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사진 산행기

가슴으로 적는 지리 택극 종주 산행기.

너른숲 2006. 5. 29. 11:29

지리산 태극 종주를 다녀와서 후기를 적을까 말까 망설여 집니다.

그냥 혼자 가슴에 담아 두고 싶은 마음에서 인지?

아니면 나 혼자 만의 욕심에서 인지?

시간이 지나면 이 따스함이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그런 걱정 스러움에

그냥 넋두리 산행기 적어 봅니다.

 

1.대전에서 ~ 인월마을 까지.

이번 산찾사님 쉬는날 태극을 다녀오지 않으면 또 언제 또 떠나랴 싶어 급하게 날짜를 정해놓고

떠나기 전 왼쪽 무릎이 좋치못해 재넘이님에게 침을 맞고 몸관리에 들어갑니다.

이동 방법을 이리 저리 생각해 보았는데 산우님들 한테 쬠 미안함 마음도 있지만

둘째날 따라와 준다는데 그냥 마다 하지 말고 그 마음 받아들이기로 하고 동부 버스

터미날에서 만나 진주행 버스에 올라 봅니다.

시외버스가 우동인데 요금 9,000원 2시간 도 되지 못해 진주에 도착 합니다.

바로 산청행 버스(3,000원)를 갈아타고 산청에서 내려 저녁을 해결하려고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려도 마땅한곳이 없습니다.

때마침 선거운동을 하는 도우미 아줌씨들이 계시기에 산청에서 맛나게 음식하는 집이

어데냐고 물으니 딱히 대답을 하지 못하기에 그냥 24시간 해장국집에 들어가 설렁탕을

시킵니다. 그런데 국물맛하고 곁들여 나오는 김치 깍두기 맛이 일품입니다.

 

저녁을 하면서 인월 쉴만한 물가집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대전에서 어제 전화한 2명

잠시후 도착한다 하니 서울에서도 한분 오셔서 지금 삼겹살에 쇠주 한잔 하고 있으니

얼릉 오라 답을 하십니다.

맛나게 저녁을 먹고 식당에서 불러 주는 택시를 타고 인월로 향합니다.

태극기 휘날리는 집까지 휭 하니 날아오니 그저 편안함이 좋습니다.

 

2. 쉴만한 민박집~동 왕등재

쉴만한 물가(http://cafe.daum.net/watersidean/ 쥔장 열락당 안병두님

연락처:055-973-6178,  017-569-7317) 민박집에 도착하니

잔디밭 한쪽에서 주인 부부님과 서울서 회갑 기념으로 2박 3일 태극 종주길에 나섰다는 님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시면서 한잔 하기를 권하지만 내일 새벽 산행길이 부담스러워

한잔으로 만족하니 사모님 녹차를 만들어 주십니다.


그렇게 주인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내일 2시에 일어나 산행길을 나선다

이야기를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평상시 이렇게 일찍 잠자리에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리 쉽게 눈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퇴근해서 곧장 달려온 산찾사님 잠도 쉽게 듭니다. 그저 부러움 입니다.

이리 저리 뒤척이다 눈을 감았나 싶으면 금세 잠에서 깨어나고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2시 핸드폰 알람에 눈을 뜨고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산행 준비를 하니 아니

주인장님도 잠에서 깨어 산행길 들머리까지 마중을 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움인지 모르겠습니다.


산행 잘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깊은 산중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들여오는 것은 계곡의 물소리 뿐 잦은 비로 계곡 물소리 또한 거칠게 들려옵니다.

산새들도 모두들 잠들어 있는지 적막강산입니다.

고요함에 방해가 될까 조심스럽게 산행길을 이어갑니다.

계곡물이 흐르는 곳 어디쯤 무조건 배를 채워야 된다면서 초코파이를 먹기를 산찾사님 권해

보지만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기 위함인지 억지로 먹습니다.

물통에 물도 하나 체우고 급경사길 조심스럽게 산행길을이어 갑니다.

손톱만한 달님을 산행 초입에서는 위로 처다만 보았는데 급경사 산 중턱을 넘었음인지

달님이 고개를 높게 들지 않아도 보이고 이제 잠에서 깨어 났는지 산새들의 울음소리도

제법 시끄럽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래도 까만 하늘엔 별님들이 초롱초롱 별빛을 발하고 임도를 잠시 만나니

그동안 바람 한점 없이 흘러 내린 땀방울을 씻어주는 바람 소리가 제법 세차게

귀전에 다가 옵니다.

바람도 솔솔 불어오고 날씨 또한 맑고 새벽 공기마저 상쾌하니 그저 하루의 시작

아니 태극 길의 이렇게 시작이구나 생각이 들때 쯤 왕등재 능선이에 올라서니

이것이 어찌 된 것인지 몸 조차 가누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옵니다.

어천 마을 아래로는 검은 어둠 속에 솜사탕 운해가 쫙 ~~~~ 깔리는데 성능이 부족한

카메라로는 그 광경을 잡을 수가 없으니 한이 됩니다.


웅석봉을 찍고 밤 머리재로 향합니다.

예전에 웅성봉을 다녀가신 산찾사님 이곳은 지곡사로 가는 길이고 이곳은 어데고

지형설명이 이어집니다. 그리 지루하지 않은 길 가끔은 콧노래도 불러 가면서 랜턴 불에

의지 하지 않고 새벽의 밝아오는 여명 빛으로 산행길을 이어갑니다.

밤 머리재에서 아침을 먹을까 했는데 밤 머리재를 얼마 두지 않고 능선에 오르니

시야에 펼쳐지는 경호강 주변의 운해가 너무도 아름다워 사진을 찍다 보니 일출 맞이

욕심도 생겨 이곳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일출을 보자하고 배낭을 풀어 어제 집에서

준비한 찰밥 몇 젓가락 입에 넣는데 쑥떡을 먹던 산찾사님 아~~~ 해가 보인다 합니다.


그렇게 밥을 먹으면서 잠깐 잠깐 일출 광경과 운무로 바다로 변해버린 산 능선 능선을

바라 보노라니 여기서 그냥 주저 않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짓누르고

다시 배낭을 꾸려 출발입니다. 새벽길에 이슬이 없으니 참으로 산행길이 좋습니다.

하산길 항상 앞장서는 산찾사님 뒤를 따라 천천히 내려가니 밤 머리재에 도착입니다.

컨테이너에 작은가게(전화번호:018-757--3112)를 차리고 오가는 이 쉼터를 하고 계신

주인님 밝은 미소로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이곳에서 비박을 하신 몇 분의 산꾼들도 인사로 맞아 주네요.

커피 한잔을 마시고 텁텁한 입도 양치질로 헹굼을 하고 산찾사님 산에 오면

그냥 모든 것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수염도 덥수룩 양치질도 노 ~~~

주인장님 방명록에 한줄 인사말을 남기고 급경사의 산행길 이어 갑니다.

병땅이님 전화 받지 않습니다. 덕배님께 전화를 하고 우리 밤 머리재 지났다하니 빠르다

하면서 안전산행 하라 인사를 합니다. 집에도 전화를 하고 그런데 산찾사님 급경사 오름길에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웃통을 훌러덩 벗고 땀을 짜서 다시 입네요.


날씨는 한마디로 끝내줍니다.

지리의 주능선 일부와 천왕봉이 훤히 보입니다.

가끔은 천왕봉이 구름에 걸리기도 하지만 한, 두 차례 비가 내린다던 날씨는 지금

하늘로 봐서는 한마디로 어림 반 푼어치도 없을 듯 합니다.

산찾사님 날씨가 너무 덥다고 비라도 맞아 시원했으면 좋겠다! 너스 럼도 떱니다.

동쪽에 있는 왕등재에 도착입니다. 천왕봉이 손에 잡힐 듯 하여 와 그리 천왕봉이

가깝냐고 하니 산찾사 웃습니다. 빙 돌아서 가니 우리가 갈 길은 멀다고요.

이곳에서 간식도 먹고 물도 먹고 여유 있게 휴식을 합니다.

조망이 좋으니 이 또한 일어나기 싫습니다.


3.동 왕등재 ~ 천왕봉

작년에 추성리에서 허공다리골 산행을 한때 산행길 잘못 들어 왕등재 습지까지 왔던

기억 속에 산행길을이어 가는데 왕등재 습지는 그리 쉽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작은 오름과 내리막길 좀은 지루한 산행길을 이어 가노라니 왕등습지입니다.

우리는 배낭을 내려놓고 산찾사님 땀에 젖은 옷 햇볕에 잠시라도 말려 보고 두 발을

흐르는 물에 담그니 어찌나 시원한지 오랜 시간 발을 담글 수가 없습니다.

발을 담갔다 뺏다 몇 번 후 맨소래담을 발 전체에 고루 바른 후 양말을 신으니 지금까지

걸어온 피곤함이 싹 가시는 듯 상쾌함 마저 전해져 옵니다.


다시 짐을 꾸려 작년에 독바위를 지나 허공다리골로 하산할 때 한번 걸었던 눈에 익은

길을 찾아 다시 걷습니다. 한번 걸어본길이라 그런지 왠지 마음이 편안해져 옵니다.

그리고 잠시지만 찬물에 발을 담가서 그런지 발걸음 또한 가벼우니 산행길 룰루랄라 입니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이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날씨가 흐려지니 마음이 급해져 옵니다.

비를 맞으면서 점심 먹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비 오기 전에 밥을 먹자 하니

아직 배가 고프지 않으니 더 가자합니다.


긴 급 경사길 한 두어 개를 넘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비옷을 꺼내 입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산행때 산 3,000원주고 산 

비옷인줄 알고 가져왔는데 펼쳐보니 1,000원짜리 비옷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비옷을 걸치고 시작되는 산행 길은 등줄기 땅방울로 짜증입니다.

그런데 비가 짧게 내리고 멋습니다. 다시 비옷을 벗고 산행길을 이어가는데 산행길

양 옆 조릿대가 비어 젖어 바지가 젖어 버리니 쓰라림으로 다가 옵니다.

그렇게 비옷을 입었다 다시 벗고 날씨가 개이니 한, 두 차례 내린다던 비가

다 왔나 보다 생각하고 적당한 바위에 걸터앉아 비에 젖은 옷도 말리면서 점심을 먹습니다.


밥은 집에서 준비한 찰밥 4덩어리가 전부 입니다. 거기다 간단한 밑반찬 국물이 없으니

밥을 먹어도 개운치가 않습니다. 라면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런데 빗방울이 또 떨어지기

시작해 급하게 배낭을 챙겨 봅니다. 산찾사님 그동안 땀이 식어 춥다 하네요.

다시 산행길을 이어가는데 나는 싸구려 비옷이라도 입었는데 산찾사님 비옷도 없이

방수 잠바로 배낭만 둘러쌓고 내리는 비를 맞습니다.


독바위를 지나니 비가 굵어집니다. 적당한 바위에서 비를 피해 봅니다.

이제 그치겠지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램일 뿐입니다. 재넘이님한테 전화를 합니다.

독바위 지나고 있다고 간간히 전화좀 하라 합니다. 그런데 전화가 잘 터지지 않아

배터리 아끼려 전화기를 꺼 놓습니다.

더 기달릴수가 없어서 그냥 산행길을 이어갑니다.

그래도 내는 우비를 입었기에 선두에서서 조릿대에 묻은 빗방울을 스틱으로

툭툭 치어 보지만 이젠 그 짓도 포기를 하고 그냥 대책 없이 오는 비를 맞으면서

점점 시야가 줄어드는 안개 자욱한 길을 걷습니다.


국골 4거리 지리산 주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

능선길이라 그런지 바람이 지금보다는 훨씬 세게 다가옵니다.

싸구려 비옷이 이리 저리 바람에 휘날립니다.

그래도 잠바는 비를 피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하봉은 이정표도 없습니다. 여기가 하봉이라 하니 그런가 보다 합니다.

전혀 조망이 되지 않으니 그저 아쉬움입니다.

예전에 재넘이님이 지리산 조망중에 어대가 가장 좋으냐고 이야기할 때 하봉에서 바라보는

지리산의 조망이 최고라 했는데 그래서 그 뒤로 얼마나 오고 싶었던 하봉인데 그 멋들어진

지리의 풍광을 줄 길수가 없으니 얼마나 애통함입니까?

그 애통함을 뒤로 하고 쭉 쭉 미끄러지는 내리막길과 오르막길이 몇 차례 반복 됩니다.

중봉이 가까워 오니 이곳은 이제서 진달래가 만발입니다.

겨울 한파를 이겨낸 고운 자태의 진달래꽃 빗방울에 젖어 애절한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중봉에 도착했노라 어떻게 겨우 기념사진 한 장 힘들게 찍고 다시 천왕봉을 향해서 출발입니다.

빗방울이 굵어지고 바람 또한 거세고 안개마저 자욱해 시야마저 좋지 못하니

어데 엉덩이 붙이고 쉴 공간이 없습니다.

그렇게 천왕봉에 힘들게 오르니 금세라도 거친 바람이 삼켜버릴 것처럼 두려움으로 다가 옵니다.

그 북적되던 천왕봉에는 우리 두 사람 뿐!!! 두렵습니다.


4. 천왕봉 ~ 벽소령

억지로 비옷 속에 카메라를 꺼내 사진 한 장 찍고 하산입니다.

비에 젖은 바위덩이는 한발 한발 내 딛기가 힘이 듭니다.

미끄러집니다. 몇 차례 미끄럼이 이어지지만 다행이 다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천왕봉을 오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몇몇 눈에 띱니다.

중산리로 하산할거라는 사람들 입니다.

내가 지리산에서 제일로 좋아하는 제석봉 그냥 지나침이 그저 아쉬울 뿐 입니다.

산찾사님 운무에 쌓인 큰 바위덩이가 다른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오니 또

다른 모습이라 보기가 좋다 합니다. 악천후 이지만 아직은 살만한 모습입니다.

장터목에 도착하니 고등학생들로 북새통입니다.

산찾사님 우비 사서 옷갈아 입는 동안 물통에 물도 보충하고 학생들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지리산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2박 3일 산행을 한다 합니다.

옷을 갈아입는 동안 오늘 밤 굶주림에 버티려고 초콜릿도 몇 개 더 준비하고

이곳까지 따듯한 국물이 있는 컵라면 먹고자 왔는데 컵라면이 아니 된다니 어쩌느냐?

복숭아 통조림을 3,000원 주고 하나 사서 반 먹고 옷 갈아입고 나오는 산찾사님에게 전합니다.

산찾사님 비닐 비옷을 입고 그 위에 잠바를 입으니 옷 차림이 중동 사람처럼 다가옵니다.

오늘 지루하게 이어온 산행길 이곳에서는 그래도 가끔은 오고 가는 사람들과 눈인사라도

주고받으니 지루함이 덜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가야 된다는 생각 뿐~~~

힘이 드는 것인지 힘이 들지 않는 것인지 그 생각조차 없습니다.

그래도 빗줄기가 많이 가늘어 졌지만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거칠어지고 눈앞을

화살처럼 지나가는 안개는 섬듯 섬듯해저 옵니다.


촛대봉에 도착해서 이곳 지리산을 찾을 때마다 사진 찍는 자리에서 어렵게 산찾사님께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을 하고 세석평전을 하산합니다.

이곳 철쭉이 장관인데 이제 꽃 몽우리를 금세 터트릴 것 같은데 짙은 안개로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물통에 물을 받아 취사장에 도착하니 산꾼들로 시끌벅적합니다.


이곳에서도 컵라면을 팔지 않는다 하니 그저 아쉬울 뿐 입니다.

행여나 취사장에서 누가 먹다가 남은 라면이나 찌게 국물이라도 먹어 보라는 사람이 있을까

두리번거려 봐도 소주 한잔 건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넉살좋게 어데 가서 따듯한 물이라도 좀 주세요! 그런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차디찬 밥 한 덩이 우겨 넣고 배낭에 있는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양말도

바꾸어 신었습니다.

그리고 큰 휴지를 하나사서 등산화를 물로 최대한 빨아내 봅니다.

그리고 다시 취사장에 와서 배낭을 다시 꾸려 보는데 갑자기 배낭이 더 커졌는지

잘 꾸려지지 않습니다. 아이고, 이걸 어찌 합니까?

밤새 비가 멎을 줄 알고 옷을 갈아입었는데 그 사이 빗줄기가 더 굵어져서 밖으로

나아가기 싫어집니다. 그때 문자가 날아옵니다. 덕배님 성삼재로 갈 테니 필요한 것

없냐고 급하게 집으로 전화해서 등산화와 옷가지를 준비해 달라 부탁을 합니다.


잠시 비라도 피하고 그치면 출발했으면 좋겠는데 산찾사님 야속하게 그냥 가자합니다.

랜턴 준비하고 추적 추적 내리는 빗줄기 속으로 다시 산행길을 이어갑니다.

플래시 불빛으로 좀 걸을만하던 산행길은 깊은 산중이고 비가 오는 날씨라그런지

어둠이 빨리 찾아와 고행의 시작입니다.

지금까지 산행길은 물이 고인곳을 요리 조리 피해갔는데 이젠 고인물이 어데 인지

구분도 되지 않고 산행길은 계곡이 되어 물이 흐르니 피할 방법조차 없습니다.

너무도 짙어져 오는 안개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안경엔 왜 그리 성애가 자주 끼여

눈뜬장님을 만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물에 젖은 장갑으로 안경유리를 자꾸 닥아 보지만 그때 뿐 !!!

어둠으로 시야가 확보 되지도 않는 산행길은 너덜 지대나 다름없는 지리 주 능선

산행길이 한걸음을 더 할 때마다 힘에 겹습니다.

빗물로 작은 돌들도 엇 밟으면 미끄러져 옵니다.

그때 그때마다 순간적으로 아찔해져 옵니다.

몇 자욱 앞서가는 산찾사님 뒷모습 찾기도 힘에 들고 잠시라도 등로를

벗어나면 앞길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리 저리 신경 쓰다 보니 아니면 짙은 안개로

그런지 머리까지 어질어질해져 오는 듯 정신도 몽롱한 듯 하더니 이내 적응이 되어 갑니다.


그런 산행길 한 모퉁이를 도는데 갑자기 모자가 날아가 버립니다. 모자 찾는 동안 산찾사님

뒤 모습조차 보이지 않으니 긴장감이 엄습합니다.

한번 벗겨진 모자는 비옷과 겉옷 사이에서 다시 쓰기가 힘듭니다.

어렵게 모자를 고쳐 쓰고 급하게 쫒아가지만 짧은 거리인데 마음은 급해져 옵니다.

야속한 인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갔나?

이내 몇 발자국 앞에 플래시 불빛이 보입니다.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았느냐고? 아무 소리 듣지 못했는데???

그 거리가 불과 몇 미터 되었다고 바람 소리에 듣지 못할 정도 입니다.

서로가 걱정된 마음을 쓸어내리고 선비샘에서 손으로 물을 떠서 한 모금 우물우물 해봅니다.


이제 말을 해도 서로 들리지 않습니다.

신경은 온통 앞만 보고 걷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곳 등로는

그리 험하지 않으니 얼마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두 차례 내린다는 비는 한, 두 차례가 아니고 밤새워 내릴 모양입니다.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 없듯이 속으로 야속하다 욕만 하고 산행길을

이어가노라니 이제 온 몸이 젖어 옴을 느끼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니

몸에서 열도 나지 않으니 추어져 옴을 실감합니다.

벽소령 산장의 불빛이 짙은 안개에 조망 되어 오니.

들킬지 모르니 플래시를 끄고 통과할 것인가 산행을 포기한고 산장에 들어갈 것인가?

이때 산찾사님 먼저 말을 꺼냅니다. 더 이상 진행 곤란하니 산장으로 들어가자고?

날름 답을 합니다! 그러자고 그 짧은 거리 산장을 찾아 가는 길 몸을 가누기 조차 힘에

겹습니다 바람으로  어렵게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신을 벗어 보지만 그게 쉽지 안아요.


신을 벗고 소등된 관리인실 문을 두드리니 창문을 열어 줍니다.

잠자리 있냐고 물으니 들어오라 합니다. 얼마나 반가움인지?

잠시 후 산찾사님 담요 대여 요금을 가지고 들어갔다 오더니 야간 산행 했다고

벌금에 과태료 보내 50만원 내라고 한다면서 놀란 표정을 짓고 돌아 왔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젖은 배낭도 정리하고 옷도 벗고 이리 저리 짐을 정리하는데

관리인 딱지 끊으려고 볼펜과 벌금장을 가지고와서 무조건 주민등록증부터 내라 호통입니다.

어찌 합니까? 잘못을 했으니 죄인이니…….

무조건 빌어 봅니다. 지리산에 처음 와서 그런 것 몰랐다고

그리고 야간 산행이라지만 겨우 9시 조금 넘었을 뿐인데 …….

그러니 관리인 왈 오늘도 뱀사골에서 한명 실종되어 지금 난리인데 이 비바람에

야간 산행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느냐고 혼을 냅니다.

“산 찾사님 우리 이 벌금 내면 마누라한테 직살 나게 혼나고 애들하고 한달 먹기 살기

힘들어서 벌금은 내지 못한다”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이 형님은 아무 잘못 없다고 내가 데려 왔다고 내가 잘못이라고…….

하여간 속으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몇 번을 참아 봅니다.


관리인의 고집을 꺾지 못할듯합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 같은 사람을 한두 번 격어 보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나이 먹은 사람이 이 정도 사정하면 한번 봐 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니 여기서 나이 야기는 하지 말라 합니다. 그럼 내 것 하나만 딱지 끊으라

하고 할 수 없이 주민등록증을 건네줍니다.

다행이다 싶은 것은 우리들 신상을 적는데 작은 메모지다 적으면서 벌금은

얼마짜리를 끊을 것인지 내일 아침 결정하자고 합니다.

그리하고 모포를 받아 침실로 들어오니 여기 저기 코 고는 소리에 냄새에 …….

하지만 내일을 위해서 젖은 옷을 여기 저기 걸어 놓고 밖으로 나와

관리인 몰래 집으로 전화를 합니다. 산행 포기하고 산장에서 잔다고

그리고 덕배님께 전화를 합니다. 도저히 산행 힘들어 포기하고 산장에

들어왔으니 지원 나오지 말라고 새벽 2시에 따뜻한 국물 가지고 성삼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그저 허망과 허전함입니다.

별땅이님 금세 전화도 옵니다. 아쉽지만 어찌 하나요 내일 아침에 다시 연락하자 하고

침실로 들어오지만 떨려 오는 몸으로 쉽게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옆에서 어찌나 크게 코를 골아 대는지 그리고 베개도 없으니 잠을 청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엎칠락 거리다가 잠시 잠이 들었는지 이른 새벽잠에서 깨어 옷을 만져 보니

많이 말아 있습니다. 덜 마른 양말과 신발장에 축 젖은 등산화를 침실 히터 위에 얹어 봅니다. 

좀 끄득끄득만 해져도 좋을듯해서 이것저것 정리 후

다시 침실로 들어오지만 잠자리가 불편해져 옴은 여전 합니다.


5. 벽소령 ~ 성삼재

남들은 아침을 준비하랴 분주하기도 한데…….

이른 아침 도망을 할 수도 없습니다. 아침에 벌금을 얼마짜리 끊을 것인지

결정한다고 했으니 어찌 합니까? 관리인실 입구를 보니 용무 있으신 분

아침 7시부터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제 밤 이곳 산장에 들어 올 때는 그냥 산행 포기하고 성삼재에서 대전으로

가기로 했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맴이 서서히 동요가 됩니다. 산찾사님 언제 또 오겠냐고?

나를 압박하는 말을 건네옵니다. 그럼 성삼재까지 가서 결정하자 하고

대전까지 이동 방법을 의논해봅니다.

덕배님하고 땅이님이 이왕 휴가 낸것 오늘 쉬겠지요?

다시 와 달라고 연락하면 되냐? 되지 않느냐? 고민하다

전화로 물어 보기는 미안한 마음입니다. 7시에 이곳에서 출발한다 문자 보내니 

오늘 다시 지원 오겠다는 답이 금세 날아 옵니다.

이 고마움에 가던 산행길을 계속 이어 가기로 할지는 성삼재가서 결정을 하기로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그 동안 격려해주신 임들께 산행 포기하고 대전 올라간다 연락했는데 

어찌하오리까?

7시가 가까워져 어제 우리들 신상명세를 적은 관리인을 찾아

우리 이제 산장을 떠난다 이야기 하니 왜 그리 일찍 가냐 합니다.....

그리고 어디로 하산 하냐 묻습니다. 그래 성삼재로 간다하니 그곳까지 가면

오후 3시나 되고 얼마나 먼 길인데 그곳으로 가냐면서 이곳에서 삼정으로 곧바로

하산하는 길이 있으니 그곳으로 하산 하라 권하기에 알았다 대답을 하니

“앞으로 절대 야간 산행하지 말라면서 그냥 안전 하게 하산 하라 합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야간 산행을 하다 우리가 행여 산에서 조난이라도 당하면

안 된다 싶어 우리를 아침까지 붙잡아 두려는 마음이 더 컸음이 아닌지

그리 느끼니 어제의 미움이 고마움으로 변해 옵니다.

벽소령 산장에서 마른 옷과 뽀송뽀송한 양말과 신발을 신고 출발 하니 마음도 가쁜

몸도 가뿐입니다. 그래도 이슬비는 계속 내리고 안개는 자욱해 비옷을 벗지 못하고

산행길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산행길에 예전과 좀 다른 것이 너덜길이 장난이 아닙니다.

어제 그 악천후의 야밤 야간 산행을 포기하고 산장으로 들어간 것이 얼마나

잘 된 판단인지 큰 위안으로 다가 옵니다.


그런데 어제 이곳까지 오는데 큰 불편 없던 오른쪽 무릎이 하산길에는 영 좋지 못합니다.

오르막길과 평길은 괜찮은데 내리막은 시간이 지날 수로 불편함으로 다가 옵니다.

일단 지원팀과 12시 30분에서 1시 사이에 성삼재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무릎이 불편해도 걱정이 없습니다.

형제봉을 도착해서 잠시 지리의 남부 능선이 햇살을 받으니 확 벗겨져

카메라를 꺼내 샷터를 누르려 하니 그 짦은 순간 지리산은 또 짙은

안개에 푹 파묻혀 버려 보이지 않습니다.

산찾사님 비 오고 난 뒤 오늘 산행길 내내 이런 광경이 연출되니 그냥 가자합니다.

성삼재 가서 인월까지 갈 것인가 결정하자 했는데 화창해져 오는 날씨를 보니

서로들 마음속으로 결정이 된듯합니다. 그래 갑니다. 무박은 못해도 1박을 하면서

지리산 태극기를 완성하러 말입니다.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연하천에 도착할 쯤 언제 비바람과 짙은 안개의

지리산 이었나 하면서 해맑은 햇살과 청명한 하늘 멀리 터지는 시야는 지리산의

모든 것을 보여 주는 듯 그저 좋습니다.

어제 밤 세워 이곳을 통과 했으면 이런 광경을 보지 못했을 텐데 그리하지 못한

보상이라도 받는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져 옵니다.

벽소령에서 산찾사님 찰밥 한 덩어이로 둘이 나누어 먹으면서 아침을 대신합니다.

이제 걱정이 없습니다. 우리를 찾아오는 사랑하는 산우님들이 계시기에 말입니다.

배 고품도 무릎이 시큰거려도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해오는 지리의 산줄기 그리고 운무에 깔리우는 모습 곳곳에서

터지는 조망, 철쭉의 아름다움과 파란 하늘은 마음급한 산행길을 자꾸만 자꾸만 끓어 내립니다.

반야봉 아래에 자리 잡은 묘향대로 한 눈에 쏙 들어옵니다.

지리 주능선 종주를 하면서 한번도 보지 못한 묘향대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조망이니 어찌 행복한 산행길이 아니겠습니다.

삼도봉도 지나고 임걸령에서 목도 축이고 평일 날인데도 지리산을 찾는 산꾼들의 모습은 많습니다.

그냥 지나치는 산군 한명 없습니다. 모두들 만날 때 마다 안녕하세요!!!

좋은 산행하세요!!! 정겨운 모습들입니다. 그 정겨운 모습과 너무도 환상적인 지리의

풍광에 힘을 얻어 노고단에 오릅니다.

이제야 전화기를 다시 켭니다. 12시에 전화기를 켜 놓기로 벽소령을 떠나면서 약속을 했습니다.

12시 정각 전화벨이 울립니다.

벌써 성삼재 소형차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합니다. 그래서 내가 마중 오라 했더니

한 마디로 싫어요! 합니다.

좀 더 빨리 얼굴이라도 보고 품을 땅이님은 모르시는지? 야속혀요~~~


마음이 급해져 옵니다. 하산길 무릎을 옆으로 조금은 끌면서 급하게 산행을 해봅니다.

콘크리트 도로를 피해 길 한쪽 옆을 따라 하산을 하는데 지리산을 오르는 산군들의 모습은

꼬리를 물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 역시 지리산을 찾는 산군들이 많음을 실감합니다.

그때 저 멀리서 누가 우리를 보고 반겨줍니다.

그 작음에서 별땅이님입니다.

마주 합니다 가슴으로 그냥 좋습니다. 직장도 휴가를 내고 찾아와줌이 얼마나 고마움이고

사랑인지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하는 체온에서 느껴져 옵니다.

누군가의 모델이 되어서 사진을 찍혀옴이 행복입니다.


6. 성삼재 ~ 적령치

성삼재 주차장 덕배님 웃음으로 반겨줍니다.

남정내 둘이서 각 가지 푸짐한 준비로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불러 옵니다.

덕배님, 땅이님 우리 너무 호강하는 것 같아서 태극종주 자주 하려 합니다! 했더니

다음에는 마중 나오지 않는다 하네요.

그리 호강을 합니다.

가슴까지 시원해져 오는 맥주 한잔과 따뜻한 밥 그리고 간밤에

그리 먹고 싶었던 꼬치 국물과 라면까지 무엇을 먼저 먹을지 어떤 것부터 젓가락이

갈지 이것저것 먹으라 자꾸 앞으로 챙겨 주는 고마움.


돼지 주물럭도 쌈에 싸서 먹고 라면도 먹고 이리 저리 먹었습니다.

배가 불러 옵니다. 다시 벗은 양말과 신발을 신고 산우님들의 환송을 받으면서 마지막

바래봉 덕두봉을 향해서 아쉬운 출발입니다.

그런데 점심을 먹고 산행길을 이어 가려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간은 내리막만 힘들었는데 오르막조차도 무릎에 통증을 느끼어 옵니다.

아이고, 걱정입니다. 우선 되는대로 산찾사님 앞서서 천천히 산행길을 이어갑니다.

말은 하지 못해도 걱정입니다. 스틱에 의지 하면서 산행길을이어 보지만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산찾사님 나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적령치에서 산행을 접을 테니

그냥 혼자 먼저 가라 합니다.

산찾사 묘봉치에서 상위 마을로 하산을 권합니다. 그것이 가장 짧다고.

그러면 나를 데리러 오는 거리가 너무 멀어 아니 된다고 그냥 정령치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하면서 산행길을 이어갑니다.


배낭에서 뒤적뒤적 진통제를 꺼내 3알을 입안에 털어 넣습니다.

이것 먹고도 통증이 갈아 않지 않으면 진짜 산행길 접는다 하고 자꾸 먼저

라 보체다가 나와 함께 하다가는 둘 다 가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다라 옵니다.

산찾사님 배낭 속에 물을 만복대 어는 능선쯤에 두고 가라하고 먼저 보내니

내 마음은 그저 그리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헤어지고 나니 곧 묘봉치입니다.

산찾사님 저 멀리 능선길에 오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누구라 할 것도 없이

둘이 손을 흔들어 봅니다.

혼자서 천천히 콧노래도 불러가면서 편안하게 산행길을 이어갑니다.


만복대 주변은 그저 평온함입니다.

처음 대하는 만복대 주변의 풍광은 그저 편안함입니다.

그리 멀리 까지 조망되던 지리의 풍광은 기온이 높아지면서 가스가 차

올라오면서 흐리해져 옵니다.

어제 산행길에서 우리 이 좋은날 천왕봉에서 누두 사진찍자 했는데 날씨가

우리의 누두 사진을 허용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는데 그 생각이 퍼뜩 되살아납니다.

혼자서 웃통을 벗어 버리고 상반신 누드를 쑥스러운 마음으로 찍어 봅니다.

산찾사님 처럼 근육남도 아닌데 볼 것도 없는데 더 나이 들면 이 짓거리도 못하지 

싶어서 그냥 찍었습니다.

얼른 위 옷을 걸쳐 입고 정상에서 한 없이 그냥 물 끄럼이 지리산 자락을

바라보고 하산을 합니다. 적령치 저 만큼 보이는데 언제 가나 싶습니다.

더군다나 하산길이기에 걱정이 앞서 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저기 보이는 곳 저기를 가지 못하랴?

바쁠 것이 없는데 천천히 가보자 그리 편안하게 마음을 다 잡고 적령치로 향합니다.

보기만해도 멀기만한 바래봉은 저 멀리 있는데 이 아픈 무릎을 끌고 저기 까지

가지 않기를 엄청 잘 했구나 그런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내려오는 길 무릎이 아파도 내가 가야 합니다.

그 누구도 없습니다. 오직 나에게 있는 것은 내 자신과 산찾사님이 산행길에 놓고

간 물 한병 그 물병도 1,000CC짜리 물을 거의 다 버리고 양손에 스틱을 의지하고

하산을 하기 때문에 긴 물병을 뒷주머니에 넣고 하산을 하나 한쪽 엉덩이가 불쑥

튀어나와 뛰뚱뛰뚱 걷기가 불편합니다. 그런데 걷다 보니 적응이 되는 듯.

우측으로 계곡이 있는지 계곡물 흐르는 물줄기가 소리가 들려오고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간간히 들려옵니다.

바쁠 것도 바쁜 것도 없는 이 몸 이런 저런 노래를 불러 가면서 급경사 길은

조심조심 평길과 오르막은 그럭저럭 스틱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겨 놓습니다.

적령치가 보이는 마지막 봉인 듯 발 아래로 적령치 휴게소의 모습도 보이고

차량들의 흐름도 간간히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 마지막 봉을 하산 하는데 저 앞에서 숲성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 들어보니

땅이 동상님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걸을 만 하세요 물어 옵니다.

응 견딜 만 혀 답을 하고 다시 가슴 한켠 따스함이 내가 무엇이기에 휴가내서

이렇게 찾아와준것도 고마울 따름인데 무릎까지 고장이 나서 여기까지 올라오게

만든 내 자신이 미안함으로 가득입니다.

땅이동상님도 마중 나왔겠다! 힘이 납니다. 그리고 편안함이다.

그 편암함이 콧노래가 되어 흥얼거림입니다.

적령치의 마지막 계단길 천천히 내려가 출입문을 통과해 주차장으로 가니

덕배 동상님 다시 반겨 줍니다. 고생했습니다.

여기 까지 찾아온 기념으로 다시 기념사진을 찍고 어제부터 먹고 싶어도 먹지 못했던

맥주에 현장에서 덕배님이 즉시 사온 동동주에 파전을 안주 삼아 배를 불리 웁니다.

성삼재에서 준비했다는 산채 비빔밥의 안주에 동동주의 맛은 환상입니다.

이 호강을 내가 누려도 되는지 그저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 뿐 입니다.

 

7. 적령치 ~ 인월 ~ 대전

다시 이삿짐을 정리해서 땅이님 차에 싣고 인월로 향합니다.

산찾사님 산악 마라톤 달리듯 갔으니 분명 우리 생각보다 빨리 내려올 것이다.

게으름 피지 않고 인월 마을회관 앞으로 가서 등 떠밀려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인월 장터로 나와 소주도 몇 병과 부족한 것을 사서 다시 인월 마을 회관으로 갑니다.

이곳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기는 그렇고 산찾사님 조금이라도 덜 걷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마을 맨 꼭대기 임도 시작점까지 올라가 주차를 하고 삼겹살 파티 준비를 합니다.

야채가 부족하다는 말에 각자 흩어져 현장에서 취나물에 미나리 씀바귀 그리고

두룹순을 채취하여 충분하게 야채를 확보한 후 산찾사님 내려 오려면 시간 조금 걸리니

우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하는데 벌써 바래봉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옵니다.

속된말로 그 인간 날아왔나 봅니다.

삼겹살 한 첨에 현장 야채의 향긋함이 입안에 도니 피곤함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행복에 겨울 뿐이고 미안함 뿐 입니다.

소주병이 비워지고 취기가 오르면서 산찾사님 하산할 때가 되었는데 다시 전화를 

연결하니 산 능선까지 다 내려와 잠시 후면 도착 될 것 같아 다시 분주하게 삼겹살을 굽습니다.

그런데 한 10여분이 흘러도 답이 없어 다시 전화를 하니 마을회관에 도착되어 있다합니다.

옆 능선으로 하산해서 보지 못한 듯 땅이님 급하게 차를 몰로 내려가 산찾사님을 데리고 옵니다.

마을회관 찍지 않으면 무효라 하려고 했는데 용케 우리를 피해 하산했나 봅니다.

어찌나 분주하게 왔는데 도착한 산찾사님의 모습에서 알수 있습니다.

그렇게 네 명은 다시 삼겹살에 소주가 몇 잔 돌고 성삼재에서 준비한 산채정식

나물로 밥을 비벼서 배를 불리고 어둠이 짙어갈 무렵 대전으로 향합니다.


늘 말을 합니다.

산이 있기에 산을 간다고 그리고 산을 함께하는 산우님의 정이 좋아서 산에 간다고

지리산 태극종주를 떠나면서 그리 걱정하지 않고 그저 자신감을 갖고 떠났는데 그것은

큰 자만 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겸손하지 못한 내 자신을 질책해 보고 먼 길까지 와서 온갖 뒤 바라지해준

산우님들의 정에 다시 한번 감사 드릴뿐입니다.

 

올라오는 길 대전에서 한잔해야 한다고 늦어도 괜찮으니 얼굴 보고 가야 된다고 재넘이님

독촉전화에 어제부터 마음 조린 그 정을 잊을 수 없어 대전으로 올라와 호프집에 도착하니

시간여행님 부부 결혼기념일 이라고 함께 하시고 재넘이님, 솔개님 그리고 초록잎새님

그렇게 모여 작은 케이크에 촛불도 밝히고 산 사람들의 흐뭇하고 정에

넘치는 지리산 태백 종주의 이틀 밤을 산우님들과 함께 마무리를 합니다.

 

그저 혼자가 아니고 함께함을 다시 한번 감사드리는 그런 산행을 할 수 있었음에

세상 태어남이 그리고 세상 살아감이 행복에 겨운 그런 날로 기억 됩니다.

영원히 내 가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