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 삶 이야기방

한비아 에세이 "그건, 사랑 이었네"

너른숲 2009. 10. 8. 15:14

 

대전서 서울 만만치 않은 거리 기차 타고 출, 퇴근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읽은 재미 또한 솔솔하다.

좀은 힘들어도 퇴근하고 가족과 함께한다는 사실 그리고 열차 않아서 피곤하면 한숨자고

그러나 일어나서 읽은 책 중에서....

 

한비아 에세이 그건 사랑이었네.

 

1부

1. 난 내가 마음에 들어

2. 산에서 풍요로워지는 나

3. 120살까지의 인생 설계

4. 두 얼굴의 한비야

5. 첫사랑 이야기

6. 지금 당신의 라면 한 봉지는 ?

 

2부.

1. 가끔은 조용한 응원을

2. 사랑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3. 흔들리며 크는 우리들

4. 우리는 누군가의 기도로 살아간다.

5. 두드려라, 열릴 때까지

6. 내 글쓰기의 비밀

7. 구호팀장으로 산다는 것은

8. 왜 이 아이를 죽게 두셨나요

9. 가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라.

 

3부.

1.길을 묻는 젊은이에게

2.당신이 받은 축복을 세어보세요.

3.1년에 백 권 읽기 운동 본부

4. 한비야가 권하는 24권의 책

5. 단순함의 미덕

6. 좋은 습관, 나쁜 습관, 이상한 습관.

7.이런 성공이라면 꼭 하고 싶다.

 

4부.

1. 수녀님의 콜택시

2. 파키스탄 리포트

3. 이 아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줄 수만 있다면

4. 아히로 이야기

5. 당신의 무엇을 믿는 거죠?

6. 이제 세상으로 나가겠습니다.

7. 멋지다. 대한민국!!!

 

한비아 에세이 "그건 사랑 이었네"중에서 산에서 풍요로워지는 나 본문 옮김 

"팀장님 깨워서 죄송해요. 국제 월드비전에서 급한 연락이 왔는데 즉시 답을 달라고 해서요"

미안하기는 여기 산이야 무슨 내용인지 말해봐요

네? 산이라고요? 오늘 아침 비행기로 도착하신 거 아니에요?

맞아 아침 일찍 도착했으니 산에 온 거지

이 친구, 국제 구호팀 신입직원 티가 팍팍난다. 들어온지 몇주 안 되었으니 내가

해외 출장 갔다가 아침에 한국에 도착하면 집에 짐만 던져놓고 그 길로 산에 간다는 걸 알 턱이 있나.

나는 이렇게 시간만 나면 산에 간다. 토요일은 월드비전 행사 등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산에 가고

오전 11시 30분에 출근하는 화요일, 목요일 아침에도 등산을 한다.

 

두 시간이 나면 두 시간 코스로, 반나절이 나면 반나절 코스로, 1박 2일이 생기면 또 그에

맞춰 큰 산이나 먼 산을 찾는다.

 

몇 년전에는 아예 북한산 자락으로 이사를 했다.

산 까가지 오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우리 집에서 북한산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으면 10분, 뛰면 5분 거리.

거실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족두리봉까지는 왕복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동안 집값은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눈만 뜨면 산을 볼 수 있고,

신발만 신으면 산을 오를 수 있어 땡잡은 기분이다.

 

게다가 숲이 제법 우거진 뒷동산이 우리 아파트 담과 붙어 있기 때문에 한 시간이라도

짬이 나면 이 야트막한 동산을 몇 바퀴 돌고 오기도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산이 잇으면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등산이나 트레킹을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익숙한 한국 산이 늘 그립다.

그래서 긴 해외 출장이나 파견 근무에서 아오면 애인을 만나러 가듯 만사제쳐 놓고 산부터

다녀와야 개운다다.

게다가 오늘처럼 스무시간 이상의 장시간 비행 후에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대여섯 시간 정도 등산하고

따끈하게 목욕한 후에 한숨 푹 자야 시차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

나랑 산에 가려고 한 사람들은 아침에 비가 오면

전화로 이렇게 묻곤 한다.

"비 오는데도 산에가요?"

내 답은 늘 이렇다

어머, 비 온다고 밥 안먹나요?"

실제로 산에 다니는 것은 내게 취미 이상의 취미다. 그걸 하기 위해서라면

웬만한 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취미,

남들에게는 살짝 미친  사람처럼 보이게까지 하는 취미 알이다.

가까운 사람 중에는 사진광, 낚시광, 바둑광, 오디오 수집광 등 취미 이상의 취미를

즐기느라 외로움을 감수하고 가산을 탕진하며 이혼 직전까지

갈 뻔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솔직히 그들에 비해서 나는 매우 정상적인

수준으로 취미를 즐기고있는 거다.

한번 따벼보라, 등산하는 데 돈이 드는것도 아니고 꼭 혼자 해야 하는것도 아니고

나이가 들면 못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걸으면 걸을수로 건강까지 좋아지니

내가 생각해도 취미 하난는 정말 잘 골랐다.

 

평생 같이할 친구 같은 취미가 잇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산 덕분에 평생 심심하지 않을 자신이 잇다.

솔직히 등산 하느라 수많은 소개팅을 놓친 건 사실이다. 내 친구들은

나보고 그깟 등산 때문에 좋은 남자를 못 찾는 바보는 세상에 나밖에 없을 거라고 하지만 등산 안 하고

무수히 소개팅 한 그녀들 역시 아직 싱글인 걸 보면 내가 남자를 못 만난게 전적으로

등산 때문은 아닌 게 확실하다.

 

만날 바쁘다면서 무슨 시간이 나서 산에 그렇게 자주 갈 수 있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바쁜 생활에도 우선순위라는게 있다.

지금 나의 최우선순위는 아직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구호 활동이다.

그 음이 책 읽고 쓰고 권하기와 산에 가기다.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내에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니 일단 우선순위가

높은 항목에 시간을 미리 할애해놓은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나는 그 흔한 미니 홈피도 없고

블로그도 다.

하고 싶어도 시간 배당상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등산을 다닌다고 해서 산길 것는 것만 좋아하는 건 물론 아니다.

혼자서 산에 오르면 하느님과의 단독 면담도 잘되고 속상한 일이나 언짢은 마음도 쑥쑥 풀리고

좋은 생각도 팍팍 떠오른다.

등산 후의 즐거움은 또 어떻고, 한여름 등산 후의 차가운 맥주 한 잔과

참물샤워. 추운 겨울 등산 후의 따끈한 사우나와 오뎅 국물 등 사소하지만

흡족한 보너스가 많고도 많다.

심지어는 여름에 지리산 종주를 할 때면 흔히 만날 수 있는

반바진 입은 남자 산쟁이들, 그들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오르막을 오르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뜅겨오를듯

꿈틀 리리는 건강한 종아리 근육을 감상하는 것도 대단한 즐거움이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남자들이 반바지를 입지 않는다.

신소재 개발 덕에 긴 바지도 반바지만큼 시원해졌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그런 신소재를 개발한 거야!!!

서정주 시인은 자신을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고 햇던가.

단언컨대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산이다.

산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산에 데리고 다니셨다.

위의 두 언니들이 산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나를 아예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끌고(?)

다니신 것 갔다. 이렇게 아버니는 네게 산쟁이 유전자를 자연스럽게 물려 주셨는데 그게 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고 있는지 우리 어버지, 그때는 짐작도 못 하셨을 거다.

 

산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뮈니뭐니 해도 자존감이다.

집에서 나는 평범한 셋째 딸이지만 산에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등산길에 만나는 어른들은 하나같이 나를

예뻐해 주셨다.

아이고, 잘 걷네" 꼬마가 꼭 산다람쥐 처럼 날쌔네"

머리를 쓰다둠어주는 사람, 먹을 것을 주는 사람, 이름을 묻는 사람

손을잡고 가는 사람...너댓 살 짜리 꼬마가 하루종일 이런 칭찬과

관심과 사랑을 받았으니 어땠겠나, 기고만장 우쭐해져서 더 열심히

산을 오르낙 내리락 했겠지.

 

이런 어린 시절의 산행을 통해 나는 내가 어떻게 생기고 무엇을 잘해서

소중한 게 아니라 내 존재 자체가 귀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기쁨을 준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이런 긍적적이 자존감 덕분에 지금도 나는 누가 나한테 싫은 소리를 하면 저 사람은 나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지

나 자체를 싫어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크게 마음 상해하지 않는다.

 

중학교 때 어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뒤에도 나는 계속 산에 다녔다.

철들고 사귄 친구들은 대부분 산에 같이 다니면서 친해졋다.

내가 주로 가는 북한산은 지금까지 못해도 천 번은 올랐을 거다. 자구 가는 등산로는 눈을 감고도 훤하다.

어느 모퉁이를 돌아가면 어떻게 생긴 바위와 나무가 있는지,

어디가 솔바람이 불어 여름에 낮잠 자기 좋고 어디가 칼바람을 막아 주어 겨울에

점심 먹기 안성 맞춤인지 CCTV를 보는 것처럼 빼꼼하다.

 

지금도 이렇게 열심히 다니고 있으니 아마 내 평생 북한산을 적어도 2천번 이상은 오르지 않을까 한다.

같은 산을 그렇게 만이 오르다니, 지졉지 않냐고? 엄밀히 말하면 같은 산을 가긴 하지만

지난번과 똑같은 산을 오르는게 아니다. 봄 여름 가를 겨울은 물론 아침저녁

산의 모습이 다그고, 같이 가는 사람도 다르고, 갈 때마다 마음도 달라 매번 다은 산을 오르는것 같다.

 

또한 같은 사람이 같은 산을 같은 마음으로 올라도 나이에 따라 서도 크게 다른다. 등산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일 거다.

삼십대까진 무조건 자주, 무조건 빨리 올라가야 성에 찼다.

여러명이 같이 가면 일등으로 올라가고 싶었고 하산할 땐 한번 왔던 길이 지겨워서 막 뛰어 내려왔다.

그때는 지리산을 무박2일로 종주하다가 발톱이 빠졌다는 등, 설악산 내 입산금지 구역에 올라갔다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을뻔 했다는 등의 얘기를 자랑삼아 했다.

 

돌아보니 귀여운 치기 녔지만 그때 그런 무모한 산행을 질리도록 실컷 해봤으니 이제는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

삼십대까지는 올라가는 길만 재미 있었다면 사십대부터는 내려오는 길도 똑같이 재미있고 중요하느는걸 깨닫는 중이다.

올라갈 때 남보다 빨리 가기 위해 있는 힘을 다 쓸게 아니라 내려갈 때 쓸 힘을 남겨 두어야

하산 길가지 즐겁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시인 고은 선생님도 이런 시를 쓰셨나 보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대 보지 못한 그 꽃 "

 

지금은 이삼십대 처럼 산을 뛰어 올라가지도, 뛰어 내려오지도 않는다

뛰어다니고 싶지 안을 뿐더러 이제는 그럴 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같이 가는 사람들과 보조가 맞는다. 예전에는 잘 못

걷는 사람들에게 내 보조를 맞추라고 채근했지만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니 저절로 그렇게 되고 있다

얼마 전 산 중독 증상이 발동하여 우리 집 거실에 히말라야 전경을 담은 대형 사진을 걸어 놓았다.

산에 가지 못한 저녁에는 그 사진앞에서 운동 삼아 스태퍼를 하는데 액자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마치 히말라야를 걷는 것 같아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다. 언젠가는 진짜로 히랄라야 산맥을 원 없이 걷고 싶다.

세계 최고봉인 에버레스트에도 오르고 싶다.

 

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다면 그날은 내 일생에거 가장 짜릿한 날 중 하난일 거다.

그러나 산에 관한 한 나는 에베레스트 등정이리라는 특별한 이벤크만큼이나 북한산 등반이라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비슷한 강도의 행복을 느낀다.

무조건 센것만 원했던 이삼십대에는 절대 느끼지 못했을 행복이다.일상 생활에서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자잘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요듬 산이 가르쳐준 소중한 지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주말에도 북산산 형제봉 길로 등산 갈 생각이다.

 

말이 나온 김에 요즘 내가 즐겨 가는 등산길을 두 군데만 소개해볼까?

한군데는 형제봉 길로 평창동 예능교회 윗길에서 시작해서 형제봉-일선사입구-대성문-대남문-암문

비봉-향로봉-불광사 입구까지 코스(5~6시간 소요)

그리고 또 한군데는 진관사 계곡길로, 3호선 지축역에서 내려 신도용 버스로 구파발 중성문까지 가서

구파발 계곡-대남문-사모바위-비봉-진관사 계곡까지코스다(4~5시간 소요)

 

형제봉 길은 능선 코스로 등산 내내 확트인 북한산의 절경을 볼 수 있어서 좋고

진관사 길은 계곡 코스로 그늘이 많고 서늘하여 한여름 등산길로 안성 맞춤이다.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그 소개팅 전문 친구를 만났다.

모인 친구들이 모두 싱글이다 보니 괜찮은 남자들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친구들이 장난스레 말했다. 비아는 조인성을 소개해 준다고 해도 산에 갈 거라고

그러자 그 친구가 갑다기 내게 정색을 하며 묻는다

비야, 너 솔직히 말해봐, 조인성하고 데이트 할래,

등산 갈래?"

나는 몇 초간 망설이는 척하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으믐, 조인성하고 산에 가면 안 될까?" 

----  끝  ------

 

3부 한비야가 권하는 24권의 책

1. 종교, 영성분야 : 단순한 기쁨,/ 피에르신부 저, 진리의 말씀 법구경/법정 역

                        청바지입은 부처/수미 런던 편, 이슬람교/발터M

                        침묵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피트 그리그 저, 의식혁명/데이비드 호킨스 저

2. 구호, 개발분야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 가?/장 지글러 저, 빈곤의 종말.제프리 삭스 저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다나카 유 외저, 개발 협력을 위한 한국의 이니셔티브/권해룡 저

                        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루츠 판 다이크 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무하마드 유누스 저

3. 다른사람에게 권하면 좋은 교양서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저,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1,2/이덕일 저

                        책만 보는 바보/안소영 저, 장미의이름/ 움베르토 에코 저

                        오래된 미래/헬레나노르베리 호지 저, 살아 있음이 행복해지는 희망편자/김선규 외 저

4. 누구나 한번은 읽었으면 하는 고전

                        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레셀 저, 데미안/ 헤르만 헤세 저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캬키스 저, 열하일지 상, 하/ 박지원

                        황진이 / 홍석중,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루쉰 저

5. 보너스로 한권만 더 :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신경림 편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