대를 오르니 1222봉 이로다.
어제 밤 지날때는 풀 몇 포기 가꾸는 민둥산 같았지만 밝은 날 올라오니
전망이 그만일세.
바래봉부터 팔랑치로 이어지는 장대한 능선이 눈에 확 들어오는구나
저 아름다운 동네에 졸음이라는 넘이 살고 있었다니 정말 모를 일이로고.
헌데 성삼재 방향은 왠 봉우리가 저리도 많이 겹쳐 있는 것인가?
아이구 보는 것만으로도 허접한 산꾼의 눈과 다리를 아프려하네 그려

▲ 세걸산 정상

▲ 고리봉에서 바라 본 정령치와 만복대

▲ 고리봉의 단풍

▲ 만복대에서 바라 본 성삼재 방향의 가야할 능선
힘을 주는 햇님을 머리에 이고 달리고 있으니 거칠 것이 있으련가.
간혹 무더움이 내려와 땀으로 범벅이 되는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밟히는 낙엽소리를 타고 피어나는 흙 냄새와 가을향을 맡으며
추억을 되살리고 그 추억속으로 빠져들며 만복대의 문고리를 잡는다.
만복대 아자씨 당신이 서북능선의 주인임에 틀림이 없소
왠고하니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져 있고 가장 큰 돌탑이 있으며
독수리들이 그 돌탑을 적진을 살피는 전초기지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오
더 큰 이유는 제일 높기 때문입지요
참 아양도 안떨다가 떨려니 뭔가 구색이 맞지않는 구먼
바래봉에 서면 바래봉이 서북능 제일이라고 했을 것이다......ㅋㅋㅋㅋ

▲ 만복대에서 바라 본 반야봉

▲ 만복대의 억새물결
그래도 역시나 만복대가 바래봉을 제치고 서북능의 좌장일 것이다.
저 펑퍼짐한 등치를 좀 보시구려 중년 마님의 순풍과로 보이지 아니한가 말이다.

▲ 다시 돌아온 성삼재
성삼재 아저씨,
늘빈이 어제밤에 졸음이 시끼한테 시달리다가 죽는 줄 알았소.
그 넘의 시끼 달래느라고 10시간58분이나 지불해서 종자돈 거덜이 났다우.
혹 여유 있으시면 쩐 좀 빌려주시지요......
◎ 성삼재(13:20) → 천왕봉(08:35)
오늘도 하루종일 햇님의 지원을 받아 기분 좋은 일과가 이어졌구나
갈수록 진행속도가 둔화되고 쉬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으니
남강처녀가 기다리고 있는 왕봉산까지 언제 돌아갈꼬나.......
발바닥도 어지간히 아파오고 입맛도 떨어지는구나
무슨 환자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도다.
이제는 디카를 돌리고 싶은 생각도 나질 않는다.
살아가는 세상 일를 이렇게 몸 사리지 않고 열심히 했더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 쯤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으며 걷기로 한다.
성삼제를 떠난후 생각없이 걷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3번째 맞이하는 어둠이 내리고 덩달아 졸음이 또
허리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형제봉도 칠선이네도 모른 채 하고 제석봉도 말이 없다.
이런 의리없는 놈들을 벗삼았다니 다음부터는 쉬었다 가나봐라
초저녁을 벗어나며 나타난 반달이 일편단심으로 3일째 밤을 벗해 준다.
앞으로 가는 것인가, 뒤로 가는 것인가?
도무지 전진이 되질 않는 마의 시간이 들어섰다.
눈을 떠보면 선 채로 졸고 있거나 나무에 기대어 있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몽롱한 상태에서 얼마나 헤매였을까?
이번에는 분명 연하봉임을 확인하고 지났는데 또 연하봉이 나온다.
연하봉의 마술에 걸려 얼마나 시간을 소비했을까.....나도 모른다.

▲ 기울어 가는 지리의 오후
장터목산장의 불빛이 가까우니 정신이 조금 돌아온 것인가.
6시가 조금 넘는 시각에 장터목 산정에 닻을 내린다.
단순 계산으로 성삼재에서 장터목까지 무려 17시간을 소비했다.
장터목에서 맛있는 잠을 잤던 사람들은 이미 천왕봉의 일출을 보기 위해
떠나고 식당에는 서너명의 사람들만이 있을뿐 텅 비었다.

▲ 아침을 여는 지리의 능선들

▲ 지리능선 2

▲ 천왕봉에서 바라 본 반야와 주능들

▲ 지리능선 3

▲ 지리능선 4

▲ 겨우 건졌지요 천왕봉 증명사진을 ...............
장터목산장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길을 나선다.
발목과 발등이 부어올라 등산화가 조여드니 줄을 좀 느즌하게 했다.
얼굴도 부어 오른 것 같구.......마음도 부은 것 같다.
모든 것이 지쳤다. 왕봉산에 이르면 정말 처자가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오늘도 날씨는 천왕봉 정상석을 정점으로 눈부신 아침나라를 열었다.
많은 이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이지만 청명한 날의 일출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 천왕봉(08:35) → 밤머리재(18:04)
아침의 청명한 햇살에 살아난 몸은 제법 가볍게 시동을 걸고
천왕봉에 올라 운 좋게도 증명사진을 얻는다.

▲ 중봉에서 바라 본 천왕봉
오늘은 기온이 좀 풀렸는지 온화한 느낌이로다.
햇님도 어제의 약속을 지켰다는 듯이 의기 양양하게 솟아 올랐다.
동부능선은 주간산행으로 이어지니 좀 서둘러서 진행하기로 한다.
중봉에 오르니 동부능선의 모든 곳곳이 한 눈에 잡힌다.

▲ 써래봉도 보이고 웅석봉도 보이고 도토리, 동왕등재도 보인다.

▲ 중봉에서 바라 보니 가야할 동부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중봉에서의 동부능선 전망은 가히 일품이로다.
눈에 익은 독바위, 새봉~새재능선, 습지로 오르는 외고갯길,
동왕등재, 고생시킬 도토리봉, 밤머리재, 그리고 웅석봉 등......
저 중에 오늘 상당히 난타전을 치뤄야 할 곳이 몇 군데가 있구나
첫번째가 새재를 지나 습지를 오르는 외고개 능선,
두번째의 치열한 전투예상지가 도토리봉 오름길
마지막 세번째가 치열한 풀옵션을 펼치며 덤벼야할 곳이
바로 밤머리재에서 웅석봉 구간일 것이다.
오늘 느그들이 죽나 내가 죽나 한 번 붙어 보자고
오늘만은 내가 쉽게 당하지 않을지니 느그들도 각오 하거라잉.....

▲ 하봉에서 바라 본 중봉과 천왕봉

▲ 하봉에서 본 국골

▲ 하봉에서 바라 본 주능선....반야봉의 엉덩이가 요염하다.

▲ 독바위
천왕봉과 중봉에서 바라 보는 동부능선의 장대한 연출은 산꾼의 혼을
부르기에 충분하도다.
동부능선의 주출돌격인 독바위
하체가 발달해 보이는 앙팡진 모습에
남정네들의 마음이 더 궁금증으로 빠지는 지도 모를 일이로다.

▲ 청이당 계곡물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듯이 꼭 들렀다 가야 되는 곳이라고
몸에 익혀진 청이당계곡, 지난밤 통과할 때에는 어둠 속에서 작은 목소리로
안전산행을 하라고 속삭이더니 오늘은 밝은 대낮에 만났구려.
세상 사람들이 당신처럼 한결 같다면 즐거운 일만 있을 것 같군요
자연도 사시사철 변하거늘 어찌 인간이 한결 같을 수 있겠소만
단지 한결 같으려고 노력하며 사는 것이 겠지요.

▲ 하봉능선으로 연결되는 180도 엎어진 Z능선
청이당에서 달콤한 식수를 보충하고 나서는데,
차갑던 가을 바람이 태양의 따뜻한 애무에 녹아 들었는가
예리한 차가움을 잃어 버린 채 독바위를 불러준다.
독바위 아짐매.......늘빈이 왔소이다.
지번에도 좋은 날씨로 맞이해 주시더니 오늘도 화창한 날씨와
따뜻한 기온으로 맞이해 주시니 너무나 감사하구요
당신 곁에 서니 너무도 행복합니다. 많이 많이 사랑해 주이소
이 곳을 지날 때면은 꼭 당신의 머리에 올라 만방으로 터지는
조망을 감상하리라 마음을 먹었어지요.
오늘 이렇게 올라서니 국골로 오르는 엎어진 Z능선도 보이고
곁눈질하는 새봉도 보입니다.
저 새봉은 앞 봉과 마주보며 뭐하고 있을까요?
붙을라면 붙든가 떨어질려면 확실하게 더 떨어지던가 하지 원 답답해서.....

▲ 독바위에서 바라 본 새봉.......붙은 겨 떨어진 겨?

▲ 엄마의 품속 같은 새재의 사면과 억새
독바위 아짐매와 아쉬운 석별을 하고 산죽들의 환호어린 환영을 받는다.
이제는 내 키를 훌적 넘게 자라버린 산죽들.......................
자쓱들이 좀 컷다고 눈까지 건들며 시비를 거는구나.
비오는 날이나 이슬이 내린 날이면 이놈들한테 꼼짝 못하고
디지게 두들겨 맞기 일쑤인데 오늘은 대낮이니 여유가 있구나.
언제와도 어머니 품과 같이 따뜻함을 주는 새재
당신같은 여인네라면 내 순정다해 지키며 사랑하겠소이다.
인자하고 온화하고 늘 따뜻하고 그 넓은 가슴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고
안아주시는 느낌이니 어찌 가는 이 오는 이 쉬어 가지 않으리오.
이번에도 당신의 따뜻한 사랑과 평온한 숨결에 크나큰 교훈을 안고
갑니다. 이 곳을 지나는 모든 이에게 당신의 사랑을 느끼며 실천케 하소서

▲ 다시 찾은 습지
동부능선에는 마음과 몸을 편하게 하는 몇 군데가 있습지요
새재가 그렇고 지금 도착한 습지가 그렀지요.
잔잔한 풀섶으로 덮여진 습지
언제 저 한 가운데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 될지도 모를 일이지만 너무도 궁금하거든요.

▲ 기우는 햇살에 드러난 아름다운 도토리봉
새봉에 이르니 부지런한 햇님이 일과를 빨리빨리 처리하고
벌써 퇴근을 하려고 서쪽 하늘가로 치우치며 내려 앉았구나.
기운 햇살에 빛나는 도토리봉의 자태가 방금 이발소에서 나온
모습처럼 깔끔하구나. 좀 있다가 날 괴롭히려 들겠지만
웅석봉의 아우답게 잘도 생겼네 그려.

▲ 웅석봉과 달뜨기 능선
오! 예 웅석봉님 아니신가?
대여섯시간 후에 뵙게 될 터이지만 살살 좀 다뤄주시구랴
당신의 발바닥 밤머리재부터 올라갈 생각을 하니 몸이 휘청거리요
여기 새봉에서 당신의 웅장한 모습을 바라보니 소시적에 젊은 새악씨들
속께나 울렁거리게 했겄소이다. 실적도 대단하실 것 같구.....
내 그 비밀을 웅순이에게 이바구 하지 않을 터이니
오늘밤 지날 때 좀 봐 주시구랴.

▲ 멀어져 가는 천왕봉에는 어느새 검은 구름이 모여 들었다.

▲ 범머리재 가게
약속한 적은 없었지만 때를 잘도 기억하는 어둠이 네번째로 다가 왔군요.
별루 싫지는 않지만서두...........반갑게 인사를 하고푼 생각이 들지 않아요.
오늘 밤이 마지막이지만 어차피 일방적으로 얻어 터지며 디지게 혼날 것입니다.
어둠을 안고 밤머리재에 도착했지요
밤머리재 쉼터 권사장님이 준비해 주신 김치찌게를 보약으로 먹고
가장 치열한 전투가 예상되는 웅석봉 접전지를 향해서 19:10쯤에
기진맥진한 몸을 부등켜 안고 길을 나섭니다.
◎ 밤머리재(18:04) → 왕봉산(06:35)
계단길로 초입을 경계하더니 1차 2차로 연겨푸 급경사로 밀어 붙이는 군요
그러나 마음과 몸을 비우고 오늘은 정말이지 한쪽 팔을 잃을지라도
살아만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더니 어라 쉽게쉽게 장애물을 통과합니다.
1차로 능선헬기장을 물 한 모금으로 가볍게 접수를 했지만
2차로 왕재를 접수하니 치열한 전투인만큼 아군에게도 상당한 대미지가 옵니다.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아프고, 금기 상황이었던 엉덩이 땅에 붙이기를
기여코 허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군요................ㅋㅋㅋㅋㅋ

▲ 웅석봉
오늘 밤도 달님이 머리 위로 다가서며 마음의 문을 엽니다.
4일째 동행을 해주면서 걱정을 하는지 달님의 얼굴이 많이 부었군요.
이리 걱정을 해주는 달님이 있으니 더 힘을 내야할 것 같습니다.
기나긴 오름길에 뼈를 깎는 힘겨움을 감내하며 웅석봉에 승리의 깃발을 꽂습니다.
웅돌이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항복의 의미로 시원한 갈바람을 보내는군요.
그렇습니다.
웅돌이에게 항복을 받아 내는 것은 쉽지 않아요
고집 센 웅돌이는 편도만하는 태극종주자에게는 절대로 항복을 하지 않더만요
그래도 왕복으로 댕겨와야 그나마 묵비권으로 인정하는 정도라 이겁니다.
웅순이를 볼려면은 아마도 왕복을 왕복으로 댕겨와야 할 겁니다.

▲ 1001도로에서 만난 지원군(승원이 누이, 그리운산 성님........찍사 김정모 회장님)
힘겨운 구간은 얼추 지났지만 가장 무서운 졸음이라는 놈이 남아 있네요.
그러나 지원군이 1001도로에 당도하여 웅석봉쪽으로 진군하고 있다니
걱정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791봉을 후려치고 앞쪽으로 진군에 진군을 하는데 웬 불빛이..............
우리의 존경하옵는 김정모 회장님, 그리운산 고문님, 최승원 총무님 등 3분이
힘겨워하는 늘빈를 지원하러 오신 것 , 1001도로에서 지둘리고 계시지 않고는....
다들 태극을 동네산처럼 다니시는 준족들이고 태극을 빼면 시쳇말로
시체가 되시는 분들이시니 설명할 필요가 없으신 태달사의 핵심 인물들이다.
특히나 그리운산님은 오늘 늘빈이가 도전중인 남강태극 무박왕복을
최초로 성공하신 분이시니 남강태극왕복의 선배도 되시는 분 올시다.
그리고 김정모 회장님은 태달사의 석까래입니다.
저 분이 무너지시면 태달사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최승원 총무님.....누가봐도 미인이지 않습네까?
가끔은 늘빈이 보다 어린 척해서 곤혹스러운 때가 없진 않지만서두...ㅋㅋㅋ
좌우지간 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시니 늘빈이가 행복할 수 밖에요.
▲ 남가람봉............이제 찍사는 김정모 회장님 성님이 맡았지요.
세 분이 앞서거니 뒷서니 늘빈이를 포위하고 몰아치니 무지막한 지원의
힘을 느낍니다. 힘이 저절로 나고 졸음도 언감생김 엉기지를 못합니다.

▲ 최승원 누이와 스킨쉽을........했지요
행복한 오누이의 모습을 연출합니다.
실지로 마음도 오누이요 그림도 오누이입니다.
늘빈이는 정말로 승원이 누이를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사람이 힘겨울 때 같이 할 수 있음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마음은 있어도 올수 없는 처지와 경우가 있겠지만
멀리 여수에서 달려오신 3분의 따뜻한 산우애에 눈물이 돋습니다.

▲ 밤머리재에서 만들어 온 마지막 주먹밥을..........


▲ 망해봉에 당도

▲ 망해봉 기념사진.................(찍사 김정모 회장님)
출발한지 90시간이 조금 못되어 망해봉에 당도합니다.
정상석을 엉덩이로 짓누르며 고달픈 여정의 종지부를 느끼게 되는군요

▲ 훌훌 벗어 던지고 왕봉산의 정상에 섰군요

▲ 나 보다 더 기뻐하시는 김정모 회장님과 최승원 누이

▲ 남강태극 무박왕복종주의 첫주자이신 그리운산님

▲ 역시 종주의 끝은 짜리리한 한 모금의 알콜입디다.
힘겹다고 느끼며 주저 앉았던 시간들이 왕봉산에 이르니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알게 되는군요
200km의 기나긴 여정을 어찌 혼자만의 힘으로 일구어 냈겠습니까?
좋은 일기를 내려주신 하늘이 발 벗고 도우셨고,
존경하옵고 사랑하는 산우분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이 함께 어우려져
그 결실을 이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허접한 늘빈이가 한 일는 그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 것 뿐입니다.
진행하는 동안 문자와 전화와 댓글로 힘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낮은 자세로 산에 들어 가렵니다.
................... 늘빈자리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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