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들 산행 사진

옥천 마성산 산행기

너른숲 2007. 7. 3. 17:38
  

옥천 마성산

ㅇ 일시 : 2007.3.11   10:30-14:10

ㅇ 코스 : 옥천군 구읍 교통저수지-마성산-장계리

ㅇ 누구와 : 혼자

 

   고향집을 다녀올 때마다 , 언젠간 한번 가 봐야지 하고 마음에 새겨두고 있던 능선길, 그러나 선뜻 들머리를 찾지 못하여 망설이고 있던 능선길. 얼마전 신경수님의 발길이 지나간 뒤로 더욱더 한번 가봐야지 하고 벼르다 드디어 실행에 옮기기로 한다.

 

  출발전, 들머리를 알지 못한 채, 그쯤 어디에서 능선길로 올라 붙으면 길이 있으리라 짐작하고무작정 출발하였는데 의외로 길이 쉬이 찾아진다. 여러 등로가 있겠지만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니 회수가 쉬운 길을 택했는데--

 

  옥천에서 보은 방면으로 방향을 잡으면 5분도 진행하지 않아 교동저수지가 나온다. 저수지 머릿부근에는 보기 좋은 전원주택 몇 채가 나오고, 그 전원주택 뒷편으로 능선이 늘어서 있다. 그 능선길로 무작정 올라 붙으니, 정비는 되어 있지 않았지만 또렷한 등로가 나 있다.

 

  이렇게 쉬은 들머리를--막상 떠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부딪혀 보면, 길은 의외로 쉬이 찾아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들머리 부근에 있는 저수지)

 

  길은 낙엽이 많이 쌓여 있지만, 끊어지지 않고, 정상까지 이어진다. 홀로 걷는 산길, 오랫만에 호젓한 기분에 빠져든다

 

 

(정상에서 본 옥천 구릉지대의 산들-이곳이 정지용 시인이 노래한 넓은 벌 동쪽끝 산들이다)

 

 

 

(가야할 능선길-능선길 양쪽으로 보이는 강길이 보기 좋다)

 

 

  정상은 겨우 400여 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조망이 참 좋다. 멀리 덕유산에서 부터 서대산, 식장산, 계룡산도 얼굴을 보일텐데, 날씨가 좋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돌아보면 멀리 속리산 방면의 산들이 하나의 거침도 없이 들어온다. 이곳이 400미터 밖에 되지 않는 산인가 의심스럽게 만드는 조망이다.

 

  산행시작 1시간여가 지났을까, 드디어 오른편으로 강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보기 시작한 금강은 산행내내 따라오며,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우리가 늘상 다니던 길의 뒷편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들이 숨겨져 있었다니--삶의 뒤편을 살짝 살짝 들쳐보는 일이란 얼마나 가슴 떨리고 아름다운 일인 것인가--

 

 

(능선길 오른쪽으로 조망되는 금강)

 

 

 

(능선길 오른쪽으로 조망되는 금강)

 

 

 

(능선길 오른쪽으로 조망되는 금강)

 

 

 

(능선길 오른쪽으로 조망되는 금강)

 

 

 

(강의 우측으로 보이는 희미한 길--저길이 원래 보은 옥천간 도로 이었으나 대청댐이 생기면서 저 길이 강물속에 묻히고 현재의 길이 새로 나게 되었다)

 

 

 

(뒤돌아본 마성산)

 

 

 

(능선길 오른쪽으로 조망되는 금강)

 

 

  길을 가다보면 길이 없다가도 다시 이어지고 다시 끊어지고 한다. 그렇지만 희미한 등로는  산행이 완료될 때까지 끊어지지 않는다. 잠시 길을 잃고 헤매자면 먼저 다녀가신 님의 리본이 길을 안내해 준다. 처음에는 그 리본이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방향을 따라 잡다가, 그 이름을 밝견하고는 얼굴도 모르지만 무척 반갑다---

 

 

(산행의 길을 이끌어준 신경수님 리본)

 

 

   그리고 길을 가다보니 강물로 세상과 담을 쌓아 놓고 살아가는  외딴집들이 보인다. 무슨 사연이 있어 저렇게 세상을 버리고 살아가는 것일까? 저들이 세상과 통하는 길은 자그마한 배 한 척!! 그나마 그 배들은 모두 내륙의 이쪽에 메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외딴집쪽에 메어져 있다. 저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한, 세상과는 언제까지나 단절되는 것이다!!!

 

  단절, 떠남, 헛껍질 같은 세상살이--- 저들처럼 세상을 버리고 살면, 그 빈 가슴은 자연이 채워줄 것인가? 바람이 채워줄 것인가? 햇살이 채워줄 것인가?  아님, 외로움과 고독함이 채워줄 것인가?

 

  아직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는데--가끔은 저들처럼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철부지 처럼---

 

 

(강물 저편으로 외딴집이 보인다, 그리고 배 한 척--)

 

 

 

(장계리)

 

 

 

(장계리)

 

  산행을 마치고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나 산에서 내려왔어!!'

  '엉!! 어서와!!'

  그렇게 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떠남이 줄 수 있는 여백과 공간과 충만을 산행으로 대신하며--그리고 그 일상이 산행의 공간만큼  행복해지기를 꿈꾸며--