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사진 산행기

나 홀로 덕유산 산행기/송계3거리 동영상

너른숲 2009. 1. 28. 13:42

   촬영일 : 2009년 1월 27일 

 

    명절날 집을 나서서 밖에서 잠을 잔다는것이 아직은 익숙치 않은데

    덥석 처재하고 애들이 설날 무주리조트에 2박3일 일정으로 예약이 되어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박2일. 그래 좋다 그냥 아무 생각말고 가자

    그동안 애들도 방학인데 그리고 둘째는 고3되는데 이번기회에 푹 쉬자

    그리 편안하게 생각하고 명절날 처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그냥

    무주로 날았습니다.

    무주로 향하는 길 눈보라가 휘 몰아치다가 파아란 하늘이 열렸다가 반복입니다.


    숙소를 배정받고 스키장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내일 스키를 타 아니면 산에를 가 결론은 산 이었습니다.

   신풍령코스 언제부터인가 벼르던 코스 아침 일찍 일출보고 신풍령으로 하산하자

    마음 정하고 안내로 전화를 걸어 곤도라 몇 시부터 운행 하냐고 물으니 09시부터

    하이고 일출은 끝이네 그래도 미련을 떨칠 수가 없어서 중산리로 올라가

   아니면 새벽 스키타는 리프트타고 올라가 이리 저리 생각을해도 야간산행

    준비가 되지 않아 할수없이 곤도라 타고 가자 결론을 맺습니다.


    저녁 어둠이 찾아오고 낮게 드리운 습기 많은 끈적한 구름이 산자락을

    내내 휘 감고 돌아 갈때마다 덕유산 자락 나무숲 색상을 좀더 진한 하얀색으로

    한겹 한겹씩 덧칠을 할 때마다 슬로프 불빛에 반사된 덕유의 산자락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그래 내일 아침 일찍 올라가자.

    최고의 상고대를 보러 그래도 잠이 오지 않아 맥주를 홀짝 홀짝 마시고

    아침을 맞습니다.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새벽.

    아직 슬로프에 불빛이 들어오지도 않은 컴컴한 덕유산 자라만 바라봅니다.

    새벽스키 개장 시간이 가까워 오면서 스키장을 훤하게 비추는 불빛이 밝혀지고

    어둠에 쌓였던 덕유의 산자락이 하얀 떡 가루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카메라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가 그래도 안 되어서 대충 옷 주서입고

    밖으로 아예 나왔습니다. 아침 기운이 쌀쌀하지만 어제 보다는 훨씬 포근함으로

    다가옵니다. 

    산자락에 빨리 다가 가고 싶은데 왜 그리 아침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지

    칠봉 쪽으로 올라온 햇살에 설천봉 상고대가 그만 다 녹아 버릴것 같아 마음이

    분주합니다. 내 심정을 가족들은 알 리가 없습니다.


    애들은 아직 꿈 나라고 옆지기는 그제서야 아침 준비를 합니다.

    향적봉에 오른지 일주일 조금 지났다고 옆지기는 오르지 않는다하고 막내처재와

    오르기로 하고 장모님도 살살 구슬려 봅니다.

    추워서 오후에 날씨가 풀리면 올라간다고 그래서 오후되면 곤도라 타는 사람

    많아서 타지도 못하고 햇볕에 상고대가 다 녹아 없어지지 지금 함께 오르자고

    이야기 하니 그럼 그렇게 한다 합니다.

    처재덕에 회원권으로 곤도라 편도를 끊으니 반액입니다.

    장모님과 막내처재는 왕복권으로 끊고 곤도라에 올랐습니다.

    출발 직후부터 탄성을 자아냅니다. 산호초 모습에서부터 사슴 녹용 뿔 모습

    아~~와!!! 작은 공간에서 탄성을 연발하면서 설천봉에 도착을 합니다.


    부지런한 스키어들 모습에서부터 곤도라를 타고 막 산등에 오른 사람들

    언제 올라왔는지 멋진 비경을 담는 전문 사진 작가들이 여기 저기 포진을 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아무데나 들여대도 좋습니다. 방향 설정이 필요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다 작품이고 신이 빗어낸 최고의 선물로 다가옵니다.


    이런 맛에 산에 오르는데 이 심정과 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려는지

    밤새 두근거림에 설친 잠이지만 이렇게 좋은 서리꽃을 볼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처재와 장모님을 모시고 향적봉으로 향합니다.


    장모님 봄 벚꽃보다 훨씬 좋다 합니다.

    다행이 날씨가 춥지 않아 잘 모시고 올라왔다 그런 생각입니다.

    숙소에서 아침 해주고 또 잠들어있을 아내와 함께 오지 못함이 내내 서운합니다.


     향적봉 정상

    아직 사람들이 많치않아 정상석을 독차지하고 사진도 찍는 호사도 누려 봅니다.

    처재한테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서 덕유 산자락의 풍광을 물씬 느끼고 천천히 하산하라

    이르고 나 홀로 신풍령으로 향합니다. 이런 내 모습을 장모님은 이해를 하지 못하십니다.


    향적대피소, 철탑 아직 산꾼들의 발자욱이 얼마되지 않고 향적대피소에서 중봉으로 가는길

    폭설로 진입금지라는 팻말을 아직도 거두지 않고 있음은 무엇으로 이해를 해야 하는지?

    철탑 주변도 전문 찍사들이 일출광경부터 지금까지 덕유의 산자락을 렌즈에 담느라

    다들 분주한 모습입니다. 내도 그들 틈에 끼어 한 장 한 장 샷터를 눌러 보지만

    똑닥이의 한계에 얼른 카메라를 뒤에 감추고 그들 곁을 떠납니다.


    햇살이 점점 강해지면서 더 눈부심으로 다가 옵니다.

    서리꽃이 마치 하얀색 쏘세지처럼 먹음직스러워 한입 가득 베어 물어 보지만

    입안에는 작은 물만이 고일뿐입니다.

    중봉의 파아란 하늘 지리의 주능선이 내 짧은 팔을 길게만 뻣을 수 있다면

    천왕봉이 손가락 끝에 걸릴 것처럼 가까이에 와 있습니다.

    조망이 좋으니 지리산도 이렇게 가까이에 다가 옵니다.


     중봉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도 바람 한점 없고 숙소르 떠나올때 가져온 겨울철 벙어리장갑

    그리고 귀마개 모두 배낭에 아예 넣어 버립니다.

     내려오는 나무계단 지난밤 얼마나 거친 바람이 몰아 쳤는지 서리꽃이 주렁주렁 걸렸습니다. 

    서리꽃이 떨어질까 계단도 조심  스럽게 내려옵니다.


    송계삼거리 그리고 무룡산, 남덕유산 덕유산 자락이 굵은 선으로 다가옵니다.

    지난 18일 덕유산 산행때는 그렇게도 모질게 몰아치던 눈보라는 다 어데가고

    따뜻한 햇살에 반짝이는 눈꽃의 눈부심만이 보일 뿐 다른 것은 없습니다.

    눈 터널도 지나고 혼자 이리 저리 카메라를 들이 되면서 지난 산행때 왜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는지 원망도 해 보지만 나 혼자 보기에는 그저 미안한

    마음이 한구석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송계3거리에 도착을 합니다.

    나보다 먼저온 한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제도 올라 왔는데 구름만 잔뜩끼어

    멋진 그림을 보지 못해 또 왔다 하면서 감탄사 연발입니다.


    배낭을 벗고 숙소에서 아내가 챙겨준 삶은계란, 한과, 과일, 찰떡, 꽃빵등등

    하나씩 꺼내 먹으니 든든함으로 다가 옵니다.

    보온병에 따뜻한 물 한잔의 행복감을 맛본 부 서서히 혼자 산행길을 떠납니다.


    다행이 대간길이라 그런지 신풍령으로 가는길 선답자가 2,3명 걸은듯합니다.

    신풍령의 내리막기은 완전 눈속의 작은 나라처럼 다가옵니다.

     주능선에서 터지는 조망은 없지만 하늘까지 눈 이불을 뒤집어 쓴 양 어대를 봐도

    그저 서리꽃과 눈만 보입니다.


    등로주변 나무를 스치기만 해도 눈이 쏟아져서 조심스럽게 발자욱을 내 딛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봅니다 그러다가 몸의 중심을 잃고 이리 저리 넘어지지만

    그래도 눈 위에 넘어지지 행복입니다.

    함께할 동지가 없음이 다만 쓸쓸합니다. 이 기쁨을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눈길에 푹푹 빠져 산행속도가 늦어집니다.

    송계3거리에서 12시가 조금되지 않아 출발하면서 아내한테 신풍령에 4시쯤 도착할거라

    문자 보냈는데 거리는 11Km 혼자산행이니 시간은 충분하리라 생각했는데 아이고 숨차


    반대쪽 송계사에서 오르는 산꾼들이 종종 스쳐지나 갑니다.

    드디에 횡계재에 도착하니 먼저 산행 하면서 길을 열어주신 4분께서 점심을 드시고

    송계사로 하산한다 합니다.

    아이고 여기서 부터는 러셀을 해야하나 하고 대간길을 확인하니 또 길은 열려있습니다.


    되었다 싶어 아예 상의 점퍼를 벗어 배낭에 다시 넣습니다.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나는 반대로 하산을 하다보니 서리꽃이 조금씩 녹아

    내리고 서리꽃 크기고 정상 주 능선에 비해선 아주 작아졌습니다.


    이제 마주치는 산꾼들의 모습도 없습니다.

    음지 주 능선 쪽으로 눈이 쌓여 푹푹 빠지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도 힘이 든다는 생각보다는 얼마 만에 이렇게 푹푹 빠져보나 그 행복이 더 큽니다.

    그동안 눈 산행에 굶주린 자의 호강이고 스스로 행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나무 위에 눈은 없는데 등로 곳곳이 얼음위에 눈이 있던지 아니면 북쪽 사면은

    제법 많은 눈이 쌓여 진행이 곤란하여 산행 속도가 자꾸만 뒤 쳐져 옵니다.


   얼음령을 지나 못봉 못미처 헬기장에 갑자기 산꾼들의 무리가 웅성거림으로 다가와

   쳐다보니 앞 능선위에 제법 많은 산꾼들이 모여 있습니다.

   어디서 나타났지 선답자들의 발자욱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 신풍령으로 가겠지

   그리 상상을 하면서 헬기장에 도착하니 그들은 온데 간데없고 부부산꾼만이 반겨줍니다.


    그러서면 갈미봉이 어디냐고 물어옵니다?

    산행지도도 가져오지 않고 신풍령길은 처음이라 모르겠다하니 송계사에서 산행을 시작

    했는데 갈미봉에서 하산하면 원점회귀 산행이 된다해서 올랐다 합니다.

    그들과 잠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조금전 많던 사람들은 어데로 하산했냐고 물으니

    이쪽으로 갔다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대간길이 아니고 지봉을 지나 삼공리쪽으로

    하산방향을 잡은듯 합니다.


    과일을 꺼내서 갈증을 해소해 보는데 숙소에 두고 온 캔 맥주 하나가 그리고 그립습니다.

    날씨가 추워서 맥주 맛이 나랴 싶어 그냥 왔는데 이렇게 후회가 됩니다.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덕유산 스키장 기나긴 슬로프가 왠지 저곳에서 스키를 타라고

   숙소에 애들을 두고 왔지만 산줄기를 잘라 먹은듯해서 마음이 씁쓸합니다.


   못봉을 지나 앞질러 가던 부부 산꾼을 앞질러 가다보니 작은 빗돌에 갈미봉

    표지석과 조금 지나니 3거리에 이정표가 나옵니다.

    신풍령 2.6Km 아무생각없이 선답자들의 발자욱을 따라 쭉 내려가는데 느낌이

    이상합니다. 아차, 싶어 다시 뒤돌아 올라와서 시그널을 이리 저리 찾아보니

   이 길은 잠시전 부주 산꾼이 이야기한 송계사쪽으로 빠지는 길 이었습니다.


    그런데 대간길 신풍령쪽은 아직 선답자 발자욱 하나 없으니 잠시 망설여집니다.

    그냥 헤집고 가 말어 아니면 송계사쪽으로 하산을 아냐 이왕 마음 먹은 것 대간 길로

    가자 마음정하고 뒤 따라오던 부부 산꾼을 기다리다 인사나 하자하고 잠시 서성여도

    그들 모습이 보이지 않아 곧장 눈을 헤집고 내려갑니다.


    누구고 밟지 않은 길 그리고 초행길 마음이 조금은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혼자가다 길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 3Km남짓인데 알바를 하면 얼마나 하겠어!

    그냥 걷습니다. 시그널이 없으면 이리 저리 시그널을 찾아서 눈길을 헤쳐 나갑니다.

    혼자 걷는것이 아직은 익숙지 않았는지 마음은 더 급해지고 아내와 약속한 4시는

    점점 가까워져 옵니다.


    넘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헤집고 걷다보니 마지막 이정표 신풍령 1Km입니다.

    배낭속 전화기를 꺼내 on으로 해놓고 숙소로 전화를 해 보니 아내가 동서와 마중을

    나왔다 합니다. 동서는 어제 컨디션이 좋지않타 해서 오늘 와서 내일 출근해야 되는

    나를 대전까지 데리고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거니 시방 마중가는 중 이라 합니다. 20분후쯤 도착한다 하고 전화를

    끊으니 그때서부터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 옵니다.


    조금 더 걸어 마지막 봉. 이곳까지는 산꾼들이 왔다가 내려간 흔적이 뚜렷합니다.

    신풍령에서 잠시 쉬면서 올라온 사람들인지 아니면 대간길 산행하려고 왔다가

   길이 열리기 않아서 되돌아간 사람들의 발자욱인지 선명합니다.


    신풍령 고갯마루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서 차에 도착하고 보니 예상시간 보다

   15분정도 지체 되었지만 그래도 눈길을 혼자서 제법 잘 치고 내려오지 않았나!

    스스로 생각해봅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 캔 맥주 하나 꺼내 마시는 맛

    그저 꿀맛보다 더 달콤합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저녁 먹으려고 스키다던 애들을

    막내처재가 데리고 들어옵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동서차를 얻어 타고 대전으로 향하는 길

    저녁스키타고 푼 미련이 남아 있는데 아내 왈 한 가지만 하고 가자합니다.

    그래도 스키 타고 싶은데…….

                                                  2009. 1. 27  나홀로 덕유산 설국에서 꿈을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