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들 산행 사진

산녀님 설악산 산행 스케치...

너른숲 2006. 2. 2. 09:04

너무 오랜만에 이곳에 산행기를 올리네요...^^

결혼해서 산에 안다닌다는 소문이 들리더만....(능력이 부족해서리)

아직 솔로로 산 열심히 댕기고 있답니다~

그냥 귀차니즘이란 녀석이 찾아와

스케치를 하긴 했는데 산행기가 쓰기 귀찮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쑥쓰럽기도 하고 그래서 뜸했네요....

암튼 다시오니 푸근하니 반갑네요...

다들 잘 계시죠?

흐흐흐........

잼없는 산행기지만 심심하신분만 읽어보세요~

 


 


 

 

[21일~22일]

<설악산으로 출발...... 편하게 묻어가기....^^>

청주에서 설악산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려면 좀 만만치 않습니다.

청주에서 강릉가서 강릉에서 다시 속초로... 속초에서 다시 설악동이나 암튼 출발코스로....

들러들러.... 한나절은 길에서 시간과 비용을 버려야하는데...

이런 기쁜 소식이~~~^____^ 흐흐

운수형님(알리님)이랑 나그네님의 협공으로 어찌어찌 쉽게 설악산으로 출발~

묻어가게 된거지요....(두분께 감사드림....^^)

여전히 준비한다고 꾸무럭거리다 결국 김삿갓님이랑 다른 분들 기다리게하고...(죄송)

솔밭공원에 도착하니 다들 와계시더군요!

지각하는 분들 생각해서 좀 일찍 시간 알렸던 나그네님 좀 당황하시고...^^

여유롭게 서로 인사하고 몸풀다가 버스가 와서 탑승하고 출발^0^.......!(11시 30분쯤)

오호.....!

청산과 달리 불끄고... 조용해지더니 바로 취침모드...!

정신없이 자다깨다......  한계령 근처의 휴게소에 도착!(2시 40분쯤)

아침식사하잡니다....뜨아~

엄청 맛있는 된장찌게백반을 든든하게 먹고, 좀 쉬다가 한계령에 도착!(3시 50분쯤)

역시 한계령! 바람이 장난아니네요....^^

바람을 피해 화장실에서 이것저것 마지막으로 챙기고 본격적으로 출발!(4시쯤)

해드랜턴의 불빛이 이어집니다.

 


 


 

<서북능..... 장대한 그 품으로..... >

ㅠ.ㅠ 흑흑흑~~~ 65L 배낭에 이것저것 욕심껏 채웠더니 휘청휘청~

다른분들의 가벼운 배낭이 어찌나 부러운지......

결국 몇 걸음 떼지도 못하고 헉헉헉~~~

다른 분들 먼저 보냅니다.

어차피 그들과는 다른 일정이므로 나름으로 컨디션 조절을 하지 않으면 힘들어지져...

초입부터 얼음과 눈으로 미끌미끌....

아이젠을 해야할런지 고민하다 오르막길이라 일단 가보자며 스틱을 잡은 손에 힘을 줍니다.

대신 깜깜한 새벽의 스산함을(저도 무서움 알아요...^^) 몰아내고 싶어

MP3로 음악을 들으며 호흡을 조절하며 천천히 오릅니다.

한계령 1km라는 표지판이 있는 곳을 지나 쭉 걸어가는데...

음악감상하며 어찌어찌 잘 갔는데...

헉!!!!!

다시 나타난 한계령 1km 표지판!

-_-;;;; 모냐......

이거이 말로만 듣던 링반데룽? 

 

잠깐 상식!) Ringwanderung : 안개, 폭우, 폭설, 피로 등으로 방향 감각을 잃고 같은 지역을 맴도는 것을 말하는 등산용어. 링반데룽에 빠져 버리는 기상 조건은 산에 눈이 내릴 때와 지형적으로 기복이 적은 장소에서 일어나기 쉽다. 또한 등산자가 피로에 지쳐 사고력이 둔해지고 방향 감각을 잃어버릴 때나 야간까지 등산을 무리하게 연장하는 경우에 일어나기 쉽다. 링반데룽을 일명 환상 방황이라고도 말한다.

 

등줄기에서 한기가 싹~ 지나갑니다...

정신차리자.....

다시 표지판을 지나 바위등을 넘어 10여분 걸어가다보니 길이 왼쪽아래로 잘 안보이게 연결되는것을

오른쪽으로 하산길이 두개로 갈라지는 것을 따라간 모양입니다....

깜깜한 새벽이라 길이 잘 안보이는데다가 러셀된 것만 생각없이 따라간 결과죠...-_-;;;(바붕~)

이제는 좀 정신차리며 오릅니다.

스산하고, 좀 무섭고, 날도 추워서 쉴 생각없이 가는데 이번에는 내리막길이 보이고...

아까의 일도 있어서 하산길로 잘 못 들어섰나싶어 지도를 확인하고..

내리막은 다시 능선으로 연결되어 꿋꿋하게 걸어가면 서북능 갈림길에 다다릅니다.(6시 30분 도착)

한계령에서 이 갈림길까지 지도에 표시된 시간이 2시간 30분!

맞춘듯이 시간맞춰 올랐다^^ 뿌듯~~~ 그럼 앞에 사람들은.....(날아갔나보다~^^)

 


 


 

 

깜깜했던 주변이 점점 조금씩 밝아지는 능선길을 애써 천.천.히 걸어갑니다.

오늘 목적지가 대청봉 밑에 있는 설악산장이니 시간이 남아돌기때문에 빨리 갈 필요가 없는데다가...

스케치를 하려면 날이 밝아야하는데, 아직 1시간은 있어야 해가 뜰텐데...

예상밖으로 너무 빨리 올라 당황.....

슬로비디오 찍듯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을 감상하며 1397봉을 오릅니다.

어느덧 해가 떠오르고 아침 햇살 속에 한겹씩 드러나는 서북능의 봉우리들!

감탄하며 가다보니 벌써 끝청!

십이선녀탕에서부터 시작되는 서북능선은 이 끝청이 막바지입니다.

많은 산꾼들이 이 끝청에서 자신들이 걸어온 서북능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대견해하겠지요.

그 반도 안되는 거리를 걸어온 저도 뿌듯한데....^^

너무너무 춥고 바람이 세게 불어 달달 떨면서 겨우 스케치한장 그리는데

붓펜이 얼어 잘 나오지 않습니다....(얼마나 추운지 알겠죠^^)

카메라의 건전지도 얼어서 입김으로 녹이며 촬영합니다....

저멀리 골프공 두개가 보입니다....^^

중봉이죠~ 레이다기지랍니다.

이제 거의다 왔구나~ 마음이 한결 느긋해지고...

 


 


 

 

희한하게 구부러진 나무도 스케치하며 룰루랄라 걸어가니

중봉 오른쪽으로 대청봉이 당당하게 보이고

파란하늘과 하얀 눈길과 환상적인 산맥이 내내 즐겁게 해줍니다.

그러나 배가고파서....^^

일단 스케치를 조금 하다가 후다닥 설악산장으로 갔지요.

 

 

 


 


 

 

<대청봉...설악산장에서의 느긋한 오후....^^>

1시...!

느긋하게 움직였는데도 1시밖에 안되었네요....

여유로움이 주는 푸근함을 느끼며 취사장으로 갔습니다.

어르신 한분이 반겨주시면서 점심 했냐고 물으십니다.^^(역시 우리네 정은...흐흐)

아직요...라는 대답에 선뜻 닭도리탕 해놓으신 것 주신다며 기다리랍니다.

염치도 배고픔에 쏙 들어가고 웃음으로 감사함을 표시하며 기다리니 건네주시는데

갖가지 야채가 들어갔고 간장으로 간을 한 닭 스프식입니다.

어찌나 맛있는지~^^

마침 들어온 남자 두분과 나누어 먹었지요...

산이란 곳이 사람들을 참 어울어지게 만듭니다.

하나라도 챙겨주고 나눠주고... 그러면서 흐믓해하고...

닭도리탕보다도 그런 마음씀에 포만해져서 커피까지 얻어마셨지요.

어르신이 혹시 술 가져온 거 있냐고 여쭙는데, 당황~~~(에이 가져올껄)

저녁에 마실 술이 없다며 어쩌누....하시다가 소청산장에는 있을거라 그러자

마침 봉정암에 기도드리러 갈꺼라면서 오시면서 사가지고 온다고 기다리라십니다.^^

넵~~~~ ^0^

어르신과 같이 산장을 나와 어르신은 봉정암으로...

전 스케치를 하러 중봉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배도 뿌듯하니 부르고...

파란하늘에 따뜻한 햇살에....  더이상좋을수없다표 날씨에.....

천천히 걸어가다 맘에 드는 장소에 매트릭스 방석(삿갓님이 빌려주심)을 깔고 앉아

느긋하게 스케치를 하는 이 평화로움....!

어쩌면 이러한 작은 행복이 날 자꾸 산으로 부르는지도 모릅니다.

벌써 내려갔을 청산 일행들에게 전화도하고...

엄마한테 잘 있다고 보고도하고...^^(거의 포기하심....흐흐)

여기저기 스케치하며 그렇게 행복한 오후를 마무리합니다.

 


 


 

 


 


 

 

국립공단에서 운영하는 대피소는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해야하는 거 아시죠?

평상시와 다른 준비성으로 예약해놓은 산녀!^^

군대내무반과 닮았다는(군대를 안가봐서리... 들었음) 대피소 안의 2층 맨 구석에 자리잡습니다.

일단 옷부터 갈아입고, 입었던 옷은 널어놓고... 짐도 정리하고...

매트리스펴고 침낭을 깔자 얼어있던 피로감이 풀리면서 잠이 솔솔~

잠시 깜빡 잠들었다 일어나니 6시!

봉정암 가신 어르신은 아직도 안오셨는지....

밥이라도 해놓자며 나가는데 들어오십니다~^^

은밀하게 보여주시는 마가목주! 장난스런 웃음까지..... 귀여우십니다요....

취사장 한쪽에 자리잡고 일단 안주에 술한잔 하자고 의견일치!

전 준비해간 주물럭을 굽고, 어르신은 꽁치김치찌게를 끓이시고....

밑반찬까지 펼쳐놓으니 우리 밥상이 제일 화려하고...(주변의 부러운 시선이...^^)

마가목주의 향긋함을 마시며 지글지글 안주도 먹는데 옆에 있는 남자분들의 군침이....흐흐

마음약한 산녀! 어르신 따라주신 술잔을 그들에게 주면서 한잔하라 그랬죠...

그래서 다같이 어우러져 주거니받거니했는데...

작은 술병 2개가 금방 동나고...

아쉬워하시던 어르신이 소청산장에 술 있다며 내 돈줄테니 사오겠냐 그러십니다.

두 남자분 흔쾌히 갔다온다고 나서고...(대단대단!)

50분쯤 후에 4병을 사들고 와 흥겹게 산이야기도 하고 이것저것 덕담을 나누며 그렇게 저녁을 즐겁게 보냈지요.

저녁 9시 소등!

곤하게 잠든 다른분들에게 피해가 안가도록 조심조심 칫솔을 챙겨 나옵니다.

산에서는 물이 귀한데 특히 겨울에는 더하죠~

물을 사서 써야하는 상황에서 씻을 생각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양치는 해야 개운하기에 밖에 나오니 하늘가득 별입니다...^^

저 아래로는 속초시내의 화려한 야경이 멋지고....

와~ 너무 좋다....^^

별을 20개쯤 세다가 다시 들어가 잠을 청해봅니다.

 


 


 

 

<대청봉의 일출보고 소청산장으로.....>

"우~~~~"

-_-;;;; 이상한 소리에 깨어났지요...(5시정도)

누군가 잠꼬대를 심하게 하나보나 했는데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발작처럼 이상한 소리를 지르다가 막 뛰더니 밖으로 나가서 또 소리를 내고....

좀 무섭다는 생각을 하는데 벌써부터 사람들은 깨었나봅니다.

여기저기서 중얼중얼 불만들이 나오기는 하는데 드러내놓고 뭐라고는 안합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대학연구원팀이랑 같이 온 일행이었는데, 정신적인 문제가 좀 있는 모양입니다.

깨어나니 다시 잠이 안오고...

일출을 보려면 아직 2시간 반이나 있어야 하는데.... 모하나....@@?

새벽 라디오를 들으며 뒹굴뒹굴~~~~

다 놓고 옷만 입고 스틱 들고 나섭니다.

새벽의 대청봉추위를 알기에 우모복을 입고 천천히 올랐지요.(7시 10분)

밝아오는 대청봉에 도착!(7시 30분)

저 아래 바다위로 붉은 곳에 모든 사람의 시선을 고정되어있네요....

드디어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붉은 해가 떠오르고....

 


 




어제 같이 술을 드신 분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합니다.

대청봉에서의 경관을 충분히 감상하고 설악산장으로 내려가 또 뒹굴뒹굴~

사람들이 아침을 거의 먹었을때 게으르게 아침을 준비합니다.

어제 남은 밥에 누룽지(파는 누룽지 아시죠?^^)를 넣고 물을 부어 팔팔 끓여 먹으면

아침에 먹기에 부담이 없어 좋지요.

반찬은 산녀표 쇠고기버섯강된장이랑 파래무침!

아무도 없는 취사장에서 밥에 자스민차까지 끓여 마시고나니 공단직원분이 청소하러 내려오십니다.

헉~~~ 너무 게을렀나보당~~~ -_-;;;

서둘러 배낭을 꾸려서 1층으로 올려놓고, 다시 스케치북을 챙겨들고 나와 스케치를 합니다.

 


 


 

 

대청봉 북동쪽의 화채능선줄기.....!

개방이 되느냐마느냐의 문제로 시끄러운 곳인데 개방을 안한다네요...

자연 생태계의 보호차원에서 필요하다는 말을 이해해야겠지만 좀 아쉽기는 합니다.^^

그 왼쪽으로 설악동으로 내려가는 천불동 계곡....!

그 옆으로는 공룡능선 줄기가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겹겹의 산줄기 너머 파란 바다도 일품이지요....

그런 풍경을 스케치로 담아보겠다는 행위 자체가 무모한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악산에 대한 감동을 가슴에 담든...사진에 담든.... 그림에 담아보던간에...

그건 그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는 온전한 그사람의 것이기에..

저도 내멋에 겨워 그려보는거지요....(한심할때도 많지만...^^)

느리고 게으르게 움직여 벌써 11시!

슬슬 배낭을 매고 소청산장으로 출발합니다.

설악산장에서 3분정도 오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어제 왔던 서북능 줄기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소청봉과 연결이 됩니다.

20여분 가면 소청봉으로 내려서는데 외설악의 멋진 풍경이 시선을 내내 붙들죠...^^

소청봉에서는 다시 소청산장과 희운각산장으로 길이 갈라지는데

일단 계획대로 소청산장으로 내려갑니다.

 


 


 

 

10여분 내려가면 용아장성릉이 멋지게 내려다보이는 소청산장에 도착!

어느곳이나 전경이 멋진 설악이지만 특히 멋진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죠~

지도를 펼쳐놓고 어찌할까 고민하다 일단 산장에 들어가봅니다.

마침 용대리부터 올라오신 어르신들이 있어 여쭤보니

셔틀버스도 길이 미끄러워 안다니고(걸어오셨다니 대단~^^) 수렴동산장에도 사람이 없답니다.

산장을 비워놓고 주인이 내려갔다네요..... -_-;;;; 모냐.....

원래 수렴동산장에서 잘려고 했던 계획이 어긋납니다...

에이.....

자가발전으로 방에 보일러를 놓아 따뜻하다는 소청산장지기의 말씀에 얼른 배낭을 들여옵니다^^

점심먹고 봉정암으로 스케치하러 댕겨오자.... 고 결심하자 또 느긋해지고....후훗~

한것도 없이 배가고파 라면을 끓입니다.

누군가의 말대로 라면에 치즈를 넣었는데.....윽! 너무 느끼하다는.....(다신 안하리....-_-..뽀도독!)

아저씨들이랑 이런저런 얘기하고 라면먹다보니 벌써 1시 반~ 에궁.....

산장아저씨에게 작은 배낭을 빌려 간식이랑 물이랑 스케치북을 넣어 출발합니다.

 


 


 



 

 

<느긋하게 나선 봉정암 스케치^^.....뒹굴뒹굴 휴식법>

봉정암까지 내리막 40분거리(지도상)....!

놀매산행의 진수를 보여주리...^^

라디오 들으면서 가을하늘같은 파란하늘과 하얗게 빛나는 산길을 천천히 내려갑니다.

마침 나오는 재즈음악과 환상적인 날씨에 기분이 업!!!^__________^

우아~ 를 외치면서 여기저기 스케치를 합니다.

 


 

 


 

드디어 봉정암이 내려다보이고, 너무 멋진 바위들이 병풍처럼 자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다들 어디에 계신건지.... 사람이 한명도 안보넹.....--......떱~~~

몇 장 그리다가 소청산장으로 다시 올라갑니다.

내려오면서 스케치를 좀 많이 했기에 오를때는 그냥 가자... 며 걸어만 갔지요.

재즈에서 제3세계음악으로 바뀐 라디오를 감상하며....

 

 

모냐.....@@!

벌써 도착한 소청산장.....(3시)

아무래도 축지법을 썼는지.... 너무 빨리 도착했다는 허탈감!(미쳤나봅니다)

소청산장 마당(?)에서 여기저기 스케치를 또합니다(할일이 없어서...^^)

 


 


 

 

약간 큰 민박집 방처럼 되어있는데 보일러덕분으로 뜨끈뜨끈....흐흐흐

좀 등판을 지지다가.... 저녁을 준비합니다.

설악산장에서 어떤분이 주신 팩소주가 한병 있다는 뿌듯함에

주물럭이랑 우선 한잔하고 밥을 먹었지요.

근데.............정말 아무도 안옵니다.

아무래도 아가씨 혼자 자겠다는 할머님의 말씀처럼 되면...............흐흐흐 대박이죠~^^

벌써 산장아저씨에게 소설책 1권까지 빌려두었겠다... 걱정이 없습니다.

뒹굴뒹굴뒹굴.......

뜨끈한 큰방에서 굴러댕기면서 소설책을 읽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기분....(아실런지...^^)

신경숙님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입니다.

그전부터 읽고 싶었던 소설이었는데....흐흐흐(함 읽어보시길....)

8시에 소등을 해서 해드랜턴을 켰지요...

 

/잊으려고 하지 말아라.
생각을 많이 하렴. 아픈일일수록 그렇게 해야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잊을수도 없지.
무슨일에든 바닥이 있지 않겠니
언젠가는 발이 거기에 닿겠지.
그때 탁, 차고 솟아오르는거야.

-신경숙의 기차는 7시에 떠나네 中-/

자살기도까지 할정도로 절망에 빠져있는 조카에게 주인공이 하는 말입니다.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좋아하던 조수미님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라는 노래가 있는데

책의 중요한 테마가 됩니다....

에궁 샛길로 빠졌네요.....

암튼 한권을 다 읽고.... 11시가 다 되어서야 잠을 청합니다...

아~~~~~ 좋다^0^

 


 








[24일 화요일]

<깔딱고개....희운각 산장....>

뜨끈한 방을 독식하여 너무 잘자고 일어난 아침!

소청산장도 물을 사야하기에....(큰병에 2000원)

아침을 희운각산장에서 해먹기로 결심하고 배낭을 꾸려 출발~(9시)

어제 내려왔던 소청봉으로 약간 숨 헐떡이며 오르면(20분정도) 소청봉!

360도 한바퀴 돌며 주위경관을 감상하고는 희운각산장쪽의 깔딱고개로 접어듭니다.

10여년 전 처음 설악산에 왔을때 천불동계곡으로 올랐는데

이 깔딱고개에서 죽는 줄 알았지요.... ㅠ.ㅠ

친구랑 둘이 왔는데, 그땐 눈도 많이 와서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을 헤치며(러셀이 아님...)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올라 소청봉에 올라서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는.......떱~

흐흐흐 그래서 나중에 꾀가 좀 생긴 후부터는 주로 하산길로 이용합니다.

2월쯤 눈이 많이 쌓였을때는 봅슬레이구간이 생깁니다.

힘겹게 오르는 길과 엉덩이썰매로 내려가는 봅슬레이 둥근터널같은 길!

인상 푹푹쓰며 저쪽에서는 헉헉거리며 오르는데 이쪽에서는 그냥 신이 납니다.

물론 경사가 급한만큼 조심해서 타야합니다.

아이젠을 벗고(아이젠을 하고서 엉덩이 썰매타면서 내려가면 다른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잘못 걸리면 발목을 다칠수도 있답니다)

너무 속도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발로 브레이크를 잘 잡아야합니다.

또.... 중간중간 튀어나온 돌이나 나무뿌리를 주의하면서(잘못하면 마이 아파~~~^^) 타야죠.

아쉽게도 눈이 별로 없어 얌전하게 내려갑니다.

도가니 걱정이 좀 되는 경사를 조심조심 내려오면서

 


 


 

 

공룡능선과 외설악의 풍광에 넋을 잃고 감상도 하며 스케치도 하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안 올라오고 내려갑니다.

아무래도 이번 산행은 온통 전세냈나봅니다~~~^____^ 흐흐~

암릉구간을 살짝살짝 돌면서 내려가다보면 철계단이 등장~

저 아래 희운각산장이 보입니다.

귀찮아도 여기서는 아이젠을 벗지요....

아이젠을 하고서 철계단에서 호되게 미끄러진 아픈 추억이 있기에 철계단을 무서워합니다~ ㅠ.ㅠ

한 남자분과 교대~~~^^

올라가시는 그분에게 인사드리며 배낭을 내려놓고 우모복을 챙겨입어 체온유지부터합니다.

 

잠깐산행상식) 겨울산행을 즐겁고 쾌적하게 하려면

첫째 바람을 잘 막고(오버트라우저나 바람막이 자켓 등....아시죠!^^)

둘째 옷의 겹쳐입거나 벗거나 조절하여 땀이 안나도록 조절하고(땀이 식으면서 체온을 많이 빼앗아 탈진의 원인이 된다네요)

셋째 체온을 잘 유지해야합니다(목적지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쉴때는 보온복을 겹쳐입어 춥기전에 보호해야합니다)

겨울산행이 끔찍하느냐.... 즐겁느냐의 관건은 이러한 관심과 챙김에 있겠죠~^^

 

다행히 산장 앞의 계곡의 물이 얼지 않아 시원하게 물을 떠오고(물맛 좋아요^^)

배가 너무 고파 간식을 먹으며 어제 남은 밥에 누룽지를 넣어 끓입니다.

간식을 풍족하게 준비했는데 역시 곶감과, 치즈포(대형마트에 있음)가 좋더군요~

희운각 산장아저씨께도 곶감과 치즈포를 드리며 인사를 하고는 아침겸 점심을 먹었지요.

작은 새들이 겁도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산장앞에 작은 눈사람이 귀엽게 쳐다봅니다.

지도를 쳐다보며 어찌할까 궁리하다가...

공룡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우니까 전망좋은 신선봉까지만이라도 다녀오기로 합니다.

큰 배낭은 산장아저씨에게 맞기고 역시 작은 배낭을 빌려 간단하게 꾸려 출발~^0^

 

 

<비밀스런 가야동 계곡 맛보기 산행>

내려가는데 왼쪽으로 보이는 경고판!

이곳은 위험해서 어쩌고저쩌고.... 가야동계곡출입을 금지합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음.....-_-ㅋ......!

가지말라는 거 가면 안되는데.... 중얼중얼.....

떠나기 전의 원래 계획에는 가야동계곡으로 내려가 옛 가야동찻집에서 다시 봉정암으로 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가야동계곡이 출입금지라는 것을 알고 포기했답니다.

웬만한(?) 곳은 가봤는데 아직 못가본 가야동계곡에 대한 恨이 금지선을 넘어가게 합니다.

(나중에 희운각에 사실을 말하고 구박받았습니다..... 잘못했어요....징징징)

잠깐만 댕겨오자....... 맛만 보자.... 머 이런거지요.....흐흐흐

5~6명 정도가 내려갔는지 러셀이 되어있긴한데

단단하게 다져져 있던 다른 코스에 비해 발이 푹푹 빠집니다...

눈이 별로 없어 스패츠도 빼버리고 아이젠만 했는데..... 떱~~~

계곡을 중심으로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네요....

리본도 뜨믄뜨믄있고.... 계곡을 건너면서 길이 이어져... 길을 찾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바위에 포근하게 얹고 있는 눈이 햇빛에 하얗게 빛나는 것이 너무 이뻐

40여분 정도 내려갔지요.

유난하게 동물발자욱이 많이 보이는 가야동계곡은 사람의 출입이 없어서인지

약간 스산하고 음산한 느낌도 좀 들었지요.

그정도로 맛보기산행을 끝내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갑니다.

 

<공룡능선의 초입.... 신선봉 스케치>

무너미고개를 올라 좀 내려가다 왼쪽의 공룡능선길과 오른쪽의 천불동계곡길로 갈라집니다.

길은 무난하게 이어지다가 갑자기 급경사가 되어 줄도 여기저기 매달려있지요.

스틱으로는 불안하여 줄을 잡고 낑낑거리며 올라 헉헉헉~ 땀좀 내면 신선봉 정상!

희운각에서 천천히 50여분 걸립니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정말 환상적입니다.....^^(기회되면 꼭 보시길)

공룡능선의 화사한 줄기가 입체적으로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범봉과 천불동계곡쪽의 장군봉등의 암봉과 저멀리 울산바위까지...... 으~~~~~ 주금이져....

더구나 여름에도 휘청일정도로 바람이 센 이곳이 오늘은 웬일인지 바람한점 없습니다.

하늘은 어제처럼 가을하늘인지 의심스럽게 파랗고....

겨울에 이런날 찾기도 힘들겠다 싶을정도로 날씨가 너무 좋아 기분도 룰루랄라....

맘처럼 안따라주는 스케치에 대한 불만도 없어집니다.

저쪽에 보이는 1275봉..... 그 뒤의 마등령!

예전의 추억을 간직한 장소들이죠~

10여년전에는 마등령에도 1275봉에도 사람이 기거하며 산꾼들에게 장사를 했지요.

천막을 쳐놓고 약초등도 팔던 마등령 할아버지는 공단에서 쫓아낸다며 씁쓸하게 웃었었는데...

지금도 건강하실런지....

마등령에서 스케치하던 저에게 자고 가라며 그냥 텐트를 빌려주고 밥도 주고 했었죠....^^

그렇게 가고싶어했던 공룡능선은 희운각에 있던 총각이 마등령에 갔다올거라며 댕겨오자고 그래서

여름이고 보디가드 확실하고 배낭도 없어 무작정 따라갔었답니다.

마등령까지 왕복 9시간..... 그땐 어렸으니까 했을겁니다....(지금은.....에궁....도가니가....^^)

1275봉에서 내려다보던 범봉의 멋진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데.... 날 풀리면 가봐야겠어요...

이런저런 추억을 떠올리며 스케치를 하다가 희운각으로 돌아갑니다.

 


 


 

 

<소주한잔에 산꾼들과의 대화....^^>

벌써 4시 반!

배낭을 다시 받아들고.... 양폭까지라도 가자고 생각하며 길을 나서려는데...

소주나 한잔 하고 가라며 희운각아저씨가 말을 하십니다.

어머나..... 그럼 안되는데......^^ 흐흐~~~~ 그러면서도 슬쩍 배낭을 내리고....

에이 내일 내려가지 머.....그러면서 주저앉게 되었지요.

국립공원 로고가 바뀌어서 교체하기 위해 직원 3분이 올라왔는데

그분들과 갈비를 안주로 소주를 마십니다.^^

그 중 한분은 엄홍길씨가 얼마전 추진했던 시신수습을 위한 휴먼원정대 대원이였다네요....

그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하다보니 운수형님도 아시고(안부전하랍니다^^)

몰랐던 사실이나 상황도 듣고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맛있는 김치찌게에 밥도 먹고, 귀한 당귀차도 마시는 후한 대접을 받고(복이 많아서리...^^)

밖으로 나오자 몇 분이서 별을 감상하고 계시더군요....

그분들과 20여분 별찾기 놀이를 하며 동심으로 돌아갔다가 취침.......을 하려했으나~

-_-;;;;

너무도 웅장한 코골이협주곡에 시달리며 설잠을 자고....

마이 피곤하게 밤을 보냈지요.





 

[25일 수요일]

<양폭산장.... 천불동 계곡....아쉬운 하산길>

염치는 어디다 뒀는지.....떱~

아침에 당귀차까지 또 신세지고는 산장아저씨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또 늦게 출발(10시...)

웅장한 바위와 맑은 계곡의 아름다운 천불동계곡의 매력에 빠져들면서 하산합니다.

 


 


 

 

얼어붙은 폭포의 아름다움과 바위의 비경을 감상하면서 내려가시길...^^

물론 가파른곳에는 어김없이 철계단이 있는데

철계단을 싫어하는 저이지만 이곳만큼은 불만이 쑥~ 들어갑니다.

철계단이 없었으면 오고갈 엄두가 안나는 곳이니까요...

양폭산장에 도착하기 바로 전 구간은 절벽아래 아슬아슬한 철계단이 있는데

이곳에 눈이 많이 오면 매우 조심해야할 곳입니다.

소리를 지르거나 쿵쾅거리거나하면 눈사태가 나 죽을수도 있지요.

실제로 예전에 그런 사고로 대학생들이 많이 죽었답니다..... ㅠ.ㅠ

 


 


 

 

철계단을 지나면 도착하는 양폭산장!

이곳도 무척 아름답고 멋집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이곳저곳을 스케치하다가 춥워서 매점에 들어가 뭘 좀 마실까했더니

커피도 1500원! -_-;;;

1000원만 더 주면 사발면을 먹을 수 있기에 배부르고 양많은 사발면 선택!

맛나게 먹고는 또 스케치를 합니다.

너무 여유를 부리면... 강릉에서 청주가는 막차(오후6시40분)를 놓칠수도 있기에

정신차리고 떠나려고 했더니만....

산장아저씨(? 총각)가 매점이 미관상 안좋아서 허물기로 했다며

정든 그곳을 그려달라고 그럽니다.

떱~ 진작 말씀하시지..... 궁시렁공시렁....

그려서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는 모습에서 아까의 궁시렁거림이 좀 미안해지네요...^^

이크.... 정말 늦겠다....

서둘러 내려가기 시작합니다.(2시)

 


 


 

 

지도상에는 양폭에서 귀면암까지 50분! 비선산장까지50분! 설악동까지 50분!

합치면 150분이니까 2시간 30분이 걸린다는 얘깁니다.

징징징~~~거리며 늦겠다싶어 마하속도를 냅니다.

안해서그렇지 맘먹으면 빠르게 갈 수 있음을 증명하듯 정신없이 내려가는데(스케치못함)

한 남자분이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경쟁하듯 내려갔지요.(거의 뛰다시피 함)

노력이 가상했는지 비선대까지 1시간 걸려 도착!(3시)

경쟁했던 남자분에게 사진찍어달라고 해서 장군봉과 적벽앞에서 찰칵!

남자분에게 버스시간 아느냐고 묻다가 결국 강릉까지 태워주겠다는 횡재를 하고....^^ 야호~~~

 


 


 

 

이제 느긋해져서 비선대에 앉아 스케치도 한장 하고는 설악동으로 내려갑니다.

남자분은 알고보니 동갑!

약간 복잡해보이는 얼굴처럼 잠시 가출(?)상태!

직장을 그만둘거라네요.... 적성에 안맞는다고....

부산사투리가 구수한 그친구(동갑이니깐 내멋대로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설악동에 도착!(3시 30분)

그 친구의 차를 타고 아쉬움을 뒤로하며 설악동을 떠납니다.

 


 


 

 

<처참하게 변한 낙산사..... 청주로 무사히 귀환....>

차비대신 저녁사겠다며 맛집으로 유명한 실로암 막국수를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수요일은 쉽니다"

-_-;;;; 덴장.........

근처의 다른 막국수집에 들어가 대충 세수하고 옷도 갈아입고 뽀송하게 먹었지요.

얇은 메밀면발에 비빔양념이 얹어지고 얼음동동 떠있는 동치미국물을 부어 겨자도 넣어서 먹는 그 시원함이란...... 으~~~~~

시골두부와 맥주한잔도 곁들이며 맛있게 먹고는 다시 출발!

낙산사를 보고가자는 친구의 말에 별 생각없이 들른 낙산사!

그전의 울창하고 아름다웠던 모습을 알기에 충격은 더욱 컸지요....



한순간의 화마가 지나간 낙산사의 심하게 할퀴어진 모습에 애잔함을 넘어 비통하기까지 하더군요...

절이야 2~3년의 시간과 돈이 있으면 어느정도 복귀가 가능하겠지만

수백그루의 소나무들은 어찌해야할런지....

밑둥만 남겨진채 베어진 소나무들의 앙상한 도드라짐에 진저리치다가

 

 

시커멓게 타버린 소나무 몇그루와 함께 있는 해수관음상을 보고는 내려갑니다.

정말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너무 낙산사에 심취했음인지....

생각못한 교통정체의 영향인지...

에궁~~~ 강릉에서의 막차시간을 놓치고...

이궁리저궁리하다가 그냥 일단 친구따라 설까지 갑니다.... ㅠ.ㅠ 떱~~~

겨우겨우 서울에서 다시 청주에 도착!(11시 30분)

아는오빠가 무사귀환 축하한다며 오라고 그래서 술자리에 합류~

그들~ 과 뒤풀이하며 설악산의 대장정을 마감했지요~^^

 

<에필로그>

지겨우시죠....

읽느라~~~

안읽으신분들...... 현명하십니다~^^

암튼 가슴 뿌듯해지고 따뜻해지는 좋은 산행이였습니다.

2006년 한해가 내내 그럴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여러분들도 한해 좋은일만 가득하시고 행복하시고 즐거운 산행하세요~~~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